골프장 전경. [사진=이뉴스투데이DB]
골프장 전경. [사진=이뉴스투데이DB]

[이뉴스투데이 이하영 기자] 코로나19로 전통적인 사업에 위기를 느낀 건설사가 적극적인 신사업 모색에 나섰다.

중견‧대형사가 공통적으로 역점을 둔 골프장 사업 외에 리모델링, 수자원이나 폐기물 관리 등 친환경 사업도 신규 사업으로 손꼽힌다.

두산인프라코어 본입찰 전까지 인수 의사를 밝힌 6개 기업 중 건설관련 기업이 3분의 1을 차지한 것도 신사업 고민과 무관하지 않다. 24일 진행된 본입찰에는 GS건설-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은 빠지고 건자재 회사 유진기업의 모회사인 유진그룹만 참여했다.

24일 사람인에 올라온 골프장 관련 구인 내용. [사진=사람인]
24일 사람인에 올라온 골프장 관련 구인 내용. [사진=사람인]

◆언택트 국내 여행 호황…건설사, 골프장 사업 집중

올해 감염증이 기승을 부리자 매년 해외로 나가던 수많은 골프가방들이 국내에 묶였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국민 해외여행객수는 90% 이상 급감했다. 전년 동월 대비 해외여행 성수기 출국 인원은 △7월은 -97.5%(잠정치 6만5936명) △8월도 -96.3%(잠정치 8만8888명)로 줄었다. 9월도 전년 동월 대비 96.3% 감소한 7만6798명 만이 출국한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각국 코로나19 방역과 의료 대응을 살펴보며 국내에 ‘남는 것이 낫다’는 골프 애호가들의 판단 때문이다. 그 결과 동남아시아나 호주 등지로 골프를 치러 떠났던 수요가 국내에 집중됐다.

2~3년 전만 해도 고사 위기이던 국내 골프장은 이제 연일 매진일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골프장 매진 현상이 휴가철에 집중된 것이 아니라 올해 내내 이어진 부분도 주목할 부분이다. 골프장 예약업체인 엑스골프 상반기 예약실적에 따르면 올해 1월 예약률은 전년 동기 대비 149% 증가했고, 2월에도 147%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야외에서 진행되는 언택트 스포츠로 골프가 각광받으며 전 국민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기 전까지는 골프 열풍이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백신은 내년 2분기부터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우리 국민 전체가 백신을 맞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해외 방역이 안전하다고 판단될 때까지 3~4년 간 국내 여행이 호황을 이룰 것”이라 말했다.

이에 건설사들은 자사 골프장 건물을 리모델링하거나 커뮤니티 시설을 강화하는 등으로 사업 역량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골프장은 산림 파괴 주범으로 인식돼 인‧허가가 어려운 만큼 적극적인 인수도 예견된다.

실제 구직사이트 사람인서는 골프장 카트 담당자나 홀써빙‧조리사 등 당장 필요한 인력 외에 인허가 경험자나 건축사, 공사관리 전문가도 채용이 진행 중이다.

GS이니마가 수주한 오만 프로젝트 위치도. [사진=GS건설]
GS이니마가 수주한 오만 프로젝트 위치도. [사진=GS건설]

◆리모델링‧친환경 등 틈새시장 공략

수도권 재건축 인허가 시계가 멈춘 가운데 리모델링 사업은 상대적으로 허가가 잘 나오는 정비사업이다. 이에 현대건설은 올해 처음으로 리모델링 수주 전에 뛰어들었고 GS건설도 5년 만에 대열에 합류했다.

앞서 대형 건설사는 공사비가 수천억원 이상 되는 대규모 재건축 수주에 집중했다. 일반분양분이 많아야 수익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리모델링은 위로 3층까지 올릴 수 있는 수직증축이 허가되지 않는 이상 대규모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코로나19로 해외 수주도 어렵고 부동산 규제로 국내 재건축 시장도 여의치 않자 수주곳간을 채우기 위해 대형사들이 리모델링 사업에 적극 뛰어들었다.

지난 7월 목동2차 우성아파트 리모델링 수주전에는 대형사 4개가 맞붙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년간 리모델링 사업에 공들여 온 포스코‧롯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외에도 GS건설까지 수주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풍수해 위험이 높아지는 가운데 친환경 사업도 건설사가 눈 돌리는 신사업 아이템 중 하나다.

9월 현대건설은 하루 80톤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 할 수 있는 악취관리시스템 홈스를 공개했다. 2016년 ‘충주 음식물 바이오 에너지 센터’를 지으며 첫 삽을 뜬 이 사업은 올 6월 ‘복합악취 정보를 이용한 악취 발생 현장의 공조 제어 시스템’ 특허 출원까지 마치며 본 궤도에 올랐다.

태영건설은 2004년 태영환경(현 TSK코퍼레이션)을 만들고 수처리 사업으로 환경사업에 일찍이 진출했다. 현재 TSK코퍼레이션은 수처리는 물론이고 냉각탑‧보일러 수처리제, 폐기물처리, 폐기물에너지, 토양 및 지하수 정화업 등 다방면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태영그룹 내 동일한 자회사인 SBS와 비교할 때 태영건설은 2017년 환경 분야로만 방송 매출을 넘어섰다. 태영건설은 올해 9월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IS동서는 지난해 건설폐기물처리업체 1위 인선이엔티를 인수한 후 올해 산업폐기물처리업체 1위 코엔텍도 흡수했다. 폐기물처리사업은 전 세계적인 친환경 강조 기조에 수익성도 높아 매출의 새로운 중심축이 될 전망이다.

최근 친환경 사업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은 GS건설이다.

GS건설은 수처리 자회사 GS이니마를 통해 오만에서 2개 대형 해수담수화 사업을 수주했다. 해당 사업을 통해 GS이니마가 금융조달 및 시공, 20년 동안 운영을 맡아 벌어들일 예상 수익만 2조3000억원 이상이다. 이외에도 GS건설은 전기차에 사용되는 2차 전지(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 사업, 태양광 발전 사업 등으로 친환경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50톤급 대형 굴착기. [사진=두산인프라코어]
두산인프라코어의 50톤급 대형 굴착기. [사진=두산인프라코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놓고 건설업계 대결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는 사업 간 시너지를 낼 수 있어 건설기계업계 2위인 현대건설기계 모회사 현대중공업과 건설사가 포함된 GS건설 컨소시엄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물망에 올랐다.

반면 본입찰 당일인 24일 GS건설 컨소시엄이 돌연 포기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GS건설 컨소시엄 자리를 건자재 기업 유진기업을 지주사로 삼는 유진그룹이 바로 채웠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국내 건설기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두산그룹 내 알짜기업으로 통한다. 두산그룹이 자구안 이행을 위해 보유 지분 매각을 선언하며 투자시장의 관심을 받아왔다.

현대중공업이 인수에 성공할 경우 국내 점유율 상승과 해외 사업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현대건설기계는 국내 굴착기 시장 점유율 25%로 두산인프라코어의 40%를 흡수해 절반을 넘는 65%를 차지할 수 있다. 

해외 시장으로 볼 때는 인수 후 현재 3.3%(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1.2%)라는 미미한 점유율이 4.5%로 상승하며 글로벌 6위 수준(볼보건설기계 4.6%)의 영향력을 나타낼 수 있을 전망이다. 

두산그룹이 유진그룹 쪽 손을 들어줄 경우는 시너지가 해외 사업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진그룹이 해외사업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이미 해외에 진출한 두산인프라코어가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유진그룹이 인수자로 선정될 경우에는 인수 자금인 1조8000억원 상당을 감당하기 위해 재무적투자자(FI)와 협업이 필요하다.

유진그룹이 참여한 배경에는 건자재 시장 침체로 인한 신사업 도전이 손꼽힌다.

2일 건설회관서 열린 ‘2021년 건설‧부동산 경기전망’서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건설수주는 역대 최대치이나 건자재 회사와 건설일자리는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기이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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