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테스와 보낸 여름]
샘은 테스와 함께 있는 게 즐거워 외로움 적응 훈련에 실패한다. [사진= 테스와 보낸 여름]
‘영화는 영화관에서’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집에서 75인치 UHD로 감상하는 시대가 됐지만 영화관이란 공간이 주는 특별한 경험까지 가져오지는 못한다. 좋은 영화를 제 때 극장에서 즐길 수 있길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번 주에 개봉하는 신작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무릇 소년과 소녀가 만나야 한다. 한국인에게는 소설 황순원 ‘소나기’와 김유정 ‘봄봄’이 아스라이 자리한다.

네덜란드에서는 안나 왈츠의 아동소설 ‘테스와 함께한 나의 특이하고 특별한 일주일(My Particularly Peculiar Week with Tess)’이 그러하다. 아동 TV드라마와 단편 영화를 만들어온 스티븐 바우터루드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제목 ‘테스와 보낸 여름’으로 10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감독 첫 장편 데뷔작이 됐다.

테스는 샘에게 살사를 추자고 한다. [사진=테스와 보낸 여름]
테스는 샘에게 살사를 추자고 한다. [사진=테스와 보낸 여름]

특이하고 특별한 소년과 소녀가 네덜란드 섬 테르스헬링에서 만난다. 여름을 맞아 가족과 함께 휴양지를 찾은 샘(소니 코프스 판 우테렌)은 ‘지구에 남은 마지막 공룡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가족이 모두 죽고 난 후 언젠가 혼자 남겨질 경우를 대비해 월요일 2시간, 화요일 3시간, 수요일 6시간, 목요일 8시간, 금요일 10시간 점점 혼자 있는 시간을 늘려가며 외로움 적응 훈련에 돌입한다.

그런데 이 섬에서 만난 소녀 테스(조세핀 아렌센)로 인해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테스와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워 혼자 있을 수 없게 된 것.

테스는 아빠가 누군지 모른다. 어느날 엄마 여행 수첩 속에서 아빠로 추정되는 어떤 남자를 발견한다. 현재 여자친구랑 베를린에서 살고 있고 여행과 살사 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에게 엄마가 운영하는 라 카사 별장 무료 숙박권이 당첨됐다고 거짓 메일을 보냈다. 마침내 보게 됐지만 별다른 느낌이 없어 실망한다. 테스는 그러다 만난 샘에게 다짜고짜 살사를 추자고 한다.

샘은 ‘지구에 남은 마지막 공룡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사진=테스와 보낸 여름]
샘은 ‘지구에 남은 마지막 공룡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사진=테스와 보낸 여름]

샘과 테스와 더불어 배경이 되는 테르스헬링섬은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섬 대부분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으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가졌다. 바우터루드 감독은 섬 곳곳을 누비는 샘과 테스를 하늘 위에서 촬영해 마치 자연의 일부인양 보이도록 했다. 동시에 근접 촬영으로 삶에서 작고 소중한 것을 발견해내는 아이들 모습을 담아냈다.

마지막으로 평소 감독의 말 일부를 발췌해왔던 것과 달리 스티븐 바우터루드 감독이 쓴 영화 제작노트 전문을 아래 덧붙인다.

스티븐 바우터루드 감독. [사진=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스티븐 바우터루드 감독. [사진=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제작노트: 스티븐 바우터루드

어렸을 때는 모든 것이 단순해 보였다. 그러다 나이가 들면서 세상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누구나 겪는 과정이겠지만 때로는 시련을 겪게 되면서 인생의 덧없음을 느끼곤 한다. 영원할 것이라 믿었던 사랑하는 이들도 세월과 함께 떠나가고,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 앞에 놓이기도 한다.

20대 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영원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 가슴 아픈 일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내가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더욱더 치열하게 살아갈 힘이 되었다.

영화 ‘테스와 보낸 여름’은 현실적인 이야기다. 등장인물이 주변에서 쉽게 보기 힘든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절대 과장해서 꾸미고자 한 것은 아니다. 최대한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으로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어떤 인물인지 알아가면서 사랑에 빠질 수 있는 다채로운 캐릭터를 원했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고유한 ‘똘끼 crazy traits’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개개인만의 독특함을 만들어 주는 것이고, 이를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것이 멋진 일이 되리라 생각했다. 다르다는 것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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