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영화관에서’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집에서 75인치 UHD로 감상하는 시대가 됐지만 영화관이란 공간이 주는 특별한 경험까지 가져오지는 못한다. 좋은 영화를 제 때 극장에서 즐길 수 있길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번 주에 개봉하는 신작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사진=영화 '트랜짓']
1940년 나치 파리 침공시기를 배경으로 한 원작소설로 영화화 했지만 프랑스 특수경찰이 등장한다. [사진=영화 '트랜짓']

[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외래어를 많이 쓰는 요즘 ‘트랜짓’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공항에서 환승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영화 ‘트랜짓’은 독일 출신 망명 작가 안나 제거스 동명 원작 소설을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이 영화화 했다. 국내에 번역출간 된 소설 제목은 ‘통과비자’다.

영화에는 환승과 통과비자 개념이 모두 나온다. 아울러 영어사전을 찾아보면 난민 수용소를 의미하는 ‘트랜짓 캠프’도 눈에 들어온다. 유럽과 아프리카, 중동에서 난민 문제는 현재적 이슈임을 떠올리며 이 영화를 대하게 된다.

[사진=영화 '트랜짓']
[사진=영화 '트랜짓']

이야기는 프랑스 마르세유가 주요 배경이다. 세계 2차 대전 중 1940년 6월 14일 독일군이 파리를 점령하자 사람들은 난민이 돼 유럽을 떠나고자 한다. 마르세유는 비점령지역이자 신대륙으로 갈 수 있는 항구로 트랜짓을 위해 유럽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 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통과비자를 소지한 자만이 마르세유에 머물 수 있게 한다.

게오르그(프란츠 로고스키)는 파리에서 자살한 바이델 작가 가방을 얻게 됐는데, 가방에는 원고와 아내에게서 온 편지, 멕시코 대사관 비자 허가서가 있다. 게오르그는 바이델로 신분을 위조해 멕시코로 떠나려 한다. 하지만 마르세유에서 남편을 기다리는 마리(파울라 베어)를 만나며 계획이 틀어진다.

[사진=영화 '트랜짓']
[사진=영화 '트랜짓']

이 영화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어떻게든 유럽을 떠나려고 안달이 난 군상이다. 사람들은 절박할 때 본성을 드러내길 주저하지 않으니 말이다. 원작자 안나 제거스는 소설에서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을 바탕으로 당시 정경을 섬세하고 생생하게 묘사했다.

그런데 영화 ‘트랜짓’ 속 풍경은 뭔가 이상하다. 대부분 유럽 도시가 그러하듯 고색창연한 1940년대 건물도 보이지만, 1950년대 재개발된 건물도 다수 등장한다. 심지어 최근 것으로 보이는 신식 건물도 버젓이 공존한다.

페촐트 감독은 인터뷰에서 “현재와 과거가 명확하게 공존하는 마르세유는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해줬다”며 “스콜세이지 감독이 전에 영화를 찍을 때 길을 막고 공간을 연출하는 것이 싫다고 했는데, 우리도 공간 연출을 세 군데로 최소화하고 나머지는 실제의 공간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영화 '트랜짓']
[사진=영화 '트랜짓']

이뿐 아니다. 배우들이 입고 있는 의상도 과거를 배경으로 한 영화치고는 고증이 애매하다. 의상 디자이너 카타리나 오스트가 처음부터 너무 복고풍으로 가는 것도, 너무 모던하게 가는 것도 배제해서다. 대신 클래식 셔츠와 수트 등 클래식 라인으로 맞췄다. 또 이 의상은 사회적 출신을 드러낸다.

이에 대해 페촐트 감독은 “트랜짓 존은 현재 물건이 보이지만 그 때문에 인물들이 너무 현대적으로 보이면 안돼 균형잡기에 신경을 썼다”며 “또 우리는 마르세유를 떠도는 오래된 유령이 아니라 지금의 유령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동시에 그는 난민 문제를 다루는 것이 상당히 조심스럽다고도 고백했다. 2016년 12월 프랑스 칼레 난민수용소가 철거되던 시기에 영화를 준비하던 페촐트 감독은 바닷가로 떠밀려온 시신들을 차마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다고 한다. 또 촬영할 때도 프랑스는 여전히 니스와 파리 테러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그는 “특수 경찰들 쫙 깔린 거리에서 촬영하는 동안 내 스스로가 난민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며  “난민은 우리 내부의 깊은 곳에 존재하는 정체성이다”고 말했다. 

[사진=영화 '트랜짓']
[사진=영화 '트랜짓']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가? 많은 이들이 ‘헬조선’이라며 이민을 꿈꾼다. 이미 ‘지옥같은 현실’일진대 그곳에서 탈출하려는 갈망은 난민의 처지가 아닐까. 원작 소설 한 구절을 발췌하며 이 소개글을 마치고자 한다.

‘당시에 모두가 바라는 오직 한가지 소망은 떠나는 것이었다. 또 모두가 두려워하는 단 한 가지 공포는 뒤에 남게 되는 것이었다.’

 

[사진=영화 '트랜짓']
[사진=영화 '트랜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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