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영화관에서’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집에서 75인치 UHD로 감상하는 시대가 됐지만 영화관이란 공간이 주는 특별한 경험까지 가져오지는 못한다. 좋은 영화를 제 때 극장에서 즐길 수 있길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번 주에 개봉하는 신작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사진=영화 '야구소녀']
[사진=영화 '야구소녀']

[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2009년부터 고교야구를 매년 30경기 이상 봐왔다. 이렇다보니 ‘시속 130km 강속구로 천재 야구소녀라는 별명을 지닌 주수인(이주영)’이라는 소개글을 보았을 때 혼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면 고교야구 선수 가운데도 최고구속 150km 이상을 던지는 이들이 적지 않고, 왼손 투수조차 140km를 넘기는 이들도 많아서다. 그러한 불편함으로 이 영화가 먼저 다가왔음을 우선 고백한다. 

프로야구에서 최근 90승 왼손 투수가 된 두산베어스 유희관의 올해 최고구속은 132km다. 또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속구 평균구속은 시속 128.1㎞이다. 이러한 그를 강속구 투수라고 하는 이는 없다.

[사진=영화 '야구소녀']
[사진=영화 '야구소녀']

하지만 여자 야구선수가 남자 야구선수와 함께 공식 경기에 참가한 것은 허구가 아니다. 안향미는 1997년 고교 야구부에 입학해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영화에서 고교 야구부에 남자 라커룸만 있는 탓에 수인이 화장실 맨 끝 칸에 자신만의 탈의실을 마련한 것은 이러한 여자 선수 현실에서 따온 설정이라고 한다.

물론 여자야구팀도 있고 국가대표로 국제경기를 치르기도 한다. 그러나 프로야구는 남자배구, 여자배구, 남자프로골프, 여자프로골프와 달리 성별을 나누지 않는다. 즉 프로야구는 남녀 모두가 뛸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여자 현역선수는 없다. 수인은 이에 도전한다.

[사진=영화 '야구소녀']
[사진=영화 '야구소녀']

영화 속 야구소녀는 이러하다. 주수인은 최고구속 134km, 볼 회전력이 뛰어난 공을 던지며 ‘천재 야구소녀’로 주목받아 왔다. 야구부를 창단한 백송고 입부 당시 20년 만에 탄생한 여자 고교야구 투수 수인(이주영)의 기사가 담긴 액자가 학교 복도에 걸리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고3이 됐을 때 같은 야구부 이정호(곽동연)는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되고, 수인은 계속 야구를 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현실도 녹록하지 않다. 엄마 해숙(염혜란)은 딸이 운동을 포기하고 자신이 근무하는 공장에서 일을 배우기 원하고, 아빠 귀남은(송영규)은 딸을 응원하나 자기 앞가림하기도 버거운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생이다. 학교에서는 수인에게 야구를 취미로 하라거나 핸드볼로 전향하라고 권한다.

유일하게 신입 코치 최진태(이준혁)만은 수인에게 프로 지명을 못받은 것이 여자여서가 아니라 실력 탓이라고 지적하고, 약점을 극복할 무기인 너클볼을 익히도록 돕는다. 수인은 빠른 공이 아닌 타자가 못 치는 공을 던지기 위해 노력하며 프로선수가 되기 위한 도전을 지속한다.

CGV 명동역에 설치돼 있는  야구소녀  유니폼. 29번은 SK 와이번스 시절 김광현 등번호다.  [사진=이지혜 기자]
CGV 명동역에 설치돼 있는 야구소녀 유니폼. 29번은 SK 와이번스 시절 김광현 등번호다. [사진=이지혜 기자]

수인은 말한다. “사람들이 내 미래를 어떻게 알아요? 나도 모르는데”, “야구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니깐 여자건 남자건, 그건 장점도 단점도 아니에요”라고.

한국영화아카데미 32기 최윤태 감독은 장편 데뷔작 ‘야구소녀’에 대해 “주수인은 ‘여자가 왜 야구를 해?’라는 질문이 앞에 놓였을 때 대답을 하기보다 ‘이래도 안 된다고 생각해?’라며 되묻는다”며 “비록 세상은 인정해 주지 않을지라도 자신의 장점을 믿고 끝까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잘못된 게 아니라는 걸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영화 '야구소녀']
[사진=영화 '야구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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