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는 늘 심각한 사회문제다. 요즘에는 특히 디지털 성범죄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그 피해가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가운데, 법적·제도적인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또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호소할 곳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은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형사전문변호사를 통해 사회적인 이슈를 짚어보면서 법률, 판례, 사례 등을 함께 다루며 정확한 법률 정보를 전달하고자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성추행은 형법상 강제추행죄, 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추행이라는 단어는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지만, 추행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법률적인 관점에서의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말한다.

강제추행죄는 이전에 친고죄로 규정되어 있었으나, 2013년 법 개정에 따라 친고죄 규정이 모두 삭제되었고,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하더라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게 되었다. 친고죄 규정이 삭제됨에 따라 피해자와의 합의가 절대적인 위치에서는 내려왔지만,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배상한다는 측면에서 피해자와의 합의는 매우 중요하고, 정상참작 사유 중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피해자와의 합의를 통해 ‘양형을 산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으나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금전을 통해서 배상하는 것이 원칙이고, 실질적으로 금전배상을 통해 어느 정도 피해가 회복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대검찰청의 범죄분석 자료에 의하면 성폭력 피해자의 50.9%는 20대와 30대의 여성인데, 정신과 치료, 이사 비용 등 높은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한다.

피해자와의 합의 과정에서 당사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궁금해하는 것은 합의금의 액수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정해진 기준이 없어, 사안에 따라 다양하게 결정된다. 비슷한 사안으로 보일지라도 가해자의 경제사정, 가해자의 사회적 지위, 피해자의 경제사정 등이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일정 기준을 정한 매뉴얼을 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는 배상을 해야 하는 가해자의 입장에서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입장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성추행 피해자는 합의금을 받고도 ‘더러운 돈’이라고 생각해 죄책감을 가지는 경우가 있는데, 위와 같은 매뉴얼이 있다면 피해자들이 자신이 피해본 부분에 대하여 타당한 금액을 요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가벼운 강제추행 사안에서 가해자는 간혹 ‘피해자가 너무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한다’며 피해자와의 합의를 포기하고 차라리 벌금형을 받겠다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진정으로 범행을 반성한다면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전달하고 입장을 조율하여 합의를 시도함이 바람직하다. 벌금형도 유죄판결의 일종이므로 전과로 남게 되고, 각종 결격사유에 해당하며, 신상정보 등록대상이 되어 큰 불편을 겪기 때문이다.   

또한 가해자가 강제추행 피해자와 직접 합의를 시도하는 경우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피해자와 직접 접촉하면서 합의를 하려고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변호인이나 대리인 등을 통해서 상호간의 입장을 조율하고 합의를 진행하는 것이 추후 분쟁의 소지를 줄이고 원만한 합의를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현중 더앤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경찰대학 법학과
-사법연수원 수료
-前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現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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