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는 늘 심각한 사회문제다. 요즘에는 특히 디지털 성범죄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그 피해가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가운데, 법적·제도적인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또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호소할 곳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은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형사전문변호사를 통해 사회적인 이슈를 짚어보면서 법률, 판례, 사례 등을 함께 다루며 정확한 법률 정보를 전달하고자 한다.

준강간죄는 술을 마시고 만취하여 심신 상실의 상태에 있던 사람을 간음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다. 이때 준강간 피해자는 술로 인해 기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자신이 어떻게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사건 전후의 상황은, 심신 상실 상태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정확하게 기억하여 진술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최근 법원에서는 여러 정황을 근거로 피해자가 성관계 전후의 상황을 인식하고 의식적인 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를 나중에 기억하지 못하는 일시적 기억상실증인 ‘블랙아웃(Blackout)’ 증상일 수도 있다는 점을 근거로 준강간죄에 대해 무죄판결을 선고하는 일도 있었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억울하게 성범죄 무고죄 혐의를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직장 동료와 술을 마신 뒤 기억이 끊긴 상태에서 준강간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하였던 여성 A씨는 CCTV 화면에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모습이 없었다는 이유로 성폭행은 무혐의 처분되고, 오히려 무고로 인지되어 기소되기도 하였다.

준강간죄와 같은 성범죄 피해를 입어 상대방을 고소하려고 하는 경우 피해자가 가장 망설이게 되는 이유는 혹시라도 무고죄로 처벌받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실제로 여성가족부의 전국 성폭력 실태 조사에 의하면, 성범죄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신고하는 비율은 2013년 1.1%, 2016년 1.9%에 불과했다.

성범죄 피해자들이 무고죄 등으로 고소를 당하여 조사를 받게 된다면 또 다시 자신의 성범죄 피해사실을 수사기관에 진술해야 하고, 그 자체만으로 ‘꽃뱀’ 취급을 받게 되는 등 2차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아 큰 고통을 겪게 된다. 특히 손해배상 등 민사적인 문제까지 겹친다면,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성범죄 가해자가 결백을 입증하는 것의 난이도만큼이나 성범죄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주장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준강간 사건에서는 특히 피해자가 심신 상실의 상태였기 때문에 기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성범죄 관련 법률은 성범죄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방지하고 법률적인 조언을 제공할 수 있도록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기도 한다.

준강간 사건에서 피해자의 상태를 고려하는 부분은 상당히 주관적인 판단의 영역일 수밖에 없다. ‘심신 상실’은 법적인 판단을 거쳐야 하는데,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같은 CCTV 영상을 보더라도, 피해자가 과연 ‘만취 상태’였는지에 대한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준강간죄 피해자는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는 생각을 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자신이 동의한 것은 아닐까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술에 취한 것 자체를 잘못이라고 생각하여 자책하다가 신고를 망설이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누가 보아도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상황이었다면 이는 엄연한 범죄이다.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던 논리는 더 이상 유지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현중 더앤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경찰대학 법학과
-사법연수원 수료
-前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現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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