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는 늘 심각한 사회문제다. 요즘에는 특히 디지털 성범죄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그 피해가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가운데, 법적·제도적인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또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호소할 곳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은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형사전문변호사를 통해 사회적인 이슈를 짚어보면서 법률, 판례, 사례 등을 함께 다루며 정확한 법률 정보를 전달하고자 한다.

직장 내에서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성범죄가 사회적으로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성범죄는 직장 내에서 이루어지는 성범죄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범죄이고, 최근 촉발된 ‘미투 운동’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성범죄이다. 최근 한국성폭력상담소 통계에 의하면, 직장 내 성폭력 상담건수 295건 중 고용주와 상사로부터의 성범죄 피해 건수가 199건 즉, 64.8%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전직 도지사 안 모씨는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무죄판결을 선고 받았는데, 2심에서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은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현직 도지사였고, 피해자는 피고인을 차기 대권후보로 인식하였기 때문에 명시적인 거부의사를 표시하기 어려웠다는 것을 주된 근거로 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또한, 모 회사의 회장 A씨는 강남의 한 일식집에서 식사를 하던 중 20대 여성 직원에게 강제로 신체 접촉을 하고 인근 호텔로 끌고 가려고 한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되었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당시 피해자가 나이, 사회경험 등에 비추어볼 때, 피고인의 요구를 거절하면 일신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것을 우려하여 거부 의사를 표시할 수 없었다고 인정하였다.

위와 같은 두 유죄판결에서 가장 중점이 되었던 것이 피해자의 자유의사이다. 즉, 피해자가 과연 신체적인 접촉이나 성관계에 동의하였는지 여부이다. 일반적인 성범죄는 폭행이나 협박을 수단으로 하지만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는 가해자의 사회적, 경제적 등의 지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당시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주된 쟁점이 되고 이에 따라 유무죄가 판단된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는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성추행을 하는 것을 말하는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의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위계는 상대방을 착오에 빠뜨려 정상적인 판단을 어렵게 하는 것이고, 위력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충분한 세력에는 폭행이나 협박뿐만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포함된다. 특히 직장 내에서 상하관계 또는 업무상의 지시관계가 존재한다면 업무상의 위력이 존재하였음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직장 내에서의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우선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 문화가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문화로 변해야 하고, 이를 이용하여 신체 접촉을 하는 것이 명백한 범죄라는 인식도 확립되어야 한다. 직장 내 성범죄 근절을 위해 그 처벌의 강화라는 사후적인 조치도 중요하지만, 인식과 문화의 변화를 통해 성범죄 발생을 예방하는 근본적인 조치가 더욱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현중 더앤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경찰대학 법학과
-사법연수원 수료
-前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現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 자문위원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