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이 27일 대전 서구 상공회의소에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타이어 인수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대전을 기반으로 하는 중견 타이어 유통업체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 매각전에 공식적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타이어뱅크의 금호타이어 인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게 업계 안팎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은 27일 오전 10시 대전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타이어가 중국 더블스타에 통째로 매각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국내 기업으로서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 인수를 추진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김 회장은 "국민 여론과 노동조합, 채권단의 생각을 들어본 후 최종적으로 인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금호타이어를 경영 정상화 후 세계 5위 안에 드는 기업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타이어뱅크의 인수 추진 발표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 측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는 국내 기업들이 있는 상황에서 채권단이 해외매각 불발을 이유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타이어뱅크는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참가한 표면적 이유로 "일자리 보호와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서"를 내세웠다. 하지만 금융권과 관련 업계는 타이어뱅크의 이번 인수 추진 발표가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지적한다.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제시한 매각 협상 기한인 이달 30일까지 불과 사흘 남짓 남겨놓은 데다 타이어뱅크가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했는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타이어뱅크는 당장 3일 내로 자금 조달계획을 마련해야 하지만, 물리적 상황을 고려하면 금호타이어 인수 가능성은 높지 않다. 산은은 타이어뱅크 측으로부터 어떠한 인수 추진 계획도 전달받지 못했다. 이대현 산은 수석부행장은 "이러다 슈퍼마켓 주인도 나서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분한 자금력을 갖췄는지도 미지수다. 채권단이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 지분 45% 인수 대가로 제시한 금액은 6463억원이다. 이는 타이어뱅크의 매출 3729억원(2016년 기준)의 2배 수준이다. 또 금호타이어의 중국법인 정상화를 위해서는 7500억원대의 자금이 별도로 필요하다. 2016년도 감사보고서상의 타이어뱅크 자본금은 1억원, 자본총계는 1467억원 규모다.

일각에서는 다양한 변수가 등장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타이어뱅크가 국내 사업장만 인수하고, 해외 사업장은 더블스타로 넘기는 방안이나 자금력이 있는 국내 다른 업체와 힘을 합치는 방안도 존재한다.

다만 산은이 30일을 금호타이어의 자율협약 종료를 못 박은 만큼, 추가적인 기한 연장 가능성은 높지 않다.

타이어뱅크가 '홍보효과'를 노리고 금호타이어 인수 계획을 발표한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과거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입찰에 단독 응찰했다가 채권단이 수용하기 힘든 낮은 금액을 적어내 입찰 자체를 무산시키며 막대한 홍보효과를 얻은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타이어뱅크 관계자는 "김 회장이 이번 기자회견을 주도해서 준비했다"며 "금호타이어 인수 추진 배경이나 구체적인 경영 전략 등을 공유받지 못했다"고 말해 이 같은 주장의 설득력을 높였다.

매각전 양상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은 금호타이어 직원 설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차이 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현재 금호타이어가 전대미문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더블스타인과 금호인이 한마음 한 뜻으로 함께 노력해 협력해 나간다면, 반드시 눈부신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지역경제에 더욱 큰 공헌을 하며, 더 나아가 세계 최고의 타이어 기업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며 "독립 경영 보장과 공통 협력 발전 추진, 노조·직원들과 체결한 합의사항 존중 등을 약속한다"며 회유에 나섰다.

한편 금호타이어 자율협약이 30일 중단되면, 상장폐지를 거쳐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 회생가치가 4600억원으로 청산가치(1조원)의 절반도 채 안 되는 점을 고려할 때, 금호타이어는 회생보단 청산에 돌입하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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