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노조는 24일 광주 동구 금남로 거리에서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철회 1차 범시도민대회'를 개최했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와 생존의 갈림길에 서있다. 채권단이 매각 협상 기한으로 제시한 30일까지 불과 나흘 앞두고 있지만, 채권단과 노사간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 더욱이 제3자 인수 가능성이 제기되며 금호타이어 사태는 점입가경 양상을 보이고 있다.

26일 산업은행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조에 전직원 찬반투표를 요구했다. 또 중국 타이어 업체인 더블스타 자본을 유치할 경우 우리사주조합이나 개별 임직원에게 스톡옵션을 주고, 금호타이어가 자사주를 사들여 우리사주조합에 출연하는 등의 조건을 제시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노조의 무조건적인 더블스타 외자유치 반대 입장이 금호타이어 전체 구성원의 의견인지 확인하기 위해 찬반 투표를 조속히 실시해줄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생산직 노조는 해외자본 유치에 반대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반면, 일반 사무직은 자본 유치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찬성 입장을 전달하는 등 금호타이어 내부 의견이 갈리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노조는 산은이 제시한 스톡옵션 부여와 전직원 투표 제안을 즉각 거부했다.

양 측의 대립은 진실공방으로 비화하는 모습이다. 이 회장은 노조가 지난 23일 자본유치(해외매각)을 구도 합의했지만,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며 비판했다. 산은에 따르면 노조는 더블스타 자본유치 수용, 경영정상화·장기발전 수립 위한 미래공동위원회 구성, 자구계획 합의 내용을 담은 노사정채 공동선언문 발표 등의 내용을 구두로 합의했다. 하지만 24일 노조가 국내업체 인수 가능성을 언급하며 말을 바꿨고, 구두합의가 깨졌다는 주장이다.

반면 노조는 이 회장을 비공개로 만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합의 내용은 부인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 회장이 미래공동위원회 공동 구성을 제안한 것일 뿐, 노조가 합의한 것이 아니다"며 "공동선언문도 노·사·정·채권단 4자가 25∼27일 만나 논의를 해보고, 그 결과를 가지고 조합원 찬반투표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찬반투표에 합의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노조가 태세를 전환한 가장 유력한 이유로는 제3자 인수 가능성이 꼽힌다. 노조는 24일 열린 조합원 총파업에서 "더블스타의 인수 조건과 동일한 조건에 인수할 국내업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수를 추진하는 업체는 대전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타이어 유통업체인 타이어뱅크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이 늦은 시점에 비정상적 방법으로 (제3자 인수설을) 얘기되는 것에 우리가 발목 잡힐 수는 없다"며 "30일 이내 노사 자구안 합의와 더블스타 유치에 대한 노조 동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자율협약 절차가 중단된다. 30일이 마지막 시한이다"고 못박았다. 제3자가 인수 의사를 밝히더라도 추가적인 시한 연장은 없다는 의미다.

다만 타이어뱅크가 인수 추진과 관련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일 경우,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금호타이어 노사가 경영정상화 계획(자구안) 합의를 기한 내 도출하기 위해선 잠정안 합의, 합의 내용 설명회, 조합원 찬반투표, 조인식, 주주총회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일정을 감안할 때 늦어도 이날 안에 합의가 선행돼야 데드라인 전에 조합원 투표를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산은과 노조의 감정싸움이 격화된 점을 고려하면 기한 내 합의 도출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금호타이어 자율협약이 30일 중단되면, 상장폐지를 거쳐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 회생가치가 4600억원으로 청산가치(1조원)의 절반도 채 안 되는 점을 고려할 때, 금호타이어는 회생보단 청산에 돌입하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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