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출처=백악관>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측의 한미FTA 재협상 주장을 불식시키지 못함에 따라, 현실화된 협정문 개정 등 이에 대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3일 청와대와 정치권에 따르면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은 "한미FTA 재협상은 양국간 합의 사항이 아니다"고 했으나, 공동발표문 원문을 보면 두 정상은 "무역 균형을 확대 하기 위한(to foster expanded and balanced trade)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어 발표문은 "특히 철강 등 원자재의 전 세계적인 과잉설비와 무역에 대한 비관세 장벽의 축소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이어 공동성명 발표 직후 사라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한미 FTA를) 재협상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시작할 '특별공동위원회'를 소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별공동위원회'는 향후 한미FTA 쟁점 사안과 관련한 양국간의 논의 채널로 백악관은 '재협상을 위한 위원회'로, 청와대는 '분석·조사·평가를 위한 것'이라고 줄다리기를 벌이는 모양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정상회담 전부터 개정(amendment)을 포함해, 기존 협정에 대한 적절한 이행을 강조한 바 있어 정부가 사전에 트럼프 정부의 재협상(renegotiation) 전략에 대비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이와 함께 방미 경제사절단이 40조원 대의 선물 보따리를 풀었음에도 자유무역에서 공정무역으로, 다자간협상에서 쌍무협상으로 전환하고 있는 미국 통상기조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기업들이 40조원 상당의 고부가가치 투자를 준비한 만큼 정부가 공정무역으로의 퇴보는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못했다"며 "통상외교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오 교수는 "수출이 대기업에만 혜택을 준다는 것과 같은 편협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결국은 이런 파장을 몰고 왔다"며 "이미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금이라도 이런 측면에서 미국 정부를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정상회담 당일 미국 실무진이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Free and Fair Trade)"이라는 기존의 문구에서 'Free'라는 단어를 빼자는 요구를 해오면서 공동성명 발표가 7시간이나 지연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미·일 3개국의 다자간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무역 관계에서만큼은 쌍무적인 형태를 더 선호한다는 점을 한국 정부가 간과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미국 상무부가 이번 주 내 발표를 예고하고 있는 무역적자보고서와 관련한 대비책도 미비하다"며 "여러 업종에서 개선 요구가 한꺼번에 발생하면 도미노 현상이 발생하면서 지금도 수천억원의 FTA보전금이 지출되는 농업 분야가 가장 큰 조정 항목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공동발표문에는 철강과 원자재만이 언급돼 있으나,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 분야의 연비 규제도 핵심 논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신문·방송 등에 대한 외국인 지분 투자 허용을 비롯해 스크린쿼터제와 관련된 손실에 대해서도 미국측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