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 소재 삼호조선. 2009년 ‘무역의 날’에는 4억불 수출탑을 비롯한 사업포장까지 수상한 중견 조선업체였으나 해운 불황과 함께 닥친 수주 급감으로 2012년 파산 처리됐다. <사진 출처=삼호조선>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2조9000억원의 공적자금과 국가적 정책 지원을 받으며 법정관리를 피해간 반면 국내 중소조선사를 포함한 전체 조선해운의 위기에 대한 정부의 인식 수준은 세계 평균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대한조선학회 미래위원회 조선분과 보고서와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10년 이래 중국과 일본 조선소의 자국 선사 발주 비중은 60~70%정도를 차지했으나, 한국은 10%정도에 머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일본과 중국은 선가의 80%까지 1% 저리 금융 지원 정책 등으로 국내 발주량을 높여온 반면 한국의 유관 금융의 현실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정부가 해운과 조선의 특수성에 너무 무지한 것이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울러 한국의 해운사들이 자국 선박 보유보다는 외국의 선박을 빌려서 운영하는 기형적 형태로 발전한 것에는 조선해운의 특수성에 무지했던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2조9000억원의 공적자금과 각종 금융 지원을 받으며 법정관리를 피해간 반면 중국 조선소의 저가 공세로 1~2년 째 일감 가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3월 국내 선사인 장금상선도 중국 조선업체인 진하이중공업에 최대 20척 규모의 벌크선 발주를 추진했다"며 "정부의 각종 지원으로 10%나 더 저렴한 물량에 애국심이 드러설 자리는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반면 그리스 등 해운강국들은 역사 이래 유관금융을 발전시켜 왔으며 브렉시트 등으로 유럽이 경제 위기를 맞자 이를 벤치마킹한 일본과 중국이 추월하는 상황이다.

경제 위기에 처하기 전까지 그리스는 세계 선박 랭킹 1위, 2위 보유국이었다. 경제 규모가 한국보다 훨씬 작음에도 양질의 저리, 장기자금이 소요되는 업종의 특성을 반영한 금융 정책이 해운을 뒷받침해 왔다.

이에 따라 선박금융과 해운 전문가들이 생겨나고 금융을 이용해 선박을 일종의 자산투자로까지 활용되며 2010년에는 전세계 발주량의 50%에 육박하기도 했으나, 2015년 경제 위기와 해운 불황이 겹치며 발주량이 2014년 대비 94% 감소하는 비운을 맞게 됐다. 

바로 이를 틈타 세계 시장 선도에 나선 것이 일본과 중국이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 국가별 발주 동향에 따르면 일본의 선박 발주량은 2015년 14만GT로 급상승하며 그리스를 넘어서며 세계 1위로 등극했다. 중국이 14만GT를 기록하며 2위를 이었다. 반면 5만GT였던 한국 선사의 발주량은 3.5만GT로 급감하며 세계 4위에 그쳤다. 

조대승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수출입 비중이 매우 높은 무역대국이면서도 해운선대는 매우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조선산업이 호황 불황을 반복하는 세계 단일의 수주산업인 점을 고려해 불황기 조선사들의 재무안전성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선박금융시장의 육성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중소조선소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FLNG 등 특수선만 수주하면 모든일이 다 해결되는 것처럼 생각하니 국내 발주가 증발할 수밖에 없다"며 "수주절벽을 맞자 은행들이 조선사를 대신해 발주사에 끊어주는 선수환급보증서(RG) 발급까지 중단했던 금융당국이 대우조선을 위해서는 혈세를 투입하는 역차별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의 조선‧해운이 기형적 형태로 오늘의 위기를 맞은 것에는 정부의 책임이 크며 세계 7위의 국적선사였던 한진해운이 용선료를 감당 못해 파산하게 된 것도 이 연장선에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진해운 한 관계자는 "화주는 물론 정부에 이르기까지 수천명의 이해관계자가 연결된 정기노선을 다시 만들면 되지 않느냐 하는 것이 정부의 인식 수준이었다"며 "조선해양은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국가 기간산업이자 미래 유망 기술 산업임을 전국민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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