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옥포 조선소 도크 내부 전경 <사진 출처=대우조선해양>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자율채무조정을 위한 사채권자 집회를 이틀여 앞두고 국민연금의 독립성 논란까지 벌어지면서 당초 14일 오후 열릴 예정이었던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가 잠정 연기됐다.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어제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고 투자위원회를 개최하려 했으나 만기 연장 회사채를 국책은행이 보증하겠다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약속과는 달리 구체적인 방안이 담기지 않은 이행확약서를 보내왔다고 전했다. 

이를 잘못 해석한 언론들이 전날 오후 한때 사실상 협상 타결이라는 오보를 쏟아냈으나 일방의 기대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

당초 이동걸 회장은 지난 13일 임종룡 금융위원장과의 비공개 면담을 갖은 뒤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을 만나 50% 만기 연장분에 대해서는 국책은행 측에서 상환을 보장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사채권자들간에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할 채무조정에 기획재정부 산하 금융위가 국민연금의 투자의사 결정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 한 관계자는 "현재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보건복지부의 지휘 감독을 받는다"면서 "조직체계와 절차를 벗어난 기획재정부의 지휘 통제를 받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기금운용본부 내 투자위원회는 리스크관리와 자체 감사 기능을 가진 준법감시를 위한 기구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투자 의사 결정 과정에 금융위와 산은이 '극적인 협상 타결'이라는 무리한 기획을 펼치다보니 적법 절차가 무색해진 측면이 있다"며 "주말에도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결론을 내린 뒤 투자위원회를 개최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으냐"며 따져 물었다.  

논란이 되는 핵심 쟁점은 산업은행 차원에서 상환을 보장하겠다며 이동걸 회장이 제안한 이행확약서 인정 여부다. 

산업은행측이 전달한 이 문서는 에스크로계좌 개설을 통해 상환 가능성을 최대한 높인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에스크로계좌는 출금 제한 방식으로 회사채를 상환할 자금을 대우조선이 틈틈이 다른 곳에 빼쓰지 못하도록 떼어 놓겠다는 이른바 '전용계좌' 격이다.

하지만 이는 3년 뒤 대우조선이 정상화됐을 경우에만 유효한 약속인 만큼 국민연금 측에서는 그런 이야기는 있으나 마나하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에는 보증권이 없으며 국가 기관이 보증채무를 부담하고자 하는 때는 '국가재정법 제92조'에 따라 미리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산은측이 제시한 이행확약서에는 삼정KPMG회계법인이 실사한 결과를 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2017~2021년 2조9000억원을 한도로 신규 자금을 지원하면 2019년 12월까지 선박 건조대금으로 50% 이상 갚을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이 일종의 단기 법정관리인 프리패키지드플랜 (P플랜)으로 갈지, 금융당국의 개입이 없는 자율적 채무조정이 이뤄질지는 주말 진행 과정을 지켜봐야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조선 시황이 회복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중에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해 국내 조선업계를 빅2 체제로 재편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업황 회복 전망을 당초 예상보다 낮춰 잡았다.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추가 지원 결정 당시 이 기관 전망을 근거로 삼은 바 있어 수조원을 투입키로 한 정부의 계획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바지사장을 내세워 경영부실을 낳은 대주주가 이제는 적법 절차를 따라야 할 구조조정까지 주물러서야 되겠느냐"며 "세금을 퍼붓고 은행들에 손실을 부담시켜 덩치만 유지해봐야 빅2 체제로의 재편에 걸림돌 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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