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다시 한번 약가 인하 기조를 내비치자 제약 업계는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가 의약품 부족 사태를 겪으며 제네릭의 필요성이 증대된 만큼 약가 인하로 규제할 것이 아니라 수출역군으로 키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픽사베이·연합뉴스, 그래픽=이승준 기자]
보건복지부가 다시 한번 약가 인하 기조를 내비치자 제약 업계는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가 의약품 부족 사태를 겪으며 제네릭의 필요성이 증대된 만큼 약가 인하로 규제할 것이 아니라 수출역군으로 키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픽사베이·연합뉴스, 그래픽=이승준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정부와 제약사가 제네릭 의약품을 두고 엇갈린 시각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다시 한번 약가 인하 기조 정책을 발표하자 업계에서는 “오히려 수출역군으로 키워야 한다”면서 정부 방침이 시대착오적인 접근이라는 비판을 쏟아내는 양상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말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내놓고 올해 2월부터 적용했다. 제약 산업 및 약제비 관련 내용을 보면 치료효과가 높은 중증·희귀질환 치료제 보장성 확대에 방점이 찍혔다. 생존위협 질환을 치료하는 신약의 신속한 건보 등재도 이어가기로 하고, ‘허가-평가-협상’ 병행 실시로 건보 등재 기간을 330일에서 150일로 단축했다.

업계는 계속되는 약가 인하 기조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제약사들이 불만 삼는 부분 중 하나는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 제도’다. 이 제도는 의약품 사용이 일정 기준치를 넘어설 경우 의약품 가격을 최대 10% 인하하는 방식을 띤다. 제네릭에 더 영향이 큰바 이를 통해 정부가 신약 개발 비중을 높이려고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제약계는 오히려 세계 동향을 고려했을 때 K제네릭의 글로벌 진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슈 리포트 ‘국내 제약산업 선진화를 위한 제네릭 의약품 수출 활성화 방안’을 보면 글로벌 제네릭 시장은 2022년 약 3356억 달러 규모를 띤다. 2016년부터 연간 6.36%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지속적인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함께 조명되는 것이 글로벌 빅파마들의 사례다. 유승래 동덕여대 약학대학 교수는 “상위 5개 기업이 전체 제네릭 시장의 8.8%를 점유하고 있다”며 “글로벌 빅파마들의 주요한 초기진출 및 성장전략으로 인수합병을 통한 대형화 및 파이프라인 정비 등 효율화, 특허 도전을 통한 퍼스트 제네릭 개발, 고부가가치 제네릭 개발을 통한 차별화 등이 있었다”고 봤다.

전 세계적으로 의약품 품절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제네릭의 필요성이 증대된 점도 업계의 입장에 힘을 싣는다. OECD 가입국 대상 집계 결과,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공급부족이 나타난 의약품의 절반 이상은 신경계·심혈관계·항감염제였다. 2020년 이후에도 미국·유럽에서는 신경계·심혈관계 의약품의 품절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은 세계 최대 제약시장이면서 글로벌 신약 최초 발매국 지위를 지님에도 리도카인·부피바카인 등 다수 WHO 필수의약품의 공급부족 상황으로 공중보건 위기 및 자급화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중국도 2018년~2021년 공급부족 현황 조사 결과에서 심혈관계·신경계부터 항암제·도파민·노르에피네프린까지 필요·긴급성이 높은 약물들이 다수 품절된 것으로 나타났다.

약가 인하로 제네릭을 규제할 것이 아닌 이 같은 상황을 수출 기회요인으로 삼아야 한다는 게 업계가 토로하는 부분의 핵심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약 선진국에서는 공급부족 문제 해소를 위해 제네릭 의약품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면서 “신약개발 비중을 높이겠다는 명분으로 신약개발에 대한 지원도 없이 제네릭 약가를 깎는 현 정책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해외 사례가 부각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경우 2018년 이후 연간 200여개 이상 필수의약품 부족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는 가운데 특히 제네릭 의약품 공급 부족이 상대적으로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이를 지속적 제네릭 가격의 하락과 소수 제조업체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의존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도 기본적 진통제·항생제 품절을 겪은 스위스를 비롯해 지난 10년간 판매돼 온 제네릭 총 품목수의 26% 감소 사례가 보고됐다. 이는 중국·인도 의존도와 소수 제조업체 의존성 외에도 동일성분 최저가 참조가격제 등 과도한 규제가 제네릭 수익 악화와 공급 중단을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참조가격제는 유사 약품을 하나로 묶어 동일 금액으로 상환하는 제도다.

다만 이런 상황을 살려 수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타깃 변경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글로벌 빅파마와 단순가격 경쟁에서는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후발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력 극복을 위해서는 기술적 장벽과 개발 난도가 높은 주사제·흡입제 등 특수제형 위주로 접근하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주된 관점이다.

동시에 정부 규제 환경 개선과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유승래 동덕여대 약학대학 교수는 “국내외 규제 환경개선과 조화, G2G 협력 강화, 글로벌 유통 네트워킹 지원 등 정책적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면서 “선진 제조 및 생산인프라 지원, 해외진출 지원, 국제의약품 표준화 등 정책지원과 실질적인 수혜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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