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말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내놓고 올해 2월부터 적용했다. 그러나 제약사들은 계속되는 약가 인하 기조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사진=Freepik]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말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내놓고 올해 2월부터 적용했다. 그러나 제약사들은 계속되는 약가 인하 기조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사진=Freepik]

[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그간 계속돼 왔던 정부의 ‘약가 인하’ 일변도 정책이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러자 제약 업계에서는 “판매량이 많은 게 무슨 죄”냐면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는 분위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말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내놓고 올해 2월부터 적용했다. 계획 내 제약 산업 및 약제비 관련 내용을 보면 치료효과가 높은 중증·희귀질환 치료제 보장성 확대에 방점이 찍혔다. 생존위협 질환을 치료하는 신약의 신속한 건보 등재도 이어간다. ‘허가-평가-협상’ 병행 실시로 건보 등재 기간을 330일에서 150일로 단축했다.

그러나 제약사들은 계속되는 약가 인하 기조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제약사들이 불만 삼는 부분 중 하나는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 제도’다. 해당 제도는 의약품 사용이 일정 기준치를 넘어설 경우 의약품 가격을 최대 10% 인하하는 방식을 띤다. 약이 많이 판매될수록 약가가 깎이는 구조인바 제약사들은 수익에 직접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불만은 우려로 이어졌다. 지속적인 약가 인하 기조가 업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제네릭은 신약에 비해 약가 인하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국내 제약사들의 파이프라인은 제네릭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신약 개발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용돼 당장 파이프라인을 신약 위주로 바꾼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업계는 한 목소리로 우려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제약사 중에서 신약 개발이 주력사업인 곳은 사실상 한 곳도 없다고 볼 수 있는데 제네릭에 이렇게 패널티를 부여하는 게 과연 올바른 정책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최대 캐시카우인 제네릭의 수익창출에 제약이 걸린 상황 속에서 제약사는 마땅한 지원 없이 신약 개발의 큰 리스크를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2020년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연구개발비 재원은 자체부담이 1조8893억원으로 전체의 95.9%를 자치했다. 정부·공공 재원은 3.7%에 불과했다. 제약사들은 약가 인하에 따른 기존제품 수익성의 악화로 미래 수익률 감소가 명확한 가운데서 R&D 재원을 자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R&D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근심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라면을 팔아도 제일 잘 팔리는 품목이라고 해서 더 싸게 팔게 강제하는 정책이 없는데 국민 건강을 위해 제조되고 있는 약에 대해서는 왜 이런 정책이 붙는지 모르겠다”면서 “같은 업계 사람들끼리는 ‘제약이 많아서 제약사’라는 자조 섞인 농담을 주고받기도 한다”며 관행적 약가 인하 일변도의 현재 정책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약가 인하 기조의 실효성에도 의문 부호가 붙는 상황이다. 업계는 정부의 기조를 신약·개량신약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서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정책보고서 25호를 보면 개량신약 개발은 2016년을 기점으로 감소추세로 전환됐다. 2009년 최초 개량신약 허가 이후 2022년까지 50개사만이 개랑신약 개발 성공을 경험한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수입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불안감도 나타나고 있다. 해외에서 개발된 의약품의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또 한번 시행된 일괄 약가 인하 정책이 수입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높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2011년 80.2%였던 의약품 자급도는 2021년 들어 60.1%까지 줄었으며, 아직까지 6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두된 것이 스위스의 사례다. 2023년 6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보고서 ‘제약 강국 스위스의 의약품 공급 부족’에는 빈번한 제네릭 약가 인하로 인해 채산성 부족으로 자국 내 공급업체 철수가 있었다. 이로 인한 의약품 공급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스위스의 상황이 소개돼 있다. 유럽 전체적으로 제네릭의 26%가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자 현재 약가 인하 압박 정책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대원제약 약무팀 관계자는 “과거보다 더 낮은 수준의 약가를 취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제약사들이 연구개발 전문회사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다”며 “동시다발적으로 약가 인하 기전을 적용했을 때 어떤 문제가 가중될지 예상할 수 없는바 내용과 속도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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