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개최된 ‘의약품 수급불안정 해소 및 안정공급체계 구축을 위한 제도적 방안’ 토론회 중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29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개최된 ‘의약품 수급불안정 해소 및 안정공급체계 구축을 위한 제도적 방안’ 토론회 중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그동안 의약품 공급안정화 대응체계 마련에 대한 선제적 대응도 전략적 접근도 부재했다. 시장 기능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의약품 수급불안정 문제를 컨트롤타워 도입을 통해 공공관리의 영역으로 책임을 확대해야 한다.”

29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은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주최한 ‘의약품 수급불안정 해소 및 안정공급체계 구축을 위한 제도적 방안’에서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은 이같이 밝혔다.

이날 ‘안정공급을 위한 의약품 생산·공급체제의 공공성’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은 의료현장에서 지속되고 있는 의약품 품절사태를 지적했다. 그는 “의료현장에서의 품절사태는 2022년부터 이어지고 있다”며 “코로나19 재유행 이후 품절 이슈가 확대되면서 많은 언론에서 이를 조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사무국장이 제시한 ‘공급중단/부족 보고 의약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수급불안정 문제는 코로나 전후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 팬데믹 전에는 △2015년 31건 △2016년 10건 △2017년 103건 △2018년 107건 △2019년 110건 등으로 연평균 100건 미만에 그쳤다. 반면 팬데믹 중에는 △2020년 157건 △2021년 181건 △2022년 255건으로 평균 200건에 가깝게 상승했다. 올해도 상반기 동안만 173건을 기록해 300건을 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의약품 접근성이 제고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사무국장은 △필요하지만 아직 개발되지 않은 의약품 △높은 가격으로 인해 사용되지 못하는 의약품 △필수의약품이지만 생산·유통 문제로 공급되지 않는 의약품 △기타 절차적·행정적 이유로 사용할 수 없는 의약품을 특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의약품 공급안정화 대응체계 마련을 위한 선제적 대응과 전략적 접근이 부재한 현실을 언급했다. 이 사무국장은 “‘현장 의약품 수급모니터링 센터’와 ‘의약품 수급 불안정 개선을 위한 민관협의체’가 있지만 과거 장기품절약 문제부터 현재 수급 불안정 대응까지 공급부족, 품절에 대한 정의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의약품 공급중단·부족 보고 문제는 수급 문제를 60일 이전에 미리 식약처에 보고해야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아 마련된 체계는 큰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이 ‘의약품 수급불안정 해소 및 안정공급체계 구축을 위한 제도적 방안’ 토론회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이 ‘의약품 수급불안정 해소 및 안정공급체계 구축을 위한 제도적 방안’ 토론회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특히 시장 기능에만 맡겨둬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 사무국장의 입장이다. 그는 “건강에 필수적인 의약품일수록 환자들은 가격이 떨어지기까지 기다려서 구매할 수 없는 가격 비탄력성을 띤다”며 “의약품 효능 등에 대해 정보 비대칭성이 존재해 의약품 구매에 선택권이 제한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제약회사는 이윤을 고려해 생산성이 부족한 의약품의 제조를 중단할 수 있다”며 “소비자-기업 간 관계에 비해 환자-제약사 간의 권력은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동시에 의약품 공급 문제를 공공의 영역에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국장은 “국가는 효과적, 효율적, 형평적으로 의약품 생산·공급을 책임져야 한다”며 “전 세계 유행병 예방, 고가치료제 공급, 저가 필수의약품 공급 제한 등 의약품 접근성 보장이 개선되고 있지 않는바 국민들의 건강권 실현을 위해 의약품의 탈상품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공관리의약품 컨트롤타워 도입을 주장했다. 그는 “국가필수의약품을 넘어 공공관리가 요구되는 의약품에 대한 책임을 확대해야 한다”며 “분절적으로 관리되는 현재 의약품 관리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주도 방식의 의약품 시장에서 생산-유통-사용 전체 영역에서 선제적 개입이 필요하다”며 “상시적 민관 협의기구의 운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컨트롤타워의 기능과 역할도 제시했다. 이 사무국장은 “필수의약품에서 확대된 개념의 공공관리의약품 또는 필수의약품의 목록 관리 및 통합적 관리체계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의약품의 상시적 모니터링 및 통합정보를 이용해 수급 예측을 고도화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또 “정부 소유 생산시설을 통한 직접생산을 포함한 공급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며 “공공관리의약품 공급에 대해 정부 부처간 협치·조정과 함께 생산기술 관련 연구개발비 지원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공공관리의약품센터’라는 가칭과 함께 컨트롤타워의 방향성도 짚었다. 이 사무국장은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로 양분화돼 있는 의약품 안정공급에 대한 책임을 한 곳으로 조정해야 한다”며 “의약품 전반의 모니털이 사업 운영 및 공적 대응이 필요한 의약품의 공급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희귀의약품 등 소외질환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는 한국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공공관리의약품 전반에 대응하도록 역할을 부여하고 주관부처도 기존 식약처에서 국무총리실로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광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보험유통본부장이 ‘의약품 수급불안정 해소 및 안정공급체계 구축을 위한 제도적 방안’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정광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보험유통본부장이 ‘의약품 수급불안정 해소 및 안정공급체계 구축을 위한 제도적 방안’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반면 업계에서는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약가 인하 정책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대응했다. 패널토론자로 참석한 정광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보험유통본부장은 국내 필수의약품의 품절 원인에 대해 크게 세 가지로 짚었다.

먼저 일관된 약가 인하 정책 기조 유지가 문제라고 봤다. 정 본부장은 “정부는 1999년 실거래가 상환제도 도입에 따른 30.7% 약가 인하 이후, 2012년 약가 일괄 인하 등 약가 인하 일변도의 정책 기조를 유지해 왔다”며 “제약사들은 수익성이 악화되자 수익성이 낮은 의약품을 공급하는 대신 수익성이 높은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 왔고 이는 필수의약품 수급 불안정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원가는 상승하고 있는 반면 약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 및 주요생필품의 가격은 1999년 대비 올해 2배 이상 올랐으나, 주요의약품의 가격은 절반 수준으로 인하됐다”며 “에너지부터 포장까지 전체적인 생산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데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면 어느 기업이 이러한 고통을 감내하면서 필수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또 원료의약품의 품절로 인해 회사가 제품을 만들고 싶어도 만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정 본부장의 입장이다. 그는 “과거 우리나라는 원료의약품에 강점을 가진 국가였으나 지속적인 생산원가의 상승 및 약가의 인하 정책으로 인해 낮아진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저가의 해외 원료 사용이 늘었다”며 “원료 자급도는 계속 하락하고 있어 2022년에는 11.9%까지 떨어지는 등 이제는 두 자릿수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약가 정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재고를 주문했다. 정 본부장은 “전면적인 약가 인하는 기업 전체의 수익성을 낮아지게 하며 결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존재 이유 중 하나인 ‘국민보건’을 저해하는 필수의약품 수급 불안정과 같은 사태에 직면하게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건강보험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걱정하는 부분은 이해가 된다”면서도 “다양한 약가인하 기전이 중복적으로 작용함으로써 산업계 성장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약품 수급불안정 해소 및 안정공급체계 구축을 위한 제도적 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토론진. [사진=이승준 기자]
‘의약품 수급불안정 해소 및 안정공급체계 구축을 위한 제도적 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토론진. [사진=이승준 기자]

이 같은 약사계·업계의 의견에 대해 남후희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과장은 “약사회와 같이 협의해서 균등분배 대상 리스트를 공유할 것”이라며 “각 부처와 총력을 다해 대응하고 있으며 관련 법안도 준비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는 약가 인하만을 고려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의약품 부족 우려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알 수 있도록 신고체계를 통일하는 등의 제도를 운영 중에 있으며, 기업들도 공급을 바로 중단하기보다는 업계 현황을 공유하고 정부 지원이 필요한 부분을 함께 논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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