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담서원 오리온 경영관리담당 상무,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장. [사진=각 사] 
(왼쪽부터) 담서원 오리온 경영관리담당 상무,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장. [사진=각 사] 

[이뉴스투데이 최은지 기자] 식품업계 오너 3‧4세가 신성장 동력으로 바이오를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전 세계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바이오 및 헬스케어 분야를 강화해 기존 식품 사업과의 시너지를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2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이하 레고켐바이오)에 5500억원의 투자를 단행, 지분 25%를 확보하고 최대주주가 됐다.

레고캠바이오의 핵심 기술력은 ADC로, 항체약물결합 방식의 차세대 항암치료제로 기대받는다. 높은 치료효과를 보유한 약물을 항체에 부착한 바이오 의약품으로, 정상 세포가 아닌 종양 세포만을 표적하고 사멸시키도록 설계돼, 기존 항암제와 달리 정상 세포들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도 치료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번 인수는 오리온이 바이오 사업에서 처음 단행하는 대규모 인수합병(M&A)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즉, 오리온의 바이오 부문 경쟁력 강화에 대한 의지가 투영된 셈이다.

그간 오리온은 중국에서 산동루캉하오리요우가 대장암 체외진단 임상을 진행해왔으며, 900억 규모의 결핵백신 공장 준공을 앞두고 있다. 또 한국에서는 하이센스바이오와 협력해 치과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난치성 치과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 2상에 돌입했다. 

이러한 바이오 사업은 중장기적으로 보면, 담 회장의 장남이자 오너 3세인 담서원 오리온 상무의 주도하에 이뤄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실제 오리온은 정기 임원인사 당시 “앞으로 담 상무는 그룹 전반에 걸친 기획, 사업전략 수립 등을 비롯한 신사업 발굴 업무를 총괄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 파이프라인 리스트. [사진=CJ제일제당]
CJ바이오사이언스 파이프라인 리스트. [사진=CJ제일제당]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 실장(경영리더) 역시 그룹의 미래 사업에 대한 책임이 무겁다. 이 실장은 지난 2016년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문 관리팀장 겸 과장을 거쳐 현재 직책을 맡고 있다. 

현재 이 실장은 글로벌 식품사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향후 바이오 사업까지 영향력을 확장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CJ그룹이 새 먹거리로 바이오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이 실장이 바이오 부문에서 경험을 쌓은 바 있어서다. 

특히 CJ제일제당은 2021년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바이오기업인 천랩을 인수한 데 이어,  2022년 1월 레드바이오 독립법인인 CJ바이오사이언스을 출범하며 적극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왔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면역항암제, 소화기질환 치료제 등 15개의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용어로 사람의 몸 속에 존재하는 수십조 개의 미생물과 그 유전자를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몸무게 70kg 성인 한 명이 약 38조 개의 마이크로바이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중에서도 건강에 도움이 되는 종류를 선별해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는 개념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임상 파이프라인의 숫자는 신약 개발 기업의 경쟁력 지표로 여겨진다. 파이프라인 확보를 통해 지속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삼양라운드스퀘어 본사 전경.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삼양라운드스퀘어 본사 전경.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지난해 그룹 차원의 새 비전을 선포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과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음식과 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융복합적 사고를 바탕으로 현시대가 필요로 하는 한 단계 더 진화된 식품을 만든다’는 게 핵심 목표다. 

이를 위해 삼양라운드스퀘어는 과학기술 기반의 ‘푸드케어(Food Care)’를 언급했다. 음식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는 식푸드케어의 패러다임을 개척하고, 더 나아가 푸드케어의 개념을 소비자들이 친숙하게 경험할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대표이사의 장남이자, 오너 3세 전병우 상무 역시 CES2024에 참석해 바이오 부문을 주의 깊게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전 상무는 전략기획본부장(CSO)으로서,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과 삼양식품 신사업본부장을 겸직하고 있다. 

특히 계열사 중 삼양라운드스퀘어 내 삼양스퀘어랩(前 삼양중앙연구소)이 마이크로바이옴 등 생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개인 맞춤형 식품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한편, 식품업계가 바이오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배경에는 각 사업의 ‘전망’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점차 심화돼 식품 산업의 미래는 어려움이 예상되는 반면, 제약바이오 산업 성장성은 높게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바이오 산업을 3대 신산업으로 보고 전폭적 지원책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식품기업과의 공통점이 있어 접근성이 꽤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만큼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지만, 장기적 관점에선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판단”이라며 “최근 식품 기업들이 바이오 기업을 인수하는 것 또한 전문성 확보를 통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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