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 서울 양평동 사옥. [사진=연합뉴스]
롯데홈쇼핑 서울 양평동 사옥.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최은지 기자] 홈쇼핑업계의 위기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롯데홈쇼핑이 체질 개선을 위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기로 한 것이다.

실적 악화 흐름이 롯데홈쇼핑에 한정된 일이 아닌 만큼, 홈쇼핑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 

8일 TV홈쇼핑 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은 13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대상은 만 45세 이상 직원 중 근속연수 5년 이상의 자발적 신청자로, 목표 인원은 따로 없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롯데홈쇼핑 직원은 2년 치 연봉과 재취업 지원금, 자녀 교육 지원금을 받게 된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유통·미디어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자 경영 혁신을 통한 조직 변화 일환으로 자발적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롯데홈쇼핑은 수익성 회복에 몰두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롯데홈쇼핑은 송출수수료 협상에 난항을 겪자 지난달 일부 유료 방송 사업자에 방송 송출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홈쇼핑사가 자발적으로 방송 송출까지 중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체적으로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21일 공지사항을 통해 딜라이브 강남 케이블티브이와 방송 송출 계약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 강남 지역에서 딜라이브 강남 케이블티브이 유료 방송 시청자들은 10월 1일 자정부터 롯데홈쇼핑 채널을 볼 수 없게 된다. 

이런 결정들에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올해 2분기 매출이 2310억원, 영업이익은 20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5.2%, 92.8% 감소한 수치다.

특히 롯데홈쇼핑은 올해 업황의 어려움에 더해 새벽 방송 중단 조치까지 더해져 더 큰 타격을 받았다.

롯데홈쇼핑은 2014년 채널 재승인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임직원들의 범죄 행위를 고의로 빠뜨려 3년 재승인을 받았다. 그 결과 정부는 롯데홈쇼핑에 영업정지 6개월 처분을 내렸고, 이에 따라 지난 2월부터 6개월간 새벽 방송 시간에는 풍경 등 정지 화면에 음악만 틀어졌다. 

◇홈쇼핑 위기, 한 기업의 문제 아니다

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TV홈쇼핑의 방송 매출액 비중은 전체의 49.4%로,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졌다. 방송 매출액 비중은 2018년 60.5%, 2019년 56.5%, 2020년 52.4%, 2021년 51.4% 등으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에는 TV 시청자 수 감소가 주효했다. 실제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결과를 보면, 2018년부터 2022년 사이 연령별로 ‘일상의 필수 매체’로 TV를 꼽은 비율이 60대는 72.8%→52.5%, 50대 50.2%→31.8%, 40대 23.8%→9.2% 등으로 변화했다. 

이에 반해 TV홈쇼핑사가 케이블위성·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로부터 채널을 배정받는 대가로 매년 지불하는 송출수수료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송출수수료 규모는 1조9065억원으로 2018년(1조4304억원) 대비 33.3% 증가했다. 즉, 방송 매출 비중은 하락하지만 송출수수료는 상승한 것이다. 이에 방송 매출액 대비 송출수수료 비율도 2018년 46.1%에서 지난해 65.7%로 급상승했다.

이에 올해 2분기 기준 홈쇼핑 상위 4개사(롯데·현대·CJ·GS)의 영업이익 총합은 560억원으로 전년 동기(1065억원) 대비 반 토막(47%) 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또한 1조 2238억원에서 1조 1278억원으로 7%가량 감소했다.

각 사별로 살펴보면, CJ온스타일은 매출이 1.7% 감소한 3457억원, 영업이익은 4.2% 하락한 187억원을 기록했다. 현대홈쇼핑의 매출은 12.5% 하락한 2648억원, 영업이익은 70.3% 감소한 80억원이다. GS샵도 매출이 12.5% 줄어든 2863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5% 감소한 273억원으로 나타났다. 

◇“희망퇴직 계획 없어”

이에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홈쇼핑업계의 향후 행보에도 이목 쏠린다. 롯데홈쇼핑이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 든 만큼, 다른 업체에서도 희망퇴직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달 롯데홈쇼핑의 방송 송출 중단 결정 이후, CJ온스타일‧현대홈쇼핑의 방송 송출 중단 결정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CJ온스타일은 빠르면 10월부터 LG헬로비전의 방송 송출을 중단키로 했고, 현대홈쇼핑 또한 LG헬로비전, KT스카이라이프에 방송 송출 중단 의사를 밝혔다. 

다만 현재 홈쇼핑업계는 희망퇴직에 관해 논의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CJ온스타일, 현대홈쇼핑, GS샵 홈쇼핑 업체들은 희망퇴직 등 인적 조정과 관련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한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롯데홈쇼핑의 경우, 어려운 업황에 더해 올해 새벽 방송 중단 등 수익성 악화 요인이 두드러지면서 타개책의 일환으로 희망퇴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른 홈쇼핑사들은 모바일 사업 강화 등 수익성 회복을 위해 여러 대응책을 진행해왔고 어느 정도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별로 상황이 다르겠지만 대부분 희망퇴직을 크게 고려하지는 않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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