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유통업계입니다. 수산물 소비와 직결돼 있는 먹거리 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대응과, 실질적인 매출 불안에 떨고 있는 식품·유통업계의 표정, 식탁에서 수산물을 맞이해야하는 소비자들의 반응, 일각에서 진행되고 있는 불매운동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집중 조명합니다.<편집자 주>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하는 24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관련 뉴스 특보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하는 24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관련 뉴스 특보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최은지 기자]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가 시작되자 유통가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오염수 이슈로 해양 먹거리 불안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 관련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유통가는 해양 오염 이슈와 관련해 이미 매출 타격을 받은 전례가 있어 더욱 이번 사안에 촉각을 곤두세운 모습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났던 2011년과 일본 정부가 원전 오염수가 유출됐다는 사실을 시인한 2013년에 이미 수산물 소비 급감을 겪었던 것이다. 

실제 박준모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은 올해 국회 토론회에서 2011년 원전 사고 당시 노량진수산시장에서 3개월간 일평균 수산물 거래량이 12.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2013년 원전 오염수 누출 때는 전통시장에서 40%, 대형마트와 도매시장에서 각 20% 수준으로 수산물 소비가 줄어들었다. 

이에 이번 오염수 방류 또한 만만치 않은 타격을 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앞서 소비자 시민모임이 지난 4월 소비자 5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92.4%가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방류 시점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대형마트가 수산물 안전 강화에 나서고 있다. 서울 한 대형마트의 수산물 판매 코너. [사진=연합뉴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방류 시점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대형마트가 수산물 안전 강화에 나서고 있다. 서울 한 대형마트의 수산물 판매 코너. [사진=연합뉴스]

◇방사능 검사 강화부터 수입처 다변화까지

유통가가 소비자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안전’이다. 유통가는 내·외부기관과 손잡고 방사능 검사를 강화하고, 횟수를 늘리는 차원의 대응책들을 마련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수입처 다변화를 꾀해 소비자 식탁에 일본산 수산물이 올라갈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국내 수산물 가공 1위 업체 동원그룹은 연초부터 원재료 및 가공 완제품에 대한 방사능 분석 검사 항목을 2배가량 늘렸다. 분기별 1회 또는 연 1회였던 검사 주기 역시 매월 1회 또는 분기별 1회로 강화했다. 검사 기관도 내부 공인 기관인 식품안전센터와 더불어 외부 공인기관의 방사능 검사도 추가하기로 했다. 투 트랙 검사로 공신력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다. 

신세계푸드는 수산물 방사능 검사를 사전 실시하고 안전성이 담보된 수산물만을 매입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여기에 내부 식품안전센터와 협력사가 함께 나서 3개월을 주기로 2회에 걸쳐 고등어, 오징어, 가자미 등 국내산·수입산 상위 제품을 대상으로 카테고리별 방사능 검사를 진행키로 했다. 

삼성웰스토리는 방사능 검사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해 안전성을 확보한다. 삼성웰스토리의 경우, 이미 지난 2000년 식약처로부터 국가공인 방사능 시험 기관 인증을 받아 농수축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시행해왔다. 

일부 식자재 업체들은 “일본산 수산물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주로 노르웨이나 태평양에서 어획한 냉동 생선을 사용하고 있지만, 소비자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만큼 선제적으로 원재료 검증을 강화하겠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아워홈은 지난 4월 일반 수산물 전 품목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완료했다. 여기에 추가 검사 횟수를 늘리고 검사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가자미, 삼치, 고등어 등 냉동 어류의 경우에는 최소 4개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비축분을 확보했다. 

CJ프레시웨이는 수산물 전 품목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일부 상품은 외부 분석기관 정밀 분석을 실시한다. 또 국내 수요가 높은 대중성 어종에 대해 북유럽 등 원양산 대체 품목 수급에 주력한다. 장기적으로는 해양 환경보호 목적 지속 가능 어업 기반의 ASC, MSC 인증 수산물 유통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한 대형마트의 수산물 코너.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 대형마트의 수산물 코너. [사진=연합뉴스]

◇오염수 여파 최소화 노력···‘안심 마케팅’ 전개

소비자와 접점이 큰 유통업체들도 일찍이 안전 관리 강화에 나섰다. 곧 추석 대목이 다가오는 만큼 오염수 여파를 최소화하겠다는 게 이들의 의지다. 

먼저 신세계백화점은 수산물 전체 품목 중 대서양·지중해산 상품을 전년 대비 4배 가까이 확대했다. 국내산 굴비와 갈치, 옥돔 등은 내년 설 물량까지 사전 확보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6월 말 전점에 방사능 측정기를 구비하고 지난달부터 수산물 입고시 방사능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굴비·선어·멸치 등 대표적인 수산 품목은 추석 비축 물량을 지난 설 대비 3배 이상 확보했다.

현대백화점도 점포별로 간이 방사능 측정기를 구비해 일부 물량에 대해 안전 검사를 시행한다. 저장이 가능한 수산물은 원물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한편 수입처 다변화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대형마트는 안심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는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이미 일본 수산물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방사능 검사에 대한 결과지를 매장 매대에 붙였다. 

구체적으로 이마트는 지난 6월 말부터 주별 안전성 검사 건수를 기존보다 2배 높였다. 기존엔 검사 대상 어종 중 최대 25%를 샘플링 검사했는데 이를 최대 50%로 올린 것이다. 또 원산지 이력제 상품 확대를 위해 해양수산부와 ‘수산 식품 민간참여 이력제’ MOU를 맺었다. 

롯데마트는 올 2월부터 오염수 방류에 대비한 대응전략을 수립했다. 주요 산지에서 매장에 상품이 진열되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수산물 안전성 검사 체계를 구축한 것. 홈플러스는 국내산 수산물을 공급하는 모든 업체들에게 상품 검사서를 함께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안전이 확인된 상품만 판매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상인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안경선 기자]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상인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안경선 기자] 

◇“기업 차원 대응책, 한계 있어”

다만 유통가의 공통된 의견은 기업 차원의 대책으로는 오염수 불안감을 잠재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자체적으로 검사를 강화하더라도, 수산물 전반에 대한 기피 현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업 차원에서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고 안전하다고 강조해도, 소비자들의 인식에는 ‘방사능 검사를 강화할 정도로 위험하다’는 인식이 생길 수도 있다. 오염수 방류 자체를 문제로 인식하는 경우에는 안심시키기 역부족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오염수 방류가 개시된 날 일부 대형마트에선 수산물의 판매가 두 자릿수 이상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지금이 수산물을 먹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소비 심리가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일각에선 기업에서 수산물 안전과 관련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수록 정부 기조에 반하는 것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정부가 국산 수산물 소비 활성화에 힘쓰고 있는데, 방사능 검사를 늘리거나 수입산 다변화를 꾀하는 대책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본 오염수 방류가 이제 막 시작돼 누구도 확실하게 어떤 부정적 영향이 생겨날지 알 수 없다. 혹시 모를 가능성을 대비해 수산물 소비를 줄이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라며 “자체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수산물 포비아(공포증)으로 확산되면 실질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건 방사능 검사를 강화하거나, 비축분을 확보하고 원산지를 다양하게 하는 것 정도”라며 “정부 차원에서 국민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확실한 대책이 나와야 할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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