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유통업계입니다. 수산물 소비와 직결돼 있는 먹거리 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대응과, 실질적인 매출 불안에 떨고 있는 식품·유통업계의 표정, 식탁에서 수산물을 맞이해야하는 소비자들의 반응, 일각에서 진행되고 있는 불매운동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집중 조명합니다. <편집자 주>
지난달 24일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며 일본 불매운동을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유통업계는 소비자들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며 일본 불매운동을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유통업계는 소비자들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서병주 기자]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이뤄지며 일부 시민단체가 불매운동을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히고 있다. 이에 유통가에서는 지난 2019년의 ‘노 재팬 운동’이 다시 한번 재현될 지 지켜보고 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소비자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기업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4일 일본 정부의 방침에 따라 오후 1시부터 도쿄전략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해양 방류가 시작됐다. 이날 방류를 시작으로 향후 30년간 134만톤의 오염수가 방류될 예정으로, 올해 3만톤의 방류가 예정됐다.

◇일부 시민단체·노조 “日 불매운동으로 오염수 방류 멈춰야”

이에 국내에서는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일본 정부는 물론, 윤석열 정부에 대해 거센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오염수 투기 중단 국민행진’을 진행하는 한편, 방류가 이뤄진 당일에는 대학생 16명이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며 주한 일본대사관에 무단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에서 오염수 방류에 대한 반감이 커지자 자연스레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 역시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성명문을 통해 “일본 정부의 핵오염수 해양투기를 중단시키기 위해 일본 제품 불매 운동과 일본 여행 안가기 운동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이어 “2019년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조치에 대해 전국민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나섰던 것처럼 울산지역 8만 조합원과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일본 제품 불매와 일본 여행 안가기 운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지난달 22일에도 울산여성회와 정자활어직매장상인회 등 40여개 단체가 참여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울산공동행동 소속으로 불매운동을 예고한 바 있다. 당시 단체는 “일본 정부가 오염수 해양 투기 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포함한 일본 반대투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단체와 노조가 일본 불매운동 전개를 선언한 가운데, 커뮤니티에서도 불매운동 재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보배드림]
일부 시민단체와 노조가 일본 불매운동 전개를 선언한 가운데, 커뮤니티에서도 불매운동 재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보배드림]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도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게시글도 증가했다. 한 커뮤니티에서는 ‘일본 불매운동을 다시 확대하자‘라는 글이 1000개가 넘는 추천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이 일본 제품 및 여행에 대한 불매운동의 조짐이 보이자 관련 업계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일본이 대세인데”···여행사, 상품 구성 변경 고민도

올해 해외여행 재개 후 엔저현상에 힘입어 일본 관련 여행 상품이 주력이 된 여행사 역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포털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총 846만7898명의 여객이 일본 노선을 이용했다. 또 다가오는 추석 연휴에도 일본은 1위 관광지로 많은 선택을 받고 있는 국가다. 하나투어의 자료에 따르면 연휴 기간 동안 지역별 예약 비중은 동남아 39.1%, 일본 31.2%, 유럽 11.1%, 중국 10.5% 순으로 나타났으며 노랑풍선에서는 25.4%로 일본이 선호지역 1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추세에 일본 불매운동의 재개 가능성이 여행업계에서는 화두로 떠올랐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뚜렷한 변화는 감지되지 않은 상태”라며 “다만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점, 향후 30년간 방류가 예정된 점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여행사에서는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최소화하고자 일본 상품의 구성을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여행사 관계자는 “수산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다보니 수산물 관련 특전을 다른 내용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불매운동 재개 가능성이 제기되자 과거 2019년 ‘노 재팬’ 운동이 재현될 지 관련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 상황과 개인 가치관의 차이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불매운동 재개 가능성이 제기되자 과거 2019년 ‘노 재팬’ 운동이 재현될 지 관련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 상황과 개인 가치관의 차이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9년 ‘뜨거운 감자’ SPA업계, 경쟁 재현되나···전문가들 “글쎄”

2019년 1위 기업이 바뀔 정도로 불매 운동이 격렬했던 SPA업계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국내 SPA브랜드 탑텐을 전개하는 신성통상의 주가가 일주일동안 20% 오르며 주목받기도 했다. 신성통상은 2019년 노 재팬 운동 당시 국내 소비자에게 많은 선택을 받은 탑텐은 지난 2021년 유니클로를 제치고 SPA업계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유니클로의 경우 2019 회계연도(2018년 9월~2019년 8월) 기준 1조378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가 불매운동의 여파로 2020 회계연도 매출이 6298억원으로 감소했다. 이번 오염수 방류에 따른 불매운동 재개 가능성에 유니클로 관계자는 “별도의 입장은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의 불매운동 재개 움직임이 지난 2019년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한 국내 SPA업계 관계자는 “사실 노 재팬 운동과 현재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며 “당시에는 일본에 대한 반감이 커진 상태에서 양국 정부간의 갈등도 심화돼 불매운동의 추진력이 강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간의 갈등보다도 오염수 방류의 여파에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패션업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오염수 방류로 추진된 불매운동이 이전 노 재팬 운동과 직접 비교하기에도 무리라는 의견은 소비자 사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한 20대 소비자는 “사실 수산물처럼 직접 영향을 받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일본 관련 제품에 대한 소비를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불매운동이 활발히 이뤄진 과거에 비해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문화가 확산된 점, 국가와 제품 소비를 따로 보는 시선이 많아졌다”며 “일부 시민단체에서 불매운동 재개를 촉구해도 소비자들이 호응할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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