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여행 심리와 역대급 엔저 현상이 중첩되면서 일본행 여객수가 많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복여행 심리와 역대급 엔저 현상이 중첩되면서 일본행 여객수가 많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정희경 기자] 올해 일본 여객 실적이 중국을 크게 앞질렀다. 한일 관계 개선에 따른 노재팬(NO JAPAN) 기류 약화와 팬데믹에 따른 해외여행 보복 심리 심화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역대급 엔저현상도 일본여객 실적에 주 요인으로 꼽힌다.  

30일 국토교통부 항공포털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총 846만7898명의 여객이 일본 노선을 이용했다. 같은 기간 중국 노선을 이용한 승객은 183만7695명으로 일본 노선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항공기 운항 편수는 2배 차이밖에 나지 않는데 여객수 차이는 크게 벌어진 것이다.

일본 여객수의 고공 행진을 두고 전문가들은 크게 ‘보복 여행’과 ‘역대급 엔저 현상’을 이유로 꼽는다. 지난해 10월 약 3년만에 일본 하늘길이 개방되면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억눌렸던 여행 욕구가 폭발한 것이다. 또 지난 5일에는 엔화가 8년만에 100엔당 800원대를 기록하면서 최저치를 찍은 만큼 여행 경비 부담이 확 줄었다. 역대급 엔저 현상에 ‘N 일본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일본을 즐겨 찾는 여객수가 늘었다.

폭발적인 일본 여행 수요에 맞춰 항공사들은 노선 증편 및 프로모션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오는 9월 27일부터 부산발 일본 노선을 3년 6개월만에 재개한다.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 중·단거리 강자인 저비용항공사(LCC)도 일본 노선에서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노선 증편이 한창이다.

이색적인 신규 노선도 늘고 있다. 티웨이항공의 청주~오사카 노선처럼 국내 주요 국제공항 출발이 아닌 지방 공항에서 출발하는 노선, 제주항공의 히로시마·오이타행 노선이나 에어서울의 돗토리행 재취항 노선처럼 일본 소도시를 목적지로 향하는 노선 등 색다른 노선들로 선택지가 넓어졌다. 에어서울의 일본 할인 잡화점 ‘돈키호테’와의 제휴 할인 혜택, ‘카가와현 쿠폰북’ 이벤트, ‘명탐정 코난’ 굿즈 구입권 등 일본 노선에 특화된 프로모션들도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포털정보시스템 통계. [사진=국토부]
국토교통부 항공포털정보시스템 통계. [사진=국토부]

반면 코로나19 이후 중국 노선의 정상화는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형항공사(FSC)들은 특히 중국 노선 확장에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평균 탑승률 90%대를 자랑하는 일본 노선 대비 탑승률이 70% 이하로 떨어지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일부 중국 노선을 오히려 줄이는 추세다.

대한항공은 오는 8월 9일부터 10월 28일까지 인천~중국샤먼 노선 운항을 중단한다. 앞서 김포~베이징 노선도 중단할 계획으로, 현재는 보류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이번달 6일부터 김포~베이징 노선, 8일부터 인천~선전 노선 운항을 중단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 노선의 저실적을 두고 “한중 관계의 깊어진 골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 내내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규제 정책과 미국·일본 노선을 선택한 우리 정부 입장으로 인해 한국과 중국 사이의 관계는 얼어붙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초부터 전 세계 60개국을 대상으로 자국민의 해외 단체 여행을 허용했지만, 허용 국가에 아직 한국은 포함되지 않고 있다. 한중간의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여행이 줄면서 플라이강원 같은 중국 인바운드 여객 수를 주 타깃으로 삼는 항공사들은 생존의 위기까지 겪어야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여행객들이 중국에 갖는 이미지도 미진한 중국 여행 수요에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코로나19의 발생지라는 점이 이미지에 치명타를 줬다”며 “그 외에도 중국 시민정신, 위생, 치안, 서비스 등 여러 요소를 고루 볼 때 일본 여행보다 난이도가 높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의 반전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지난 26일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면담을 가진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한중 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이라며 “코로나 때문에 제주와 중국 관광이 어쩔 수 없이 중단됐지만, 양국의 관광이 재개될 수 있도록 제주도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항공사별 노선 확장 움직임도 나타난다. 제주항공은 마카오·베이징 노선을, 티웨이항공은 청주~옌지 노선, 10월 초부터 김포~가오슝 노선에 신규 취항하고, 에어부산은 부산∼시안·장자제·가오슝·마카오 노선을 재취항했다. 대한항공도 지난 19일 코로나19 기간 중 중단한 인천∼창사 노선 운항을 주 5회로 재개했다. 인천~우한 노선은 오는 9월 24일, 인천∼웨이하이 노선은 9월 27일 운항 재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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