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시민언론을 주장하며 지난 15일 창간된 인터넷 매체 '민들레'가 이태원 참사 유족들의 전체 동의 없이 사망자들의 실명을 공개해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민들레 홈페이지 갈무리]
자칭 시민언론을 주장하며 지난 15일 창간된 인터넷 매체 '민들레'가 이태원 참사 유족들의 전체 동의 없이 사망자들의 실명을 공개해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민들레 홈페이지 갈무리]

[이뉴스투데이 김찬주 기자] 인터넷 매체 ‘민들레’가 이태원 사망자 155명의 실명을 유족 전체의 동의 없이 공개 보도해 ‘재난보도준칙’ 위배 지적이 이는 가운데, 한국기자협회(기협)가 준칙 개정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참사 발생 때마다 사망자 명단을 공개한 정부였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자 ‘불가피한 공개’라는 주장과 ‘피해자 인권침해’라는 입장이 상충돼 준칙 해석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16일 기협 관계자는 이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유족들의 동의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명단을 공개한 것에 대해선 유감”이라면서도 “반면에 (정부 차원에서) 사회적 참사를 덮으려는 시도도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참사는 두 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정부 차원의 은폐, 축소 지적이 있다 보니 오죽하면 공개했을까 그런 생각도 든다”면서 “다만 유족 동의 없는 공개는 신중했어야 한다는 이 두 가지 판단이 상충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참사 사망자 실명공개가 기협이 제정한 재난보도준칙에 위배되는 건 사실이지만, 준칙을 지키려다 보니 참사의 실상이 상당 묻힌 부분도 있었다”면서 “굉장히 고민되는 지점들이 많아서 조만간 ‘재난보도준칙 재개정’ 토론회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전 대형 참사에서 사망자 명단이 공개된 점을 근거로 이번 사망자 명단 공개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과거 대구 지하철 참사나 세월호 참사 등 여러 참사의 경우 사망자 명단이 실시간으로 공개된 건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엔 사망자나 부상자들의 신원 확인이 주목적이란 점에서 유가족들도 동의한 사안인 만큼, 이틀 만에 신원이 전원 파악된 이번 이태원 참사와는 성격이 다른 셈이다.

이태원 참사 사망자 명단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민들레 측은 보도 내용에서 “희생자들의 실존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이름만이라도 공개하는 것이 진정한 애도와 책임 규명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유가족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게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고 밝혔다.

이후 일부 유족들이 이름을 내려달라고 요청하자 민들레 측은 10여 명의 이름을 비공개 처리했다.

유가족은 매체의 보도 행태를 ‘동의 없는 애도 강요는 언론사 이름 알리기일 뿐’이라며 탄식하기도 했다.

참사 사망자 한 유가족은 SBS에 “유가족들만큼 이 사람들이 슬프겠느냐”라면서 “유가족들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전 국민에게 애도를 강요한다는 건 본인들 언론사의 이름을 알리고자 하는 일밖에 더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심히 유감’이라는 뜻을 밝혔다.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을 통해 “세월호 참사나 대구 지하철 화재 등은 신원 확인에 많은 시간이 소요돼 실종자 명단이 먼저 작성되는 과정이 있었다”면서 “이태원 참사는 신원 확인이 단기간에 끝나 실종자 명단이 오래 관리될 필요가 없었던 측면에서 과거 사례와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터넷 언론이 유족의 동의를 받지 않고 사망자 명단을 공개한 것에 대해 정부는 심히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전했다.

한편 기협이 정한 재난보도준칙 제11조 공적 정보의 취급에 따르면 ‘피해 규모나 피해자 명단, 사고 원인과 수사 상황 등 중요한 정보에 관한 보도는 책임 있는 재난관리 당국이나 관련기관의 공식 발표에 따르되 진위와 정확성도 최대한 검증해야한다’고 명시한다.

다만 ‘당국이나 관련기관의 공식발표가 늦어지거나 발표 내용이 의심스러울 때는 자체적으로 취재한 내용을 보도하되, 정확성과 객관성을 최대한 검증하고 자체 취재임을 밝혀야 한다’고 적혔다.

여권 관계자는 “해당 매체가 친민주당 성향의 인물들이 대거 참여하는 만큼, 참사자 명단 확보 경위에 대해 상당한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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