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묵 前 전남도 녹색성장실장
임영묵 前 전남도 녹색성장실장

[임영묵 前 전라남도 녹색성장실장] ‘여우비’는 맑은 날에 잠깐 내리는 비를 말한다. 옛날 옛적에 여우를 몹시 사랑하던 구름이 있었다. 여우가 갑자기 시집을 갔다. 구름은 맑은 하늘에 날벼락 맞은 기분으로 여우를 생각하며 슬피 울었다 한다. 사람들은 이때 내리는 비를 ‘여우비’라고 불렀다고 한다.

‘여우비’는 햇빛 좋은 날 비가 내리는 현상으로 대기 높은 곳에서 강한 돌풍이 몰아치기 때문이다. 비구름은 멀리 떨어진 곳에 있으나 강한 바람으로 인해 빗방울이 구름이 끼지 않은 맑은 곳까지 오는 것이다. ‘여우비’가 내리고 나면 더운 기온을 식혀주며 더불어 곡물을 잘 자라게 해준다.

‘여우비’ 일까? 28년 동안 우리 지역에서 과학 인재들을 키우는 요람의 산실인 광주과학기술원(GIST) 사태가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표류하고 있어 GIST를 아끼는 많은 사람으로부터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본말이 전도(顚倒)되다”라는 말이 있다. 즉,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이 구별되지 않거나 일의 순서가 잘못 바뀐 상태가 되는 것을 말한다.

팩트(fact)는 이렇다. 지난 3월 GIST 노조가 학교의 인사권과 경영권에 관여하면서 촉발되었다. 노조는 정족수 10명의 인사위원회에 노조 추천 총 5명 참여를 요구했고 이를 능수능란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거절한 김기선 총장은 노조의 타깃이 된다. 노조의 말을 듣지 않는 김 총장은 무능하고 부정한 총장으로 매도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 과정에서 노조와 GIST 이사회(이사장 임수경)는 총장직을 사퇴하라고 압박을 한다.

김 총장은 자청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감사를 요청한다. “내가 떳떳하므로” 노조가 제기한 내용을 낱낱이 조사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노조의 부당한 문제점도 함께 지적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감사는 큰 지적 없이 마무리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지난 8일 김 총장은 70여 일 만에 총장직에 복귀했다.

모든 문제가 제 자리에 돌아오는 듯했으나 이번에는 임수경 이사장이 6월 22일 이사회 서울사무소에서 재적 이사 15명 중 10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이사회를 열고 김 총장에 대한 해임안을 강행했다. 이에 김 총장은 이사회 결정은 부당하므로 해임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해임의결 무효소송으로 대응하고 있다. GIST 사태가 장기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GIST 이사회 임수경 이사장의 문제 해결 능력과 리더십이 의심스럽다. 석 달이 지나고 있다. 이사장은 상처 부위를 치료하기는커녕 생채기를 더욱 내는 형국이다. 본인의 임무와 권한, 역할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이번 상황은 얼마든지 조화롭고 아름다운 봉합이 가능한데도 무리수를 두는 것은 패착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김 총장이 원하는 것은 명예회복이다. 오로지 평생을 연구에만 전념해 온 노 교수가 노조의 지나친 경영권 간섭에 맞서다가 혼자서 갖은 아픔을 감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사장은 오히려 김 총장을 격려해 주고 GIST를 잘 이끌어 가도록 힘을 실어 줘야 한다. 그것이 GIST를 사랑하는 구성원들과 동료 교수들에게 지스트를 세계적 연구중심대학으로 일군 연구자들에 대한 기본 예의이다.

광주과학기술원법에 의하면 기관의 대표는 총장이며, 법령 또는 정관에서 규정한 운영과 관리를 위해 법인이사회를 두며, 이사는 이사회에서 선임하고, 이사장은 이사회가 이사 중에서 선출하게 되어있다. GIST 이사회는 총장을 제외하고는 이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비상근이다. 주로 타지역에 거주하며 3개월에 한 번씩 이사회를 개최한다.

이러한 연유로 인해 이사들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 상황인식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김 총장과 이사장의 소리를 함께 듣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한쪽의 일방적인 의견에 함몰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대학의 중심은 총장이다. 이사장은 기관대표가 아니라 이사 중에서 선임된 의결기구의 장일 뿐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이제라도 이사장과 이사회는 총장을 중심으로 대학의 본연의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순리다.

타 국립대학 및 유사한 대학들의 정관을 살펴보면 임원의 ‘반수 이상’을 ‘내부 구성원’으로 정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대학을 잘 아는 구성원들이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이 정론이다. 마침, GIST 이사회 임원 다수에 해당하는 6명의 비상임직 이사와 비상임직 감사가 7월 말로 임기가 만료된다고 한다.

추후로는 지역을 사랑하고 과학적 식견이 높은 지역 인사와 오랫동안 지스트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적 구성원들로 이사회가 구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는 이 지역 출신이사는 15명 중 1명이라고 한다) 지스트 정관은 서울대와 같이 총장의 사임절차나 효력 발생 시기 등을 별도로 규정하기 않고 사임 의사 표시의 구체적인 내용, 방식, 동기, 경위와 사임이후의 처리방법 등에 대해 제반 규정을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사회는 이번 사태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어느 단체나 법인보다 품격 있는 높은 인격을 갖춘 단체이어야 하며 이사 또한 같은 수준의 얼굴이어야 한다. 타 서울대 등 법인과 같이 특별한 규정이 없는 틈을 타서 보이지 않는 수상한 손들이 좌지우지하여 다양한 의문이 생긴 사건들이 생겨나는 일이 없도록 지역사회에서 능동적으로 나서서 지스트의 엄격한 인사정관 제반 규정을 마련해서 감시해야 한다.

GIST 학생 및 교수, 교직원 등 대다수 구성원은 높은 곳에서 몰아치는 돌풍에 상관없이 연구중심의 특성화 대학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고 늦은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도록, 갓난아이 돌보듯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외부기고는 본보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임영묵 前 전라남도 녹색성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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