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묵 前 전남도 녹색성장실장
임영묵 前 전남도 녹색성장실장

[임영묵 前 전남도 녹색성장실장] 지난 5월 18일은 41주년 5.18 기념일이다. 40년이 넘었어도 바뀌지 않는 것이 5월 정신이다. 민주, 인권, 정의 등이 그것이다. 그 정신을 계승해 가고 미완성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 우리들의 책무이다.

사람은 일생 수십 번 바뀐다고 한다. 얼굴색과 표정, 풍채도 바뀔 수 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성격’이다. 본성이라고도 말한다. 사람들을 구성원으로 하는 조직도 마찬가지다. 구성원들의 성향, 조직 환경, 관행 등이 그 조직의 문화며 또한 전통이라고도 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국가과학기술발전과 우수과학 인재 양성이라는 목적으로 1993년에 설립된 연구중심의 이공계 대학이다. 우리나라 과학 분야의 미래를 이끌어갈 핵심 인재를 키우는 대학이다. 대학 구성원인 학생들의 학력 수준도 서울의 SKY에 비견된다.

2021년 정시모집에서 44.9대 1로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그에 따라 대학 시스템을 운영하는 구성원들의 자부심도 남다를 수밖에 없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수들의 역량 또한 국내외 과학계에서 최고를 인정받는다.

또한, 수업의 모든 과정은 영어로 진행되고 있으며 대학원 진학을 비롯한 취업률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창의력이 뛰어나고 호기심으로 가득한 괴짜들이 모여 있는 대학답게 책임감과 명예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런 GIST의 조직에서 올해 2월 초유의 사태가 있었다. 시발은 노조의 무기계약직 직원들의 입김이 커지면서 예견되었다. 노조는 기관조직 운영의 민주적 운영과 견제감시, 노조원의 복지향상 노력 등 긍정적인 면을 잘 살리면 좋지만 그 반대면 조직문화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번 사태는 기존 정직원의 임금체계와 승진에 따른 불만과 압박이 커지면서 노조 집행부는 비상식적인 결정을 한다.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인사, 경영권 관련 수위를 넘는 요구를 한다. 대학 측은 이공계 타 대학보다 원칙에 벗어난 사안을 당연히 거절했다.

노조 집행부는 이에 반발해 김기선 총장을 하루아침에 부도덕하며 비리가 있는 것처럼 상황을 이끌어간다.

이와 더불어, 최근 몇 년간 지스트가 촘촘하게 준비하며 혁신적으로 추진해 오던 일들의 반작용이 찢어지며 함께 터져 나왔다.

캠퍼스의 지역 공유 개방도, 지역 산학연 협력 사업의 우선 추진도, 행정력 고도화를 위한 멀티 플레이어 역량 강화 시도도, 지스트 공공 정보의 개방과 공유를 통한 행정 시스템 개선도, 대학과 대학원의 행정 일원화를 통한 지스트의 교육 시스템 업그레이드도, 여성 및 은퇴 인적 자원의 활성화를 활용한 캠퍼스 경쟁력 강화 프로그램도, 지역 선도산업으로서의 인공지능 연계 기술의 집중지원 사업 등이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되어 조정되고 정돈되는 과정에 있었다.

그런데, 이것들을 한 방향의 시각에서 보는, 노조 집행부의 의욕적 활동(?)으로 우리나라 최고 자랑스러운 우수집단인 전문 과학기술계 및 광주시민, GIST 명예에 큰 상처를 남겼다.

문제의 핵심은 노조 집행부가 요구하는 사안들이 정당한가? 김기선 총장에 대한 문제 제기의 내용들이 사실인가, 절차가 정당한가 등의 여부다.

침묵하던 김기선 총장은 노조 집행부에 대한 문제점을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정식 조사 요청을 했다.

과기부 감사실에서 일주일 동안 감사를 마쳤으며, 과기부 장관이 선임을 승인한 총장을 절차적 정당성 없이 졸속으로 처리해 실질적 해임을 요구한 이사회의 결정에 대한 판결도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지난 3개월간의 사태는 일응 일단락되고 있는 듯하다. GIST 대다수의 구성원들은 이번 사태의 상황을 대부분 인지하고 있다. 그러기에 성숙한 침묵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굽은 것은 바로 펴야 한다. 굽은 것을 바르게 펴려면 때리는 사람도 고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다행인 것은 학생들의 모습이다. 그 흔한 대자보 한 장 없이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 지켜보고 변화의 때를 기다릴 줄 아는 것이 그들의 성격이다. 왜냐하면 광주가 세우고 키운 자랑스러운 지스트이니까 말이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속의 세계는 총성 없는 과학기술 전쟁 중이다. GIST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키운다는 본분을 잊어서는 안 되며 흔들려서도 안 될 것이다. 성장통을 겪은 학생, 구성원, 교수가 삼위일체가 되어 다시 힘차게 나갈 때다.

지역 언론을 포함한 모든 지역 사회도, 성장통을 앓고 찢어진 상처가 아물면서 다시 성숙하는 지스트가 지역을 중심으로 국가의 경제 산업을 이끄는 과학기술 연구 및 고등교육뿐 아니라, 코로나 이후 닥칠 새로운 사회 변환을 선도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관으로서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더욱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할 중차대한 필요의 순간에 있다.

지스트 김 총장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판결이 4월 28일 예정되어 모두 초유의 관심 사항을 지켜보고 있는데 소식이 없다. 특히 우리 지역은 지난날의 낙후를 떨치고 미래로 힘차게 도약하면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값진 역사를 이어갈 소명을 가지고 있다.

올해 기념일에는 여야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과거의 행태를 반성하고 민주화운동을 훼손하지 않는 특별법 제정 등으로 독재의 정당성을 잃게 하였다. 그런 에너지가 이제는 홍콩, 미얀마 등 전 세계로 퍼저가고 있는 시기이다. 민주, 정의, 인권, 평화의 도시 광주 위상을 실현하고 있는 이때 금번 가처분신청의 판결 결과는 우리 광주시민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노조의 부당한 활동에서 초래된 지스트 이사회의 법적 절차적 판단과 최종판단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고 이를 법원의 판단을 구하도록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에서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신청하는 것을 당사자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이사회 차원에서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판결이 지체될 만큼 법원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은 광주시민은 대부분 모두 잘 알고 있다.

광주시민들은 5.18을 경험한 도시로서 정의, 민주, 평화가 무엇인지,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지역 당면문제에 대해 대처하고 실천할 것인지 어느 지역 시민보다 잘 알고 있다. 부당함, 부정의에 항의해 목숨을 바치는 시민의 용기와 감동적인 희생정신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런 마음과 정신으로 시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그러면서 냉정한 자세로 현재의 조직, 이사회, 노조 모두가 되돌아보길 바란다. 경쟁력 있고 세계적 과학 인재 양성으로 지역발전의 견인차역할을 계속해 나가 지역민들의 염원이 달성될 수 있도록 사법부도 오월 정신을 꿰뚫어보고 이에 맞는 정당한 판결을 기대한다.

/임영묵 前 전남도 녹색성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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