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타몰의 과도한 임대료와 관리비 인하는 요구하는 시위 차량이 23일  두타 건물 앞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이지혜 기자]
두타몰의 과도한 임대료와 관리비 인하는 요구하는 시위 차량이 23일 두타 건물 앞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이지혜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두타의 쇼타임이었나. 지난 3월 동대문 종합쇼핑몰 두타는 코로나19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입점상인들을 위한 상생방안으로 ‘4월 임대료 50% 인하안’을 발표해 단숨에 ‘착한 기업’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재난지원금 효과 속에 5월 매출이 반짝 상승하자 손바닥 뒤집듯 ‘5월 임대료 20% 인하'를 일방적으로 결정한 뒤 입점상인들과 협의도 없이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한 달 후를 대비하기 어려워 장사를 접는 입점상인들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남은 상인들이 두타몰과 대한상공회의소 앞에 몰려들었다.

집회차량을 마련해 지난 15일부터 두타몰 앞과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이 대한상공회 회장으로 있는 대한상공회의소 앞 양측에 피켓 시위를 실시하면서 생존권 투쟁에 돌입한 것이다.

피켓에는 ‘과도한 임대료! 코로나 사태에 상인들은 두 번 죽는다’, ‘평당 관리비 20만원! 평당 임대료 100만원, 평균 매장 규모 10평 이상으로 과도한 임대료로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등의 글귀가 적혀 있다.

실제 10평 매장으로 계산해보면, 입점상인은 월 평균 1200만원, 많게는 2000만원가량의 임관료를 부담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임대료 인하가 이뤄지긴 쉽지 않은 분위기다. 모기업인 두산그룹이 채권단 요구에 따라 두타를 7000억원에 매각을 추진 중인데, 임대료 하락은 두타의 매각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5월 임대료 인하 20% 발표후  장사를 포기하고 위약금을 지불하며 나가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 텅 빈 매장 모습. 상인회에 따르면 공실률이 40%에 이른다. [사진=이지혜 기자]
5월 임대료 인하 20% 발표후 장사를 포기하고 위약금을 지불하며 나가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 텅 빈 매장 모습. 상인회에 따르면 공실률이 40%에 이른다. [사진=이지혜 기자]

20년째 두타 매장을 운영해온 한 상인은 “두타가 잘 나가던 시절엔 프리미엄이 붙고 임관료가 높은 만큼 돈을 벌었던 것도 사실이다”며 “지금은 매출이 거의 없다시피 한 채로 매월 꼬박꼬박 임관리비만 2000만원이 나가고 직원 월급까지 해서 올해 상반기 1억원 이상 손해를 봤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얼마나 더 길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막막하다”라면서 “이런데 누가 얼마나 더 버티겠나”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상인은 “어제 짐 정리를 한 상점은 보증금 1억5000만원에서 상반기 못낸 임관료와 위약금까지 모두 제하고 나니 손에 쥔 게 500만원이더라”며 “사드랑 메르스 때는 어떻게든 함께 버텨왔는데 비슷한 처지이다 보니 눈물이 나더라”고 말했다.

두타 상인회에 따르면 지난 3월 집단 행동 이후 조용만 두타 대표가 직접 여러 상인과 만남을 갖고 상인회 활동 인정을 확약했다. 하지만 5월 임대료 협의에서는 돌연 김규대 상인회 회장과 일대일 면담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가 20% 인하안을 일방 통보했고, 6월 임대료는 상황을 보고 다시 결정하겠다는 태도였다. 일대일 면담 이후 상인회 회장은 상인회 단톡방에서도 퇴장하고 매장에도 오지 않는 등 사실상 잠수를 탔다. 그나마 기댈 수 있는 임대료 협의 요청도 이달 15일부터 시위가 시작되자 거부됐다.

두타몰 상인들은 과도한 임대료를 현실에 맞게 인하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이지혜 기자]
두타몰 상인들은 과도한 임대료를 현실에 맞게 인하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이지혜 기자]

두타 상인회 관계자는 “50% 인하안이 나왔을 때 희망을 갖고 어떻게든 버텨보겠다던 다수 상인이 5월 임대료 통보를 받고 마음을 접기 시작했다”며 “임대료를 더 높게 책정한 이유가 5월에 매출이 40% 늘었기 때문이라는데, 이 비교 기준이 코로나 직전이 아닌 가장 상황이 좋지 않았던 3월이라는 게 말이 되냐”고 되물었다.

이어 “5월 20여 곳이 나간 데 이어 이달에도 16곳이 떠날 예정인데, 공실률이 40%에 이른다”고 말했다.

남은 상인들에겐 늘어나는 공실도 부담스럽다. 누군가 점포정리 세일을 하면 이웃 상점의 매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두산 관계자는 “저희도 운영해야 하는 입장에서 무작정 상인 요구만을 들어주기 힘들다”며 “다른 쇼핑몰에 비해 더 높은 폭의 인하안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원성을 사고 있다”고 답했다.

또 “임대료 조정은 상인분들과의 협의의 대상이 아니며 회사가 상생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라며  “상인분들의 어려움을 청취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초 ‘물가 변동 등 부득이한 사유로 매출이 감소했을 경우 입점 업체가 임대료 감액을 요청하면 유통업체는 14일 안에 협의를 개시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표준계약서를 개정한 바 있다.

또 서울시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 임대료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높은 임대료를 요구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상가임차인이 원하면 적정한 임대료를 상정해주는 ‘서울형 공정임대료 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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