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윤진웅 기자] 한때 SUV 명가로 불리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던 쌍용자동차가 위기에 직면했다. 다년간 적자가 누적되는 가운데 모회사인 마힌드라그룹이 약속했던 지원금을 대폭 줄이며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다.

이렇다 할 신차를 내놓지 못하고 기존 SUV 차량에 옵션을 추가해 판매하는 정도로 연명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별다른 출구 전략는 상태로 생사의 갈림길에 선 쌍용차에 정부의 공적 자금 투입 여부가 주목된다.

경기 평택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사진=연합뉴스]

2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2017년부터 1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2819억원으로 전년보다 339.3% 증가했으며, 자본잠식률은 46.2%까지 올랐다.

쌍용차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중장기 플랜을 마련하고, 필요한 자금 대부분을 모회사인 마힌드라그룹에서 지원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마힌드라가 약속했던 2300억원에 한참을 못미치는 400억원의 운영자금만 지원키로 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쌍용차는 자구안을 앞세워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오는 7월 산은에 700억원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출구 전략이 없는 처지다.

전문가들은 쌍용차의 가장 큰 문제로 ‘미래 먹거리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차종이 SUV에 한정돼 있는가 하면 구시대적인 디젤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미래지향적인 측면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다. 하이브리드를 넘어 전기차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타사에 비해 미래 전기차 R&D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제작사는 신차를 판매해야 유지가 되는 것인데, (쌍용차는) 옵션만 하나 바꿔서 신차라고 내놓고 있는 실정”이라며 “현대, 기아차에서 경쟁력 있는 신차가 계속 나오는 만큼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굉장히 높아졌기 때문에 미래지향적인 측면에서 쌍용차가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쌍용차의 출구 전략 중 하나로 거론되는 ‘위탁생산’도 어려울 것으로 봤다. 김 교수는 “(위탁생산은) 저생산 고비용구조에서는 할 수 없다. 생산직 근로자들의 연봉이 적으면서 품질이 높아야 하는데, 이는 쌍용차의 현재 사정과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재 상황에선 쌍용차가 판매 중인 코란도, 티볼리, 렉스턴스포츠 등의 흥행 여부가 위기 타개와 직결돼 있다. 앞서 쌍용차는 지난 20일 렉스턴 스포츠 누적 판매량이 10만대를 넘어섰다고 밝히며, 올해 스포츠 브랜드의 누적 내수 판매량이 40만대를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마저도 희망 사항이 될 공산이 크다.

김 교수는 “렉스턴스포츠는 SUT(Sports Utility Truck) 차량으로 보편타당성이 있는 차종이 아니기 때문에 사는 사람도 한정돼 있고, 충성도가 높은 고객도 굉장히 적다”며 “출시된 지도 오래됐기 때문에 판매가 증대되기에는 어렵다”고 했다.

실제로 쌍용차는 이달부터 생산라인별로 1주일에 1~2일 돌아가며 쉬는 ‘순환 휴업’에 들어갔다. 코로나19로 유럽산 부품조달에 차질이 있다는 이유지만, 판매부진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처럼 쌍용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일각에선 우리나라의 생태계를 잘 알고 있는 마힌드라가 공적 자금 투입을 유도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노사분규 발생 시 노동자 프렌들리 성향을 가진 현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공적자금 투입 후에 마힌드라가 영웅처럼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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