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오른쪽)과 은성수 수출입은행 은행장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견조선사 처리방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STX 조선해양 컨설팅 결과 및 후속 처리 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STX조선해양이 자구 계획 도출에 끝내 실패하면서 법정관리의 기로에 섰다. 노조측이 따로 마련해 제시한 구조조정안에 '인력 감축' 내용이 빠진 가운데 산업은행의 최후 결정만 남겨둔 상황이다.

10일 오전 1시 20분께 STX조선 노조측은 사측과 인력 구조조정안을 제외한 고정비 절감 방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채권단은 곧바로 "노조가 실효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답변과 함께 수용 가능성을 일축했다.

현재 산업은행은 노조가 인력 구조조정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꼼수를 쓰는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자구안에 대한 노사간의 합의가 본질이 아니다"며 "기존의 요구 사항과 내용이 많이 달라진 만큼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STX조선 노조측의 구조조정안은 인력 구조조정 규모를 줄이는 대신 무급휴직과 임금·상여금 삭감을 통해 고정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반면 채권단측은 실제 최종 법정관리 신청까지 1주일 가량의 시간이 남은 만큼, 기존의 구조조정안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이 이처럼 인력감축 없는 노조의 구조조정에 부정적 시각을 가지는 것은 지난해에도 같은 내용의 노사 확약서 구조조정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채권단은 STX조선 선박 11척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해 주는 대가로 "고정비를 30%로 줄이겠다"는 내용의 노사 확약서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금융논리를 배제한 산업부 주도의 구조조정 의지를 천명하면서 자구안 이행은 실패로 끝났다.

이후 정부는 삼정KPMG 회계법인에 컨설팅을 의뢰하고 STX조선의 청산 가치가 존속 가치보다 높게 나오면서 채권단은 대규모 인력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STX조선을 살릴 방법은 인력을 감축하는 것 뿐"이라며 "회사를 되살릴 수 있는 기준을 마련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못을 박았다. 

노조의 요구 사항과 채권단의 입장이 이처럼 엇갈리면서 STX조선의 운명은 법정관리 신청 순간까지 줄다리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노조가 사측과의 합의를 내세우며 여론전을 펼칠 것으로 보이지만 인력구조조정 없는 합의서는 명분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STX조선 노조측은 지난 밤 회사측과 합의한 자구계획안에 대한 노조원 동의를 얻는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자구계획안이 노조 동의절차를 통과하면 대표이사와 노조위원장이 서명한 확약서를 제출할 예정이지만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측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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