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서정근 기자] 퀄컴이 차량용 반도체 업체 NXP의 인수가격을 440억 달러(약 47조2500억원)로 상향함에 따라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양상이다. 인수가격 상향은 퀄컴이 브로드컴의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를 막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브로드컴은 퀄퀌이 NXP 인수가격을 상향하면 퀄컴 인수 추진을 철회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브로드컴은 퀄컴을 인수, '통신 반도체 공룡'으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해 왔다. 양사간 합병이 성사되면 통신용 반도체를 AP와 묶어 '원 칩(One Chip)'으로 생산할 수 있고, 나아가 스마트폰·네트워크· 전장 부문까지 영향을 미치는 지각변동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돼 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20일(현지시각) 퀄컴이 NXP 인수 대금을 기존 380억 달러에서 440억 달러로 상향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퀄컴은 지난해 연말 NXP를 38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잠정 합의했으나, 브로드컴이 퀄컴의 적대적 인수합병을 추진하자 인수가격을 전격 상향한 것이다.

최근 브로드컴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도이체방크,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12개 은행으로부터  1000억달러(약109조원) 가량을 대출,  퀄컴 적대적 인수를 위한 '실탄'을 장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CVC캐피털 파트너스 등도 실버레이크와 함께 60억 달러(약 5조6000억원)를 전환사채(CB)로 브로드컴에 제공키로 했다.

지난해 11월부터 퀄컴 인수 의사를 표해 온 브로드컴은 인수가를 주당 70달러(총 1050억 달러)에서 주당 82달러(총 1210억 달러)로 올렸으나 퀄컴이 "브로드컴이 제안한 금액은 우리 가치에 턱없이 못 미친다"며 거부한 바 있다.

브로드컴이 퀄컴 인수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양사 간 합병으로 얻을 수 있는 결합 시너지가 크나크기 때문이다. 브로드컴은 통신 반도체 부문의 강자로, 위성항법장치와 블루투스 등에서 두각을 보인다. 퀄컴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반의 이동통신에 강점이 있고 통신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퀄컴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도 브로드컴에게 매력적인 자산으로 꼽힌다. 통신 반도체를 AP로 묶어 '원 칩(One Chip)' 형태로 생산하는 것도 가능하다. 양측이 보유한 제품군과 기술력, 특허를 더하면 글로벌 반도체 '빅2' 인텔·삼성전자의 아성에 도전할 발판을 마련한다.

퀄컴은 지난해 NXP를 인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NPX는 차량용 반도체시장 1위 업체로, NXP 인수를 통해 모바일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자율주행차 시장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하면 반도체 업계 뿐 아니라 스마트폰·네트워크· 전장 부문까지 연쇄적인 지각변동이 가능하다.

브로드컴이 퀄컴 인수에 목을 매는 것은 이 때문이고, 퀄컴이 거듭 브로드컴의 오퍼를 거절하는 것도 자신들이 가진 가치를 잘 알기 때문이다.

콥스 퀄컴 회장은 최근 "우리 이사회는 브로드컴의 제안이 퀄컴을 과소평가했다고 본다"며 거절 의사를 밝혔으나 브로드컴과의 대화 창구를 닫지는 않았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퀄컴이 브로드컴의 제안을 거듭 거절하자 "퀄컴이 전향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최근 권고했다. ISS는 오는 3월 6일 열릴 퀄컴 주주총회에서 브로드컴이 제안한 퀄컴 이사 후보 6인중 4인을 수용하라고 제안했다. 퀄컴 이사회는 11인의 이사진으로 구성되는데, 브로드컴이 제안한 4인을 우선 수용한 후 협상을 진행하라는 것이다. 

ISS가 양측의 '화의'를 권고했으나 브로드컴이 적대적 M&A라는 강수를 빼들자, 퀄컴은 당초 380만달러 선이었던 NXP 인수가격을 대폭 상향하며 '방어'에 나선 형국이다. 브로드컴은 "퀄컴이 NXP 인수가격을 높일 경우 퀄컴 인수를 철회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브로드컴은 NXP 인수 가격 상향 결정을 전해듣고 유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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