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제조 라인. <사진=삼성전자>

[이뉴스투데이 서정근 기자] 삼성전자가 퀄컴과의 '밀월'을 이어가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최근 양자간 크로스 라이센스 계약을 확대 체결, 삼성이 퀄컴-공정위 간의 특허소송에서 발을 뻰데 이어 파운드리 분야에서의 협력을 모바일에서 서버용 프로세서로 확대하고 5G 분야에서도 협력을 이어간다.

양자간의 밀월은 브로드컴의 적대적 인수 시도를 힘겹게 방어하고 있는 퀄컴의 행보에 힘을 실어준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22일 퀄컴과 7나노 파운드리 공정(7LPP, Low Power Plus) 기반 5G 칩 생산을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7나노 공정부터 차세대 노광장비인 EUV(Extreme Ultra Violet)를 적용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퀄컴이 14나노, 10나노에 이어 7나노까지 협력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7나노 공정은 10나노 공정 대비 면적을 40% 축소하고, 성능을 10% 향상할 수 있는 공정이다. 전력 효율도 10나노 공정보다 35% 향상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7나노 공정 기반 퀄컴의 5G 솔루션은 성능을 높이고 작은 칩 사이즈를 통해 모바일 기기 제조사들이 보다 큰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거나, 슬림한 디자인을 구현 할 수 있도록 했다.

퀄컴의 구매 총괄 수석 부사장 RK 춘두루 (RK Chunduru)는 "삼성전자와 함께 5G 모바일 업계를 선도할 수 있어서 무척 기쁘다"며 "삼성의 7LPP 공정을 적용한 퀄컴의 5G 솔루션은 향상된 공정과 첨단 칩 디자인을 통해 차세대 모바일 기기가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전략마케팅팀 배영창 부사장은 "삼성의 EUV 기술을 사용해 5G 분야에서도 퀄컴과 전략적 협력을 지속하게 됐다"며, "이번 협력은 삼성 파운드리 사업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퀄컴은 이에 앞서 세계 최초 10나노 공정 기반의 서버 프로세서 '센트릭(Centriq) 2400'을 출시하고 삼성전자를 통해 양산을 시작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파운드리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양사가 모바일 프로세서 양산에 이어 서버용 프로세서로 협업을 확대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퀄컴은 상호 특허 사용 범위를 확대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양사가 글로벌 특허권 상호 사용(cross-license) 협약을 확대하고, 협약 범위에 모바일 기기와 인프라 장비를 포함했다. 또, 퀄컴이 서울고등법원에 공정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 결정 취소 소송과 관련해 삼성이 개입을 철회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퀄컴이 통신용 칩 공급을 빌미로 삼성·애플 등 휴대폰 제조사에 부당 계약을 강요했다고 보고 지난 2016년 12월 1조311억원 규모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퀄컴은 이에 불복, 지난해 2월 시정명령 집행정지 신청을 냈으나 기각됐다. 서울고등법원에 계류 중인 과징금 결정 취소 본안 소송만 남은 상항이다.

삼성전자는 LG전자·애플 등과 함께 공정위 측 보조 참가인으로 포함돼 있었다. 보조 참가는 소송과 이해관계가 있는 제 3자가 한 쪽을 지원하기 위해 소송에 참가하는 것을 말한다. 퀄컴은 공정위 압박이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의 '로비'에 의한 것이라 파악하고 반발해왔다.

양자의 특허 제휴가 성사되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퀄컴과 삼성의 협력 강화가 퀄컴이 한국에서 불거진 반독점 분쟁을 해결하고 브로드컴 인수 시도를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퀄컴은 최근 브로드컴의 적대적 인수 시도를 방어하느라 여념이 없다. 브로드컴은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도이체방크,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12개 은행으로부터  1000억달러(약109조원) 가량을 대출,  퀄컴 적대적 인수를 위한 '실탄'을 마련했다. 퀄컴은 당초 38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차량용 반도체 업체 NXP 인수 대금을 440억 달러로 상향하며 방어에 나섰다.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가 성사되면 양사가 보유한 제품군과 기술력, 특허의 시너지 효과로 글로벌 반도체 '빅2' 인텔·삼성전자의 아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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