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대우건설 직원들과 요르단 현지 관계자들이 요르단에 설치한 연구용 원자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대우건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대우건설 매각 무산과 함께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건설 부분에서의 수모가 8년째 이어지고 있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에 716억 달러(약 80조9294억원)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으며 해외건설 수주액이 올해로 36.7% 감소했다. 이러한 부진은 지난 8일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하면서 정점을 찍으며 어두운 전망이 주식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 

지난 주 유가증권시장에서 대우건설 주가는 급락, 8% 하락한 5250원에 마감한데 이어 내림세를 지속해 9일에는 전일 대비 2.32% 내린 5060원에 마감했다. 

대우건설은 올해 초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서 장기 주문 제작한 기자재에 문제가 생긴 것을 발견하고, 지난해 4분기 실적에 3000억원의 잠재 손실을 반영했다. 영업이익은 4373억원이다.

호반건설측은 "내부적으로 통제가 불가능한 해외사업 우발 손실 등 위험요소를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 끝에 인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매각 무산으로 업계 3위의 시공 능력을 갖춘 대우가 오히려 더 좋은 인수상대를 찾을 기회를 얻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또 졸속·저가 인수라는 비판을 받아온 호반건설 역시 "홍보 효과와 더불어 이미지 실추를 막게 됐다"는 평가를 받지만, 산업은행 책임론과 함께 향후 대우조선 매각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실제 모로코 기자재 문제는 문자 그대로 갑자기 발생한 우발 손실"이라며 "위험을 앞당겨 반영하는 '빅배스' 회계기법을 적용해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반영된 것이어서 대우가 부실을 은폐했다는 주장은 터무니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또 이 관계자는 "어떤 경우에도 산업은행이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도 "우발 손실이 전체적인 부실로 비화되는 분위기에서는 건설업이 활기를 되찾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대우건설은 1997년 대우그룹 해체와 함께 구조조정을 거친 뒤 2003년 워크아웃을 졸업했으나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됐지만 금호도 거대한 공룡을 감당하지 못해 지난 2010년 경영을 포기했다.

대한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25년 협회를 관리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사건이 업계 1위였던 대우건설이 주인을 잃어버리게 된 상황"이라며 "지금 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호반과의 거래 당시보다 향후 매각대금이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1973년 대우건설주식회사로 창립된 대우건설은 1976년 해외건설 면허를 취득한 뒤 남미 에콰도르에 진출하며 국내 건설사 가운데 최초로 해외건설을 시작한 회사다. 

이어 1977년 아프리카 수단, 1978년 리비아 공사를 단행하며 1980년에는 해외건설 수출 유공상 5억불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1982년에는 해외건설 수출 30억불에 올랐다. 

또 1983년 업계 최초로 건설기술연구소를 설립해 인재사관학교로 불릴 만큼 풍부한 기술 재원을 갖췄다. 원전 관련 기술력과 시공능력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대우건설은 지난 1992년 월성원전 3·4호기를 시작으로 신월성 1·2호기 건설공사와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 1단계 건설공사를 수행했으며, 1998년 중국 진산원전에 이어 중동의 요르단 원전에 이르기까지 기술 수출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원자력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단순한 건설사가 아니라 세계 연구용 원자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만큼 국내든 해외든 하루 빨리 제대로된 경영인을 찾아주는 것이 대우건설을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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