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시에 위치한 성동조선해양 조선소 전경.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정부의 조선산업 구조조정 윤곽이 드러났다. 성동조선해양은 법정관리로 청산 절차가 유력시 된  반면, STX조선은 수리 전문 조선소로 생존할 전망이다.

정부는 오는 8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구조조정 방안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개월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주관으로 산업경쟁력 진단 조사를 진행해온 정부는 성동조선해양을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성동조선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채권단은 재무적 관점에서 이 회사의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는 점을 정부 측에 일관되게 설명해왔다"고 밝혔다.

성동조선 법정관리행에 대해 금융업계에서는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3배 더 컸다는 것을 주된 이유로 꼽는다. 하지만 조선업계는 같은 부실기업으로 알려진 STX조선과의 운명이 달라진 것에 대해 경영의 차이에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8년간 4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성동조선은 자구노력 차원에서 지난해 희망퇴직을 받아 500여명의 근로자를 내보냈다. 또 3월부터는 700여명의 노동자가 무급휴직을 해왔지만 희망퇴직이 엔지니어링 등 기술 부문에 편중되면서 계속가치를 상실했다는 분석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자구안 선행을 지속적으로 요구한 채권단에 강성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분위기가 달려졌다"며 "2006~2009년과 같은 호황은 반복되기 어려워 과거 예측 실패로 설립된 기존 조선소에 대한 구조조정은 모두가 감내할 수밖에 없는 고통"이라고 말했다. 

불과 5년전 수주잔량 기준 세계 7~8위를 달리던 성동조선에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가 설립된 것은 2013년이다. 당시 성동조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자금난을 겪어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은 후 기업개선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이었다.

금속노조는 기업개선작업 과정에서 고용불안, 임금체불, 근로조건 악화 등이 발생해 권리를 지키겠다고 나섰지만 이는 고임금·고비용 구조 고착으로 이어져 수조원의 공적자금을 낭비하게 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여기에 채권단의 신뢰도 상실해 선박수주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선수환급보증(RG) 발급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RG란 선주가 은행으로부어 지급보증을 받아 조선소 계약 미이행시 선수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즉 강도 높은 자구책 이행을 전제로 자금이 지원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성동조선 노조는 자구안 선행을 요구한 채권단에 오히려 '추가 고통분담 불가 입장' 카드를 꺼내들었다. 

반면 수리조선소로 거듭나게 된 STX조선은 지난해 7월 법정관리를 종결한 뒤 적극적인 수주전을 통해 부활을 꾀해 지난 7월 그리스 선사로부터 9900만달러 상당의 MR탱커 3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조선산업을 사양산업이라 판단한 은행권은 RG발급을 차일피일 미뤘다. STX조선이 선박을 만들면 1.5%~5.1% 손실이 난다는 것이 RG발급 지연의 이유로 알려지며, 중소조선소의 생존을 위한 몸무림을 당장의 손익분기점으로 재단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조선업계에서는 2006~2009년 같은 호황은 당분간 오기 어렵다는 지적과 함께 신규 발주가 기대되는 해양지원선(Offshore Support Vessel, OSV) 시장이 중소조선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양지원선이란 운송에서 설치, 유지보수, 해체에 이르기까지 해양플랜트와 관련된 업무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선박으로 현재 선령 25년을 넘은 해양예인특수선(AHTS)은 1200척, 해양작업지원선(PSV) 1100척에 달해 신규 발주가 기대되는 선종이다.

당시 영국의 선박매니지먼트사 조디악(Zodiac)의 조지 코완 기술·선대운영총책도 지난해 7월 본지 보도를 통해 "신조에 비해 수리가 더 어려운 분야기 때문에 한국에 국제적인 수리조선소 하나 정도는 전략적으로 건설할 필요가 있다"며 "STX가 수리조선소로 운영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STX조선소가 부산항 바로 옆에 있어서 항로 이탈 없어 좋고, 진해만에 있어 태풍 여향을 받지 않는 안전지역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렇게 될 경우 "조디악 측도 컨테이너선 수리를 주로 한국에서 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성동조선의 법정관리에 대해 정책금융의 한계가 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가부채 1200조가 넘어간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외환위기 때는 성장과정이었지만 저성장이 고착된 지금 상황에서 한계기업을 매각이 아닌 정책금융을 통해 회생시키는 것은 의미가 없어졌다"며 "기업을 살리고 죽이는 것으로부터 정부가 손을 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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