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로 넘어온 세법 개정안이 기획재정위원회에 회부되어 심사 중인 바 올해 경제부처 국정감사에서는 새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과 증세 등을 두고 여야 간의 첨예한 공방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세입예산 부수 법률안인 세법은 다른 법과 달리 정부의 정책 방향과 의지를 가장 선명하게 나타내 주는 법으로 매년 개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정권이 교체되는 시기에는 광범위한 개정이 이루어지는 것을 감안하여 올해 세법 개정안을 큰 틀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세법개정안에는 현 정부의 신념과 철학이 담겨있는 경우가 많은데 문재인 정부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소득 주도 성장론’을 제시하였다.

이는 기존의 성장 중심 경제패러다임에서 수출증가와 기업활동 증대를 통한 자연적인 낙수효과를 통하여 경제성장 및 일자리 창출을 이루려고 한 정책과는 대비가 되는 개념이다.

즉, 현 정부는 대기업 중심의 낙수효과에서 벗어나 경제성장의 주체를 가계로 보고 가계의 소득을 늘려 가계의 소비를 진작시키고 늘어난 소비를 통하여 기업의 투자를 이끄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소비자 중심의 정책을 채택한 것이다.

이 정책의 시발점은 ‘가계소득의 증가’이다. ‘가계소득의 증가’를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일자리 창출이 수반되어야만 한다. 소득 주도 성장의 사이클이 막힘없이 잘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라면 소득 및 소비의 증가를 통해 일자리 창출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겠지만 현재 멈춰있는 소득 주도 성장의 사이클을 돌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세법 개정안은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 등 소득 주도 경제성장 사이클을 원활하게 돌릴 수 있도록 윤활유 역할을 해주는 조항들이 신설·개정되었으며 이를 뒷받침할 재원의 확충을 위한 세율인상 등 증세항목을 확대하였다.

단순히 이번 세법개정이 제한적이지만 부자증세를 통해 소득재분배를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리고 소득 중심의 성장이라는 정책 기조를 세법에 반영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이번 개정안은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 소득재분배를 통하여 가계의 소득을 증가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세법개정안의 취지는 좋았으나 그 취지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 중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세 가지 비효율적인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광범위한 세율 인상

새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소득세 최고세율을 현행 40%에서 42%로 인상하는 안을 담았다.

이는 가계와 기업의 세 부담을 줄이려는 세계적인 세율인하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이다.

우선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현황을 살펴보면 2017년 현재 주택의 양도에 대해서는 과세표준에 따라 6~40%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으나 세법개정안에 따를 경우 1세대 3주택 소유자는 장기보유 특별공제가 배제되고(재산의 보유 기간에 따라 양도소득을 감소시켜주는 제도) 최고 68.2%(지방소득세 포함)의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조세법 학자들은 보통 50%의 세율을 상한세율로 인식하고 금지세율이라고 칭한다)

소득의 발생을 위해 직접적으로 노력한 주체보다 국가가 훨씬 더 많은 이득을 취하는 것은 불공평하고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소득이 위법하거나 사기 등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것이라면 관련 법률에 의거 몰수나 벌금 등 페널티를 주면 될 것이다.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국가 경제를 왜곡시키는 부동산 등의 투기수요를 근절하기 위한 방법으로 조세를 활용하는 단시안적 정책보다는 공급확대 등 시장기능 활성화에 의한 수급조절과 담보대출 규제 등 금융정책과 도시정비법 등 부동산 관련 법률을 우선적으로 보완 강화하는 것이 보다 순리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과세재원의 협소

올바른 조세체계란 과세 재원을 넓혀 최대한 많은 사람이 세금을 골고루 부담하는 개납주의를 채택하되 그 소득에 따라 차이를 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소득 상위 10%가 소득세수의 87%를 부담하는 구조다. 근로소득자의 절반 가까이가 각종 공제혜택으로 사실상 세금을 전혀 부담하지 않는 대신 세 부담이 나머지 절반 소득자에게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세수의 확충을 위해서 세율을 올리는 것보다도 우선적으로 과세 재원을 넓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소득이 조금이라도 발생한 경우 최소한의 납세의무를 지우게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고세율을 인상하는 것보다 지하경제 등 누수되는 세원을 찾아내 응능부담(각종 과세에 있어서 납세자의 부담능력에 맞게 공평한 과세를 해야 한다는 조세원칙)을 지우고 각종 비과세 공제 감면과 소득공제를 축소 내지는 재정비하여 모든 국민이 십시일반 세금을 부담하도록 하는 등 과세재원을 넓히는 것이 조세정의를 위한 올바른 정책이라 할 수 있겠다.

셋째, R&D 비용 세액공제 축소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혁신을 주도해야 할 대기업에 대한 연구 및 인력개발 세액공제율을 현행 최고 3%에서 2%로 축소하는 것은 기업의 국제경쟁력 약화는 물론, 투자의욕을 저하시켜 결과적으로 국내 산업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자원이 부족하고 수출주도형의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우리로서는 과학과 기술 향상을 위한 지원이 어느 정책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에서 발 벗고 나서서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기술을 자체개발하지 않는 이상, 기업이 자발적으로 연구 개발을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연적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연구 및 인력개발 세액공제의 혜택을 축소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경제나 산업 기술 발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다.

글을 마치며

대한민국이라는 배에는 국민이 타고 있다. 현 정부가 키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라는 항해사는 방향 및 속도를 잘 잡아야 한다.

만약 항해사가 가고 싶은 목표가 확실하더라도 급하게 키를 트는 경우 배 안의 국민들은 한쪽으로 쏠려 배가 전복될 수도 있다는 위험을 느낄 수 있다.

설령, 목표로 나아가기 위해 키를 갑자기 트는 경우라도 배 안의 손님들에게 미리 충분한 안내와 설명으로 현 상황을 자세히 알려 안심시키고 순차적으로 방향을 틀어나가는 지혜를 보여준다면 국민들의 더 많은 호응과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약력
황희곤 논설위원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세무학 석사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3과장, 서초세무서장 역임
캘리포니아 주립대 CEO과정 부원장/주임교수(現)
세무법인 다솔 부회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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