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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율 인상과 고용효과세계적 흐름 역행, 고용창출일까? 고용절벽일까?
노동시장 구조개혁 등도 병행 필요해 보여

‘도행역시(倒行逆施)’, 전국교수신문에 2013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됐던 말이다.

도행역시란 거꾸로 행하고 거슬러서 시행한다는 뜻으로 순리와 정도에서 벗어나 일을 억지로 강행하는 폐해를 지적한 말로, 당시의 교수들은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부적절한 인사와 정치퇴행을 지적하며 선정이유를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런 ‘도행역시’가 2018년 현 정부의 조세정책과 고용정책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문재인 정부는 1990년 이후 자본자유화가 본격화된 이후 세계 각국이 법인세율을 경쟁적으로 인하하기 시작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지난해 세법개정을 통해 법인세율 최고 구간을 22%에서 25%로 인상했다.

회계·컨설팅회사 KPMG 분석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전 세계 평균 법인세율은 27.5%에서 24.6%로 하락했으며 영국 10%p, 독일 8.6%p, 일본 8.4%p, 중국 8%p 등 선진국과 신흥국을 가리지 않고 법인세율 인하를 단행했다. 특히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인하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법인세율을 올리면 세수가 증가하고 정부의 재정상태도 좋아질 것 같은데 오히려 선진국들은 왜 법인세율 인하를 추진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법인세율을 낮춤으로 더 많은 자본과 기업을 자국으로 유치하도록 해 고용을 창출하고 나아가 시장경제활성화를 통해 국민소득을 증대하고 점진적으로 세수를 원활히 확보하기 위함이다.

국가 간 자본 이동에 제약이 사라진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기업은 당연히 저렴한 인건비 등 원가절감과 다양한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 기업하기 좋은 국가를 찾아가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국(自國)보다 세율이 낮게나 인건비가 저렴해 기업환경들이 좋은 외국으로 본사와 생산기지를 옮기게 된다.

이에, 세계적 추세인 ‘낮은 법인세율’은 좋은 조건을 찾아 외국으로 나갔던 기업을 다시 자국으로 불러들이고(reshoring), 새로운 투자처를 물색하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자국의 매력을 적극 홍보해 투자를 유도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개인소득은 물론 국가의 부를 증대시키는 선순환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창출을 국정의 최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서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고 법인세율 인상을 단행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혹여 현 정권에서 일자리 창출을 기업과 민간에게 맡기지 않고 오로지 국가가 세금을 재원으로 해 단순히 공무원 수를 늘리는 방법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판단했다면 그리스의 사태를 돌아볼 때 매우 위험한 정책이 될 수 있다.

그리스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가장 손쉬운 대안으로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한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렸고 그에 따라 1980년대 30만 명 수준이었던 공무원 수는 2007년 88만 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제조업 기반이 약한 그리스에 공공 부문 비용 부담을 늘리게 돼 결국 국가부도 사태를 불러온 핵심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공공 부문 일자리를 확대해 국민 소득을 늘려주겠다던 그리스 정부 공약은 실패로 돌아갔으며 공무원 임금과 연금을 지급하느라 재정은 바닥났고, 결국 공무원 수를 줄이면서 연금까지 크게 삭감하는 등 국민을 다시 가난에 빠뜨렸다.

재정위기에 빠진 그리스는 공공부문의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2012년 20%에서 2년 새 26%로 6%p 상승시켰고 2015년에는 29%까지 세율을 끌어올렸으나 그리스 정부의 당초 의도와 달리 2012년 671억 유로에 달했던 총 세수는 2014년 643억 유로로 도리어 줄어들었으며 설상가상으로 2006년 전체 GDP 대비 1.98%였던 해외직접투자(FDI)는 2015년 0.59%까지 급락하며 수많은 기업이 그리스를 빠져나갔다.

결국 그리스에 남은 것은 높은 실업률과 그것을 상회하는 청년실업률, 그리고 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뿐이었다.

현 정부가 고용 창출을 위해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고 그에 따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법인세율 인상 조치는 국가부도 위기에 봉착했던 그리스 정책과 너무도 유사해 걱정이 앞선다.

얼마 전 한국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한·미간 법인세율 역전에 따른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법인세 인상으로 인해 투자는 연평균 4.9%씩 줄고 일자리는 연간 10만5천개씩 사라질 것이며 연간 자본소득은 1.9%, 근로소득은 1.5%씩 감소하면서 가계소득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의 투자촉진과 외자유치를 위해 법인세율 인하와 노동시장 유연화에 나서는 것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31년 만에 법인세율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인하한 미국은 대규모 감세 정책 영향으로 약 3500억 달러(약380조원)의 해외자산이 미국 본토로 이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감세정책에 힘입어 애플은 향후 5년간 380조원을 투자하고 직접 고용인력도 2만 명을 늘리기로 했으며, 월마트와 AT&T, 피아트클라이슬러 등도 직원의 임금인상과 보너스 지급, 신규투자 확대 계획을 연이어 밝혔다.

프랑스 또한 지난 1월 22일 마크롱 대통령이 앞장서 구글, 페이스북, 도요타, 코카콜라 등 140개 세계유수기업 최고경영자 등을 파리 베르사이유궁으로 초청해 법인세율 인하와 노동개혁 등 과감한 친 기업정책을 적극 홍보하고 이들 대기업들은 대규모 투자계획으로 화답했다고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전 세계적인 흐름에 동참해 국내 기업의 투자촉진과 외자유치를 위해 법인세율을 인하하고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나서는 등 특단의 각오와 변신으로 진정한 일자리창출과 국민소득증대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 약력
황희곤 논설위원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세무학 석사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3과장, 서초세무서장 역임
캘리포니아 주립대 CEO과정 부원장
세무법인 다솔 부회장(現)

황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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