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의 새로운 주인을 찾기 위한 매각전이 시작된지 1년 가까이 흘렀다. 하지만 KDB산업은행 등 주채권단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우선협상대상자인 더블스타의 계속되는 갈등 속에서 인수전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왼쪽)과 금호타이어 중앙 연구소 전경.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금호타이어의 새 주인을 찾겠다는 매각 공고가 붙은 지도 1년이 다 되어간다. 하지만 금호타이어는 여전히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KDB산업은행 등 주채권단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우선협상대상자인 더블스타의 끝없는 수싸움 속에서 금호타이어 인수전은 도돌이표만 반복하며 주식매매계약(SPA)가 체결되기 전의 상황으로 돌아갔다.

이에 지난 1여년간 복잡하게 전개돼 온 금호타이어 인수과정을 되짚어 본다.

금호타이어 매각 작업은 채권단이 지난해 9월 20일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를 통해 보유 지분 6636만8844주(지분 42.01%)를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한다고 공고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같은해 11월 9일까지 진행된 매각 예비입찰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글로벌 4대 타이어 업체로 꼽히는 독일 콘티넨탈AG는 물론, 해외 타이어 회사와 해외 자동차 관련 부품회사, 해외 화학회사, 국내 재무적 투자자 등 총 10곳이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

특히 중국 기업들의 관심이 높았다. 중국은 공급과잉 문제로 공장 증설이 금지된 상황이었던 만큼, 현지에 생산공장 4개를 보유하고 있는 금호타이어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후 채권단은 같은달 16일 예비입찰에 지원한 업체 중 적격입찰차(쇼트리스트)를 선정했다. ▲링롱타이어 ▲더블스타 ▲지프로 ▲상하이에어로스페이스인더스트리코퍼레이션(SAIC) 등 중국 기업 4곳과 인도의 아폴로타이어 총 5개 업체로, 이들은 본입찰에 참가할 자격을 획득했다.

특히 SAIC는 예비입찰에서 최고가인 약 9900억원를 제시하며 유력 인수 후보로 부상했다. 나머지 4개 업체들도 8000억원 이상의 금액을 써냈다.

그간 업계에서는 금호타이어 인수 가격이 7000억원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약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해 왔다.

채권단은 약 2개월 가량의 실사를 마친 뒤 올해 1월 12일 금호타이어 매각 본입찰이 진행됐다. 본입찰에는 ▲링동타이어 ▲인도 아폴로타이어가 불참했다.

채권단은 본입찰 결과 우선협상대상자로 더블스타를 낙점했다. 더블스타는 1조원에 가까운 인수가를 써냈다. SAIC와 비슷한 가격대지만, 비가격 요소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종합점수 1위를 기록했다. 더블스타는 글로벌 순위 30위의 타이어 업체로, 글로벌 13~14위권에 머물고 있는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시 단숨에 10위권으로 뛰어오를 수 있다.

채권단은 3월 13일 더블스타와 9550억원 규모의 SPA을 체결했고 매각 절차는 본궤도에 오르는 듯 보였다.

하지만 '금호그룹 재건'의 꿈을 품고 있는 박 회장에게 우선권이 있었다. 우선매수청구권은 우선협상대상자에 앞서 최종 입찰가보다 1원이라도 더 내면 회사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다. 박 회장은 2009년 금호타이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최대 주주 자리를 채권단에게 넘겼고, 대신 채권단으로부터 우선매수권을 받았다.

금호타이어 매각전은 이 때부터 장기화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박 회장과 채권단의 한치 양보 없는 신경전이 본격화 된 것이다.

당초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 행사 기한은 4월 13일까지였다. 채권단은 더블스타와 SPA를 체결한 다음날인 3월 14일 박 회장 측에 이 같은 계약 내용을 통보했다. 우선매수권 행사 기한은 우선매수권 조건을 통보 받은 시점으로부터 30일 후다.

하지만 박 회장 측은 채권단이 SPA를 발송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이후 채권단은 SPA를 발송했고 박 회장이 이를 받은 20일을 통보 시점으로 계산하면서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기한은 4월 19일로 확정됐다.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약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박 회장은 컨소시엄 구성을 요구했지만, 채권단은 우선매수권이 박 회장 개인에게만 부여된 것이라며 컨소시엄을 불허했다.

양 측간 치열한 공방전이 계속되자 채권단은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3월 29일 채권단은 ▲컨소시엄 형태로 우선매수권 행사(1안) ▲우선매수권 행사 기한 내 구체적이고 타당성 있는 컨소시엄 구성 방안 제출시 재논의(2안) 등 2개의 안건을 논의하고 1안은 부결시키는 대신, 2안을 가결시켰다.

컨소시엄 구성을 무조건적으로 허용할 수 없는 만큼, 우선 박 회장이 제출한 컨소시엄 구성안의 내용에 따라 허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박 회장 측은 "컨소시엄 허용 안건은 부결시키고 한편으로는 자금계획서를 제출하면 추후 허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율배반적인 결정"이라며 강력하게 항의했고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기한이 끝나기 직전인 4월 18일에 매각 불참과 우선매수권 포기 의사를 밝혔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했지만, 금호타이어 상표권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이다. 박 회장과 채권단은 상표권 조건을 놓고 또다시 팽팽한 줄다리기에 들어갔다.

박 회장은 금호 상표권 사용료에 대해 연매출액 0.5%의 사용 요율, 사용 기간 20년을 제시했다. 반면 더블스타와 채권단은 '사용요율 0.2%, 사용기간 5+15년'을 매각 종결을 위한 선결 요건으로 요구했다.

양 측은 2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한발도 물러설 수 없다는 식의 강경한 입장을 보이며 첨예한 대립을 이어갔다. 결국 채권단은 박 회장이 요구한 원안을 받아들기로 결정했다. 금호산업과 더블스타가 각각 주장한 상표권 사용 요율과 차액(최대 2700억원)은 채권단이 매년 보존해 주기로 했다.

금호타이어 매각 마무리에 속도가 붙는 듯 했지만, 예상치 못했던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더블스타가 최근 금호타이어의 실적이 부진하다는 이유를 들어 매각가를 종전 9550억원에서 8003억원으로 약 1547억원 가량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더블스타는 채권단과 우선협상 계약을 맺으면서 매매계약 종결 시점인 9월 23일까지 금호타이어 실적이 악화될 경우 SPA를 철회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금호타이어가 올해 상반기 507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하자 더블스타는 계약 해지 대신, 가격 인하를 제시했다.

더블스타의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하기로 결정한 채권단은 28일 중국으로 건너가 더블스타와 금호타이어 인수가 인하 협상을 진행 중이다. 가격 인하와 관련된 세부 조건이 명확해지면 채권단과 더블스타는 약 5개월 만에 다시 SPA를 쓰게 된다.

SPA가 새롭게 쓰일 경우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이 부활하게 되는 만큼, 금호타이어 매각 판이 완전히 뒤집히게 된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의 매각가를 낮춘 상황이어서 지난 3월과 마찬가지로 박 회장의 컨소시엄 허용을 불허하기는 힘들 것이란 업계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박 회장이 복수의 재무적 투자자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할 경우, 8000억원의 '실탄'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정치권과 노동계, 시민사회단체에서 해외 부실 매각, 기술력 먹튀 등을 우려하며 금호타이어를 국내 자본에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실적을 문제 삼아 SPA를 해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이야기하며 박 회장 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계약금은 매각 대금의 10%인 800억원 내야한다. 이후 약 5개월 동안 인수 대금을 전부 납입하면 매각이 종료되고 박 회장은 '금호 그룹 재건'의 마지막 퍼즐인 금호타이어를 손 안에 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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