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김현석 사장이 서초동 삼성전자 다목적홀에서 2세대 퀀텀닷 기술을 채용한 'SUHD TV' 신제품을 소개하는 모습 <사진 제공=삼성전자>

[이뉴스투데이 김정우 기자] 소비자 A씨는 최근 큰맘 먹고 프리미엄급 TV를 새로 장만하기 위해 전자제품 매장에 들렀다. 10년 연속 전 세계 TV 판매 1위라는 삼성전자의 ‘SUHD TV’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LG전자의 ‘OLED TV’가 눈에 들어왔다.

매장 직원에게 차이점을 물어보자 OLED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이며 삼성전자는 아직 OLED TV를 만들지 못해 ‘퀀텀닷’이라는 디스플레이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A씨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세계 TV 시장을 양분하다시피 하고 있는 삼성과 LG의 제품이 완전히 다른 기술을 내세우고 있으며 더욱이 ‘세계 1위’라는 삼성전자가 차세대 TV라는 OLED 제품을 아예 만들지 않는 이유도 궁금했다.

지난달부터 많은 언론매체는 시장조사기관 IHS의 발표를 인용해 지난해 삼성전자가 세계 TV시장에서 매출액과 판매량 모두 1위에 올라 10년 연속 1위를 달성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삼성전자는 2006년 처음으로 일본 소니를 누르고 TV 시장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도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지난해 처음 선보인 퀀텀닷 디스플레이의 2세대 기술이 적용된 SUHD TV를 내세워 11년 연속 세계 TV 시장 1위 수성 의지를 밝혔다.

반면 LG전자에서는 OLED TV를 ‘압도적인 화질의 차세대 TV’라며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품군에는 아직 OLED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TV가 없으며 LG 측에서는 이를 삼성전자가 자사의 독점적인 ‘화이트 OLED’ 기술을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삼성전자는 “온전한 OLED TV가 구현되지 않은 시점에서 굳이 섣부르게 불완전한 제품을 선보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OLED TV에는 아직 문제점이 많으며 퀀텀닷 디스플레이가 화질 면에서 이를 능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OLED TV는 ‘차세대 TV’일까… “아직 과도기”

OLED는 유기발광다이오드로도 불린다. 유기물질로 RGB(적색·녹색·청색) 색상을 구현해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로 백라이트에서 빛을 쏘고 컬러필터를 통과해 색상이 만들어지는 기존 LCD 디스플레이와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진다.

덕분에 백라이트 등이 필요 없어 구조가 단순해지고 공정 온도가 낮아 플라스틱 기판 사용이 용이해 플렉시블(휘어지는) 디스플레이 구현 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도 LG전자는 OLED TV는 백라이트가 없는 만큼 ‘빛샘현상’이 없어 ‘완전한 블랙’ 구현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OLED는 개별 화소를 끌 수 있다는 특징이 있어 무한대에 가까운 명암비 구현이 가능하다. 여기에 100만분의 1초 단위 응답속도로 동영상 잔상 문제가 없다는 점도 장점이다.

반면 OLED TV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기술적 한계도 남아있다.

먼저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OLED 디스플레이와 달리 TV에 사용되는 대화면 OLED 디스플레이는 아직 OLED 자체로 색을 구현하도록 화소를 배치하는 데 한계가 있어 기존 LCD 방식과 같이 컬러필터에 OLED 빛을 통과시켜 색을 구현한다.

즉 백색 빛을 내는 OLED 패널을 기존 백라이트 대신 사용하는 것으로 LG전자에서 자랑하는 ‘화이트 OLED’가 이것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OLED 화소가 직접 빛을 내며 색을 구현한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OLED와 기존 디스플레이의 혼합 방식이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이 적용됐지만 온전한 '차세대 TV'라고 부르기는 어려운 것이다.

또 유기물질을 사용하는 만큼 빛과 열에 약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색재현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으며 화이트 OLED의 경우 흰 빛이 약해져 전체적인 밝기가 떨어질 수 있다. 같은 화면에 오래 노출시킬 경우 해당 부분의 색이 변하는 ‘번인(Burn-in)’ 현상도 OLED의 고질적인 문제로 알려져 있다.

◆ 퀀텀닷 완성도 높이는 삼성… “OLED 추격도 가능”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이 같은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은 단계에서 OLED TV를 성급하게 출시할 이유가 없으며 오히려 SUHD TV에 적용되는 퀀텀닷(양자점) 기술의 장점이 더 많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퀀텀닷 기술이 화면 밝기와 색재현율에 더 유리하다는 것은 업계의 중론이다. LED 백라이트의 높은 휘도와 양자점의 에너지 방출 특성을 이용해 다양한 범위의 색을 단일색으로 더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퀀텀닷 디스플레이 TV의 휘도는 1000니트(nit) 수준으로 500~800니트인 OLED TV 대비 높아 시인정 면에서 유리하다.

즉 퀀텀닷의 색재현율, 밝기 장점과 어두운 부분 표현이 강점인 OLED의 명암비 구현 능력이 삼성전자 SUHD TV와 LG전자 OLED TV의 경쟁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색재현율과 명암비는 모두 화질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에게 놓칠 수 없는 부분인 만큼 두 방식의 장단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OLED와 같은 화소 단위는 아니지만 기존 LCD TV들도 LED 백라이트를 섹션별로 완전히 끄는 방식으로 빛샘현상을 최소화 하고 명암비를 최대한 높일 수 있다.

또 제조 기술의 발전으로 백라이트를 포함하면서도 충분히 얇은 디자인과 커브드 디스플레이 구현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현재까지 SUHD TV의 제품 경쟁력은 충분하다. 여기에 OLED와 달리 퀀텀닷 패널은 무기물을 사용하는 만큼 수명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실제로 지난 CES 2016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에 대한 평가는 화질로 우위를 가르기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뿐만 아니라 OLED TV는 LG전자가 시장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가격을 내리고 있음에도 아직 상대적으로 고가에 머물고 있다. 삼성전자의 65인치 SUHD TV(KS 9500)의 판매가는 699만원이며 LG전자의 시그니처 65인치 OLED TV는 1100만원, E6 시리즈는 940만원이다.

이 같은 이유로 아직 LG전자의 OLED TV 판매량의 대부분은 UHD이 아닌 풀HD 모델이다. 현재까지는 UHD 콘텐츠 비중이 높지 않지만 UHD 콘텐츠의 확대에 따라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 TV를 사용하면서도 UHD 콘텐츠를 온전히 누릴 수 없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생길 수 있다.

삼성전자는 SUHD TV에 이 같은 ‘과도기적’ 기술을 적용하기보다 기존의 완성도를 높이고 퀀텀닷 기술의 화질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시장 수요 만족에 더 적절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퀀텀닷 기술이 삼성전자의 전유물은 아니다. LG전자도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며 이미 중국의 제조사들도 퀀텀닷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유해물질인 카드뮴을 포함하지 않는 퀀텀닷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또 삼성전자는 전 세계 스마트폰용 OLED 디스플레이 시장의 90% 이상을 선점하고 있는 만큼 대형 OLED에서도 투자가 따라준다면 충분히 선두주자를 추격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OLED TV 시장이 무르익었을 때 진입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며 자체 운영체제(OS) '타이젠' 등으로 강점이 있는 스마트TV 등에서 제품 경쟁력을 높여 소비자 만족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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