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정우 기자] 최근 수년간 사업 재편에 여념이 없던 삼성이 첨단 기술 도입에 분주하다. ‘알파고’ 이벤트로 집중 조명을 받은 AI(인공지능)에 대한 투자부터 IoT(사물인터넷), 나노 기술, 바이오 분야까지 근대 제조업의 전형적인 모습에서 탈피(脫皮)하는 모습이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 CB인사이트의 지난달 발표에 따르면 삼성이 지난 5년간 AI 부문 스타트업에 투자한 금액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투자액은 3억1000만달러로 2011년 1900만달러에 비해 10배 이상 급증했다.

삼성이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비캐리어스, 지보, 킨지 등의 스타트업에 투자한 사실을 익히 알려져 있었지만 이 외에도 이디본, 익스펙트랩스, 리액터랩, 오토메이트디인사이츠, 말루바 등 1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캐리어스의 경우 인간의 지능 형성 원리를 모사한 AI를 연구하고 있으며 지보는 가전기기 제어부터 비서, 놀이 상대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오토메이트디인사이츠나 말루바 등은 AI를 활용한 자료정리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삼성은 이 같은 스타트업들에 대한 단순한 자본 투자 뿐 아니라 공동 프로젝트 진행 등의 협업도 진행하며 자체적인 기술 역량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청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06~2015년 AI관련 특허 출원 건수는 163건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이 이처럼 AI 투자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가장 각광받고 있는 미래 산업인 ‘스마트카’의 자율주행, 스마트홈 등의 IoT 제어, 기존 스마트폰 등 모바일 서비스의 비서 서비스 등 활용 법위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이 이런 투자를 통해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분야는 ‘인텔리전트 퍼스널 어시스턴트(IPA)’로 알려졌다. 애플의 ‘시리’와 같은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의 발전된 형태로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알아서 찾고 제공하는 서비스 등을 포함한다.

IoT 생태계 조성에도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자회사 스마트싱스와 함께 선보인 IoT 허브인 ‘스마트싱스 허브’부터 스마트TV 중심의 스마트홈 구축, IoT 기술이 적용된 냉장고 등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IoT와 AI는 스마트공장 구축에도 핵심적인 부분이다. 공장 자동화를 넘어 연결을 통한 지능화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으로 삼성은 스마트공장 구축에도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삼성은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전담 지원기업으로 미래부와 협업해 지난해 119개 중소기업에 스마트공장 보급을 완료했으며 2017년까지 400개 기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같은 기술들은 미래학자들과 글로벌 IT 기업들이 제시하는 ‘미래 기술’의 핵심이자 활용 범위에 있다. 빅데이터와 뇌공학을 활용한 AI, 모바일에서 클라우드까지 모든 것을 연결하는 IoT와 같은 개념이 이에 속한다.

이 외에도 미래 기술로 각광받는 분야로 바이오, 헬스케어, 나노 기술 등이 있다. 구글과 같은 IT 기업과 미래학자들이 제시하는 미래에는 기계가 인간의 신체적 능력을 보조하는 것부터 AI와 ‘연결’ 등을 통해 인간이 생물학적 한계를 벗어나는 미래까지 포함된다.

삼성은 이 분야에도 착실하게 기반을 다지고 있다. 기존 IoT를 활용한 헬스케어 제품 개발부터 바이오에피스, 바이오로직스 2개 관련 계열사 육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에피스는 이미 바이오시밀러(복제약)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2일 바이오에피스의 자가면역질환치료제 바이오시밀러 ‘플릭사비’가 유럽의약국의 약물사용자문 위원회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유럽 진출까지 눈앞에 두고 있는 것.

삼성의 전혀 다른 분야 계열사에서 나노 기술을 활용한 사례도 나왔다. 지난달 31일 삼성물산 패션부문 브랜드 ‘빈폴’에서는 나노 가공 셔츠와 바지를 내놓았다. 나노 입자로 원단을 코팅해 음식물과 같은 이물질이 섬유에 침투하지 못하게 한 것으로 방수·오염 방지 기능을 더한 제품이다.

이 같은 사례는 의약품과 의류 제조라는 분야의 단적인 사례에 불과하지만 삼성이 그룹 전반의 기술 역량을 키우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며 이 같은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각 분야에 교차 활용이 가능해질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삼성은 이 같은 기술 역량 확보와 함께 조직 내부 문화도 기술 중심의 스타트업과 같은 형태로 전환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 선포식’을 갖고 직급에 따른 상명하복식 보고 체계와 상습적 야근 등을 바꿔 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글로벌 경쟁 체제에서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의 기술 선도 기업들과 겨뤄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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