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1일 'V10' 발표 당시 조준호 LG전자 사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이뉴스투데이 김정우 기자] LG는 지난달 26일 실시한 2016년 임원인사에서 LG전자를 3인의 각자 대표 손에 맡겼다. 그 동안 LG전자를 이끌던 구본준 회장 대신 H&A사업본부장 조성진 사장과 MC사업본부장 조준호 사장이 신임 대표로 선임돼 정도현 사장(CFO)과 다음 1년을 책임지게 됐다.

각각 생활가전과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신임 대표들에게 전문성 있는 리더십을 기대하는 인사임과 동시에 침체된 사업에 돌파구를 마련하라는 막중한 책임을 지운 것으로 볼 수 있는 조치다.

특히 상대적으로 괜찮은 실적을 거두고 있는 생활가전에 비해 악화일로를 걷는 스마트폰 사업을 맡은 조준호 사장은 마지막 기회를 얻은 모양새다. 올 3분기 LG전자 H&A사업본부는 245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반면, MC사업본부는 776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스마트폰 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조준호 사장이 MC사업본부장 자리를 지키고 대표까지 맡은 것은 LG가 그의 역할보다 전반적인 업황 악화에 실적부진의 원인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LG전자의 체질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구본준 부회장에게 책임을 묻는 대신 조준호 사장이 최종 책임을 지게 되는 그림이 그려졌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지난 5년간 수익성 뿐 아니라 첨단 IT기업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삼성전자에 주도권을 완전히 내줘버린 LG전자는 이미 에너지 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조준호 사장이 ‘배수의 진’을 치고 최선의 결과를 내야만 하는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스스로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하는 동시에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진 조준호 사장이 내년 가장 심혈을 기울이게 될 상품은 차세대 프리미엄 전략 스마트폰 ‘G5’와 격화되는 모바일 결제 시장에 던지는 출사표 ‘LG페이’다.

여태 혁신적 기술면에서 애플과 삼성전자에 한발씩 뒤쳐진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 LG전자의 다음 야심작들이 조준호 사장의 명운을 결정하게 됐다.

◆ 갈피 못 잡는 LG의 스마트폰 전략… 무책임한 실험의 연속

'LG G5' 예상도 <사진=NEXTPHONE>

올 한해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에 가장 중요한 시기임과 동시에 가장 큰 타격을 준 기간이다. 전략 스마트폰 ‘G4’와 ‘V10’이 시장에 반전을 일으키지 못한 가운데 스마트폰 수익성은 날로 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LG전자는 웨어러블 기기 등 차세대 IT시장 경쟁을 위해 스마트폰 시장에 소홀할 수 없는 입장이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성숙 단계에 이르러 소비자들이 프리미엄폰 모델 외에 중저가 모델로 눈을 돌리는 경향이 강해지고 중국 제조업체들과의 경쟁이 거세져 전반적인 수익성이 낮아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LG전자는 여전히 애플과 삼성이 벽을 치고 있는 선두주자 대열에 끼지 못하고 높은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후발주자들과의 경쟁도 녹록치 않은 입장에 처했다.

지난해 비교적 선전한 ‘G3’에 비해 올해 상반기 선보인 G4는 플래그십 모델로는 치명적일 정도로 냉담한 평가를 받았다. 익숙치 않은 그립감의 곡면 디자인과 가죽 후면 커버 등은 시장을 선도하지 못한 실험적 시도에 그쳤다.

이어 지난 10월 초 출시한 새 프리미엄 스마트폰 V10도 G4의 부족했던 부분들을 일부 개선한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두 모델 모두 성능에서 상대적 열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은 퀄컴의 ‘스냅드래곤808’ 프로세서를 탑재한 채, 획기적인 경쟁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멀티미디어 기능에만 치중한 모습을 보였다.

가장 호평을 받은 카메라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경쟁 모델들의 성능에 비해 결정적이지 않았으며 전면에 내세운 ‘전문가 모드’ 등의 기능은 다수의 일반유저에게 선택사양에 불과할 뿐이었다. V10에 탑재된 ‘듀얼 스크린’과 ‘듀얼 카메라’도 각각 단순한 보조 디스플레이와 ‘셀피’ 촬영용 기능에 그쳐 혁신보다는 흥미 위주의 구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LG전자는 피처폰 시절부터 강점을 보여 온 디자인 면에서도 갈피를 못 잡는 모습이다. 애플의 ‘아이폰 6’에 이어 삼성 ‘갤럭시 S6’ 시리즈가 메탈 유니바디(일체형 금속 소재)와 일체형 배터리를 빠르게 채용하고 고속·무선 충전 기능을 더한 데 비해 LG전자는 교체형 배터리를 유지하기 위해 가죽, 실리콘 커버 등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가죽 후면 커버의 G4의 경우 오염 문제 등이 논란이 됐으며 V10도 실리콘 커버에 측면만 메탈로 꾸며 일체형 디자인 대비 투박한 모습을 보였다.

교체형 배터리라는 장점을 지키기 위해 트렌드를 거부하고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하게 되는 제품의 본질을 잊는 시행착오를 거친 것이다. 메탈 유니바디 적용과 함께 일체형 배터리에 대한 보완책으로 충전 기능을 강화한 삼성전자의 빠른 결정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G5는 풀메탈 유니바디를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메탈 소재를 ‘진부하다’고 폄하했던 기존 입장을 뒤집기 위해 현행 아이폰이나 갤럭시보다 획기적인 디자인을 적용하고 한발 늦게 일체형 배터리 트렌드에도 따를 전망이다. 교체형 배터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이 경우 디자인 면에서 자유도가 떨어질 수 있다.

성능 면에서도 퀄컴의 새 ‘스냅드래곤820’ 프로세서 탑재와 메모리 확대로 기존 논란을 잠재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드웨어 스펙보다 사용자 경험이 중요해진 스마트폰 시장에서 역전의 변수로 작용할 여지는 크지 않다. 4K 영상을 지원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이미 소니가 최신 '엑스페리아'에 적용했음에도 큰 반향이 없는 상태다.

또한 내년 상반기에 출시됭 삼성 '갤럭시 S7'도 스냅드래곤820이나 동급 이상의 최신 '엑시노스'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개선된 디자인을 선보일 전망이며, 애플의 경우 '아이폰 7'으로 대대적인 디자인 변경을 이룰 예정이다. 여기에 삼성과 애플이 진일보한 형태의 디스플레이나 터치 기능을 구현할 가능성도 높아 여전히 G5가 갈 길이 멀다.

디자인과 성능보다 결정적인 변수가 될 부분은 ‘혁신적 기능’이나 가격이다. 여태 경쟁사보다 한발씩 늦거나 부수적인 기능에만 치중해 혁신적 기능에 대한 기대감을 땅에 떨어뜨린 LG전자는 여태 가격 면에서만 ‘혁신’의 행보를 보여 왔다.

‘슈퍼프리미엄’이라는 타이틀로 관심을 끌었던 V10도 제품 발표 당시 가장 주목 받은 내용이 80만원이 안되는 출고가였다. 오히려 이후 해외 매체에서 견고한 내구성 등을 재조명 하는 등 웃지 못할 마케팅 역량도 보여준 바 있다.

애플이 아이폰의 충성도 높은 소비자층을 기반으로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는 것과 삼성전자가 다양한 제품 라인업으로 프리미엄부터 중저가, 차별화 제품 수요까지 공략하는 데 비해, LG전자는 가격 대비 ‘그럭저럭 괜찮은’ 스마트폰을 주로 선보이며 아닌 어중간한 브랜드 위치를 지키고 있다.

이처럼 시장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상품 개발과 소극적인 전략을 거듭했음에도 LG는 조준호 사장에게 다시 기회를 줬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에게 남은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 승자독식의 모바일 페이 시장에서 LG페이의 자리는?

하드웨어 외에 LG전자 입장에서 놓칠 수 없는 시장이 모바일 결제 서비스 시장이다.

이미 ‘애플페이’와 ‘삼성페이’가 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 구도를 갖추고 구글의 ‘안드로이드페이’까지 이들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LG전자도 ‘LG페이’를 출시해 경쟁에 뛰어들 계획이다.

지난달 19일 신한카드, KB국민카드와 제휴를 맺고 LG페이를 준비 중이라고 밝힌 LG전자는 이후 구체적인 차별화 전략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LG페이가 NFC(근거리무선통신) 기능에 기존 신용카드 정보를 제공되는 별도의 카드에 담아 사용하는 ‘화이트카드’ 방식을 더한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딘 NFC 단말 보급에 따른 사용처 확보 대안으로 보이며, 삼성페이의 경우 독자적인 MST(마그네틱보안전송) 기능을 탑재해 이 부분에서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외에 별도의 카드를 들고 다녀야 하는 방식은 소비자의 생활 패턴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으로 NFC의 보편화 시점까지 범용성을 보완하는 역할에 그칠 수 있다.

또한 신용카드 결제 외에 결정적인 차별화 서비스가 등장하지 않는 한, 모바일 결제 시장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각자의 영역에서 사용자를 선점하는 서비스가 독식할 가능성이 높아 후발 주자에게 더욱 불리하다.

결국 사용자를 확보하고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부분에서 이미 애플페이와 삼성페이는 미국 시장에 이어 내년 상반기 중국 시장 진출까지 추진하고 있다. 각각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를 기반으로 시장 장악에 나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막 걸음마를 뗀 LG페이가 어떤 전략으로 이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아니면 단순히 LG전자의 차세대 스마트폰 판매 경쟁력을 위한 구색 맞추기에 그칠지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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