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LG전자의 새 스마트폰 'V10' 공개 행사에서 조준호 LG전자 사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LG전자>

[이뉴스투데이 김정우 기자] ‘조준호폰’, ‘슈퍼프리미엄폰’ 등으로 불리며 많은 기대와 우려를 불러 일으킨 LG전자의 새 프리미엄 스마트폰 ‘V10’이 실체를 드러냈다. 매력적인 기능과 소재 구성, 가격 경쟁력은 갖췄지만 ‘혁신’은 찾을 수 없었다.

LG전자는 1일 오전 서울 세빛섬에서 신제품 발표 행사를 열고 V10을 공개했다. 최근 모바일 사업에서 부진한 실적으로 보이고 있는 LG전자의 중요한 제품이 공개되는 자리인 만큼, 굵은 빗줄기가 떨어지는 날에도 많은 언론 매체가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

애플과 삼성에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선두 자리를 내 준 LG전자는 시장의 관심을 빼앗아 올 획기적인 ‘매력 포인트’를 보여줘야 했다. 쉽지 않은 과제인 만큼 출시 직전까지 많은 소비자와 언론이 V10의 새로운 기능에 기대감을 안고 있었다.

정작 모습을 드러낸 V10은 출시 전부터 떠돌던 예상에서 거의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기존에 LG전자가 중점을 둬 온 멀티미디어 기능에는 충실했지만 압도적인 성능도, 획기적인 기능도 없었다. 조준호 사장이 발표의 시작과 함께 강조한 ‘진정성 있는 고민과 혁신’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 여전히 멀티미디어에만 집중… ‘전문가 모드’는 한계 있어

이날 본 행사가 시작되기 전 행사장 뒤편에 준비된 V10의 실물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었다. 지난 4월 출시된 ‘G4’가 사진을 비롯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조한 것과 마찬가지로, 여러대의 V10이 사진 촬영을 위한 삼각대 위에 진열돼 멀티미디어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V10은 출시 전부터 공개된 티저 이미지와 영상을 통해 전면에 배치된 두 개의 카메라가 주목을 받았다. 다수의 언론에서 각각의 카메라가 촬영한 이미지를 활용해 원근감 개선 등 획기적인 사진 촬영 성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정작 실제 V10의 ‘듀얼카메라’는 120도와 80도 화각의 각각 다른 두 가지 촬영 모드로 ‘셀카봉이 필요 없는 셀피’ 촬영을 지원할 뿐이었다.

분명 ‘셀피’ 기능은 SNS 이용이 보편화된 요즘 놓치지 말아야 할 요소지만 획기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V10의 듀얼 카메라 렌즈는 각각 500만 화소를 지원하며 후면에는 1600만 화소 카메라가 탑재됐다.

듀얼 카메라보다 LG V10의 성능에서 주목할 부분은 ‘비디오 전문가 모드’와 영상 편집 기능 등을 통한 ‘콘텐츠 생산 능력’이다.

비디오 전문가 모드에서는 동영상 촬영 시 초점, 셔터스피드, 감도(ISO), 색온도(화이트 밸런스) 등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 G4에서 선보인 ‘사진 전문가 모드’가 호평을 받은 만큼 매력적인 기능의 확대로 평가할 수 있다. 녹음 기능도 강화돼 3개의 고감도 마이크로 특정 위치의 소리만 녹음하는 지향성 녹음이 가능하다.

하지만 경쟁사의 프리미엄 제품들도 일정 수준 이상의 촬영 성능을 보여주는 만큼 ‘전문가 모드’는 단지 ‘재미있는 장난감’에 머물 수 있다. 높은 수준의 촬영이 가능해졌지만 아직 스마트폰을 본격적인 ‘전문 장비’로 활용할 사용자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라이트 유저(Light User)’로 불리는 일반 사용자들에게도 다양한 옵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전문가 모드는 환영할만 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문가 모드가 제공하는 ‘너무 많은’ 옵션들은 일반 사용자들의 실제 활용 빈도가 높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한다.

V10은 전문가 모드 외에도 촬영된 영상을 간편하게 자동으로 편집해주는 기능을 탑재했다. V10의 강화된 멀티미디어 성능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SNS 활용이 잦은 사용자들에게 유용한 기능이지만, 애프터마켓의 여타 앱들도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어 획기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 보조화면, 전문 오디오 칩셋, 스테인리스 소재…“다양한 구색, 부족한 임팩트”

▲ 신제품 발표 행사에 진열된 'V10' 제품 <사진=김정우 기자>

멀티미디어 성능 외에도 V10에는 매력적인 요소들이 다수 적용됐다. 보조화면을 통한 사용 편의성 향상, 고급 소재 활용, 강력한 오디오 성능 등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임을 충실하게 대변하고 있지만 ‘결정적인’ 무엇인가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V10의 메인 화면 상단에 작은 ‘세컨드 스크린’은 각종 알림을 확인하거나 앱을 등록·실행시킬 수 있어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 또 고성능 전문 오디오 칩셋을 탑재해 사운드 성능을 강화하고 음질을 높여주는 업샘플링(Up-Sampling)과 연결된 헤드폰의 저항값을 분석해 최적의 출력을 제공하는 기능을 제공해 음질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에게 환영받을 전망이다.

외관에는 견고하면서도 알레르기 반응 등에서 안전한 스테인리스 스틸 316L이 적용된 점도 눈에 띈다. 프리미엄폰으로서 부족함 없는 구성이다.

하지만 V10은 여전히 G4에 탑재된 퀄컴의 ‘스냅드래곤808’ 프로세서를 품고 있다. 당시 ‘갤럭시 6S’에 탑재된 ‘엑시노스7420’ 프로세서보다 성능 면에서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G4 판매 부진의 주요한 원인으로 꼽혔던 스펙이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V10이 G4를 능가하는 ‘슈퍼프리미엄폰’이 되거나 경쟁 모델들을 앞서기에는 부족한 부분이다.

G4의 출시 당시 LG전자는 삼성 갤럭시 S6와의 비교 시연까지 선보이며 프로세서가 아닌 소프트웨어 최적화가 체감 성능을 좌우한다고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 G4는 출시 후 수개월이 지나도록 국내 판매량 수십만대 수준에 그쳤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LG전자 MC사업부의 2분기 영업이익도 2억원으로 급락해 LG전자 전체의 실적 부진을 주도했다.

◆ 가격에서만 보여준 ‘혁신’… ‘슈퍼프리미엄’ 아닌 저가 프리미엄?

 ▲ V10 공개 행사에서 조준호 LG전자 사장  뒤로 '혁신'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사진=김정우 기자>

V10은 과거 애플의 ‘아이폰’이 시장을 리드하며 선보인 ‘혁신’이나, 이와 경쟁하는 삼성 ‘갤럭시’ 시리즈가 내세운 압도적인 ‘스펙’ 만큼의 강한 인상을 주지는 않는다.

애플은 특유의 완성도 높은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을 내세워 충성도 높은 소비자층을 확보했다. 이후에도 아직까지 논란이 되고 있지만, 전례를 깨고 대화면을 탑재하거나 ‘3D 터치’ 등의 새로운 기능을 적용하는 등 변화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이폰에 대항하기 위해 갤럭시 시리즈에 수치상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스펙을 계속 적용해 왔다. 일각에서는 스마트폰 시장의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일 뿐이라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선두 주자인 애플을 무섭게 추격해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세계적으로 애플과 삼성 외에도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제조사들은 존재한다. 이들의 제품도 특장점을 갖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시장 점유율이 낮은 이유는 부족함 없는 ‘스펙’과 주목을 끌만한 ‘혁신’을 함께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브랜드 파워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지만 선두 기업의 브랜드 파워도 같은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LG전자는 과거 삼성전자의 주 경쟁자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뒤늦은 스마트폰 시장 진출로 현재는 선두 주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충실하지만 혁신적이지 않은’ V10의 위치는 애매해진다.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프리미엄폰을 압도하는 ‘슈퍼프리미엄폰’보다는 후발 주자들의 우수한 전략 제품에 가까운 사양이다.

실제로 이날 V10이 공개되면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부분 중 하나는 출시 가격이었다. 부가세 포함 79만9700원이라는 가격으로, 프리미엄폰의 기준처럼 자리 잡은 80만원대의 벽을 허무는 조금 다른 ‘혁신’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LG전자도 V10의 포지션을 슈퍼프리미엄폰 보다는 ‘G 시리즈’와 보조를 맞추는 ‘V 시리즈’의 대화면 스마트폰 정도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행사에서 조준호 사장은 “슈퍼프리미엄이라는 말을 한 적은 없다”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 행사 중 ‘슈퍼’라는 단어가 사용됐음은 물론이고 ‘프리미엄폰의 새로운 기준’ 등의 표현이 반복적으로 쓰여 LG전자가 막판에 V10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진 것은 아닌가 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를 대변하기라도 하듯 이날 행사에는 제품에 대한 설명 시간도 길게 할애되지 않았다. 전략 신제품 발표 행사에는 제품 개발 담당자들이 철저하게 준비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제품의 강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일반적인데, V10의 경우 미리 준비된 짧은 동영상을 통한 소개가 전부였다. 오히려 동영상 기능을 부각시키기 위해 V10으로 촬영한 장진 감독의 단편 영화 상영이 더 길게 느껴졌다.

LG전자가 V10을 슈퍼프리미엄폰이 아닌 별도의 제품 라인업으로 설정해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여전히 조준호 사장의 지휘 하에 심혈을 기울여 준비된 제품이며, LG전자는 슈퍼프리미엄이거나 아니거나 실적 부진의 돌파구가 될 ‘혁신 제품’이 필요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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