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오 편집국장     ©이뉴스투데이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엄기영 MBC 사장이 과거 ‘9시뉴스테스크’ 앵커 시절 대형사건·사고를 전하면서 했던 표현이다. 고위공직자들의 비리, 삼풍백화점 붕괴사건과 같은 참사,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정책 추진 혹은 국회의 시정잡배만도 못한 작태 등이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 보통사람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 정상적인 집단이나 사회에서는 벌어질 수 없는 일을 이야기한다. 일반적으로는 전례가 없는 참담함을 지칭한다.

이제 2010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 2009년을 돌아보면 어처구니 없는 일 투성이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부자감세’ ‘4대강 사업’ ‘세종시수정안 논란’ ‘미디어법 통과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웃기는 판결’ ‘경기도 의회의 초등학교 결식아동 급식예산 전액 삭감’ 등이 그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입만 열면 “서민을 위한다”고 했던 정부 여당의 이중적 태도가 ‘어처구니 없는’ 모습이었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깎아주어 국가재정이 흔들리니 서민들에게 세금을 더 거두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태연하게 벌어졌다. 버젓이 살아있는 4대강을 “죽었으니 살리겠다”면서 예비타당성 조사, 환경평가, 문화재 조사 등 모든 것을 건너뛰고 30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어 강과 자연을 죽이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진행중이다.

세종시에 정부 부처를 내려보내지 않으려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집요함’도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수많은 공청회와 토론, 논의, 연구, 조사를 거치고 마지막으로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킨 특별법이 이제와서 잘못됐단다. 몇 개월만에 특별법이 잘못됐다는 점을 밝혀냈다면 과거 입법과정에 참여한 수많은 학자, 전문가, 정치인들이 뭘 했다는 얘기인가?

또 이명박 정부 들어서 광풍처럼 휘몰아쳤던 ‘참여정부 사람 몰아내기’가 최근 법원의 잇단 해임취소 판결로 어처구니 없었던 일이었음이 확인되고 있다. 정연주 전 KBS 사장, 신태섭 전 한국방송 이사 등에 이어 김정헌 전 문예위원장에 대한 정부의 해임은 부당한 것임이 밝혀진 것이다. 당시 정부는 감사원, 검찰까지 동원해 온갖 압력을 가해 옷을 벗겼던 일은 모두가 익히 기억하고 있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해마다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할 때 “다사다난했던 지난해”라는 표현을 한다. 개인이든 사회든 일년 365일을 보내면서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을 겪겠는가? 하지만 ‘다사다난’과 ‘어처구니 없는 일’은 다르다. 인생살이 속에서 겪는 의도하지 않은 풍파와 시련은 삶의 한 부문인 ‘다사다난’이지만, 지난해 우리 사회가 겪는 ‘어처구니 없는 일’은 정부 여당이 의지를 갖고 밀어부친 현실이고 실제였다.

올해, ‘행복도시’를 당초 계획처럼 행복하게 만들면 된다. 살아있는 강을 죽었다고 우기며 삽질하지 말고 원래 모습처럼 흐리게 놔두면 된다. 집 없는 서민에게는 터를 마련해주고, 많이 가진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두면 된다. 비정규직에 불안한 서민들에게게 정규직을 마련해주고, 점심을 굶은 어린아이들에게 끼니를 주면 된다.

그래서 올 2010년을 보내고 다시 12월이 됐을 때, ‘어처구니 없는 일’보다는 그저 소박하게 ‘다사다난했다’고 뒤돌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런 대다수 국민들의 소망, 대통령 한 명의 진정한 생각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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