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오 편집국장     ©이뉴스투데이
“아버지여, 저희를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의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힐 때, 자신의 손에 못을 박으려는 로마병사들과 이를 지켜보는 바리새인들을 향해 한 말씀이다. 무엇을 잘못하는지도 모르는 채 잘못을 저지르는 자를 불쌍히 여겨 그 죄를 용서해달라는 간구다. 그런데 빤히 알면서 저지르는 잘못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사회적으로 커다란 물의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신영철 대법관은 지금도 대법원에 출근하며 주요 판결에 참여하고 있다.
 
전국 법원의 후배 판사들이 “직무를 행하기 적절치 않다”며 사망선고를 내렸던 것이 언제였던가? 아무튼 신 대법관은 마치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건재하다.
 
신 대법관은 과연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것일까?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도 여전히 건재하다. 끝내 3심까지 갔다. 교육자로서의 윤리적 책임을 비롯한 법률적 책임 등에 귀를 막고 눈을 감았다. 그러면서 어떻게 교육정책을 이끄느냐는 비판은 허공의 메아리다.

정운찬 국무총리에 대한 각종 불법, 탈법, 편법 의혹은 현재진행형이다. 여기에 인사청문회 위증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다. 서울대 재임 시절의 탈법, 불법 행위가 연이어 드러났다. 그러나 정 총리는 웃는 얼굴로 뉴스에 등장한다.

소위 ‘4대강 사업’ 추진을 둘러싼 각종 편법, 불법 의혹과 함께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의 문제는 국토부 장관의 허위증언으로까지 불거지고 있다. 그들이 몰라서 그랬을까? 용산참사 재판 과정에서 내놓지 않은 약 3000쪽의 수사기록을 제출하라는 판사의 결정에도 검찰은 요지부동이다.

이런 판국에 대통령과 일부 언론은 ‘국격(國格)’을 세우자고 한다. 도덕적 행위의 주체로서 진위, 선악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과 자율적 의지를 지닌 존재로서의 사람의 격을 인격체로 부르는 것처럼 ‘국격’은 곧 ‘나라의 격’일 것이다.
 
인격을 자신이 아닌 남이 평가하는 것처럼 ‘국격’ 역시 우리 자신이 아닌 세계 각국들이 평가해주는 것이다. 그럼 작금 대한민국의 ‘국격’을 세우는 사람은 누구이고 무너뜨리는 사람은 누구인가?

모 유명인사의 “나라의 기강, 질서, 예의가 무너진 나라가 G20정상회의라는 국제회의 하나 잘 한다고 국격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선이고 자기기만이며,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위장전입, 탈세나 하고 뇌물이나 받는 나라,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실천하지 못하는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일 수 없다”는 칼럼 내용이 백번 맞는 말이다.

국민정서를 무시하고 온갖 불법, 탈법으로 얼룩진 소위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자신들의 범법 사실과 치부들이 들어났음에도 자진사퇴는 커녕 ‘몰랐거나, 관례였거나, 실수였다’고 ‘다 그런 것 아니냐’고 큰소리치고, 또 그들을 장관, 총리로 임명하는 우리나라의 ‘국격’에 대해 세계 각국 언론들은 과연 어떤 점수를 매길까?

‘저들이 저희가 하는 일을 알지 못하다’면 차라리 용서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진정으로 스스로의 잘못을 뉘우친다면 세계의 눈은 우리나라의 ‘국격’을 인정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저희가 하는 일을 모르긴 커녕 자신이 한 일이 옳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사회지도층의 윤리의식과 도덕적 모습, 투명하고 객관적이며 공평무사한 행위, 그것들의 솔선수범이 곧 ‘국격’이다. ‘나라의 격’은 입으로 세우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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