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상풍력단지.[사진=연합뉴스]
제주해상풍력단지.[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지난해부터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수요산업 부진·중국발 저가 공세 역풍에 철강업계가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탈출구로 해상풍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 최근 에너지용 강재를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사업 개편이 급부상하면서 부진 극복을 위한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이날 인천 중구 하버파크홀텔에서 제59기 정기 주주총회 개최한 가운데 서강현 대표이사는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는 전략을 수립해 운영할 것”이라며 “이차전지 소재 등 대규모 비철소재 사업 확대는 현재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서 대표는 “배터리와 이차전지 쪽이 유력하지 않냐는 지적들이 있지만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하는 만큼 리스크가 크다”면서 “9조7000억원 가량의 외부 차임금이 있고 재무구조를 위협하는 미래투자를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전기로와 고로가 혼합된 ‘전기로·고로 복합프로세스’ 생산체제 구축을 진행 중이며 고로 제품 품질을 유지하면서 단계적으로 저탄소화된 자동차용 제품 생산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 부진한 철강, 호황기 조선업계도 신사업 뒷받침 절실

이처럼 서 대표는 주총에서 업황 부진의 타개책으로 본업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세우고 있지만 신사업을 통한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점에 무게를 실리고 있다.

실제 현대제철은 유력한 신사업으로 해상풍력 및 고성능 강재 제품군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도 서 대표는 세계 철강업계 공급과잉에 대응 전략으로 “시장변화에 발맞춰, 차별성 있는 강재 개발을 통해 신규 수요 증가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며 “전기차 전환 가속도로 인한 경량소재 수요 증가에 대응 고강도 경량 차강판 개발을 지속하고 해상풍력용 및 친환경에너지 운송용 강재 개발과 내진·내화강재 등 고성능 건설 강재 제품군 확대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철강업계 및 조선업계에서는 차기 신사업으로 해상풍력이 급부상하고 있다.

먼저 철강업계는 해상풍력 구조물에 들어가는 철강재 공급에 집중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 기업들은 해상풍력용 철강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노르웨이 선급협회(DNV)로부터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 후판공장 등에 대해 신재생에너지용 강재 생산 공장 인증을 받았다. 현대제철도 DNV로부터 울산2공장에 대한 신재생에너지 해상풍력 공장 인증을 획득한 후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단지인 제주 한림해상풍력단지에 하부구조물용 강관을 공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해상풍력용 철강재가 구조물 특성상 부식과 진동, 저온 등에 강해야 한다는 특성 때문에 저가 공세로 혼탁해진 일반 철강재와는 결을 달리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해상풍력 플랜트 전용 강재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조선용 플랜트와 겹치는 측면도 있다“면서 ”해상풍력의 경우 염수에 의한 부식 방지 등 고스펙의 철강재를 요구하는데 기술력을 미리 측정해 놓으면 스펙에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업계도 신사업으로 해상풍력 구조물에 관심을 기울이기는 마찬가지다.

조선 빅3(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를 중심으로 제2의 호황기를 맞고 있지만 업황 지속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친환경 선박 시장 개편이 꾸준한 수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중국 조선업계 등 변수가 산적해 있어 신사업을 통한 새로운 생태계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해상풍력 구조물 제작이 유력한 신사업으로 급부상했다. 조선소 야드를 활용하면 특별한 구조 변경 없이 대형 해상풍력 구조물 제작에 돌입할 수 있다. 또 선박건조 경험의 특성상 해양 환경을 고려한 구조물 제작에 최적화됐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실제 HSG성동조선이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사업에 집중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HSG성동조선은 그간 대형조선사들의 선박블럭 제작 등으로 영업을 이어왔으나 지난해부터 신사업인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생산을 본격화하면서 관련 사업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5월 덴마크 해상풍력 개발사 오스테드가 대만에 짓는 창화 2b & 4 해상풍력 발전단지에 하부구조물 33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단독 체결한 바 있다.

올해 들어 HSG성동조선은 세계 최대 그린 에너지 투자운용 해상풍력개발사인 CIP(코펜하겐 이프라스트럭쳐 파트너스)와 MOU를 체결하고 울산 해울이 해상풍력 사업에도 적극 참여하기로 해 청신호를 켜고 있다.

대형 조선사들도 해상풍력 진출 등 다양한 시너지를 고심 중이다. 한화오션의 경우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에 진출해 이를 통해 생산한 그린수소를 직접 제작한 운반선으로 운송까지 하는 벨류체인을 구축하는 청사진을 내놓은 바 있다.

해상풍력의 관심은 고부가 소재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철강업계가 최근 들어 에너지 강재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에너지강재는 석유 가스 등의 에너지 자원을 채굴·생산·운반·저장·처리하는 데 사용하는 강재로 최근 악화된 시황을 타개할 수 있는 고부가 제품으로 각광 받으며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한 관련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세아윈드와 바텐폴 주요 관계자가 참여한 가운데, 손성활 세아윈드 대표이사(앞줄 왼쪽 두 번째) 카트린 영(Catrin Jung) 바텐폴 해상풍력부문장(앞줄 왼쪽 세 번째)이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공급 계약서에 서명하고 있다.[사진=세아제강지주]
세아윈드와 바텐폴 주요 관계자가 참여한 가운데, 손성활 세아윈드 대표이사(앞줄 왼쪽 두 번째) 카트린 영(Catrin Jung) 바텐폴 해상풍력부문장(앞줄 왼쪽 세 번째)이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공급 계약서에 서명하고 있다.[사진=세아제강지주]

◇ 세아제강지주 반전 실적···고부가 개편의 필요성 입증

지난해 국내 주요 철강회사들의 실적이 대부분 반토막 난 상황에서 세아그룹의 세아제강지주는 상승세를 이어가며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세아제강지주는 연결기준 영업이익 590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4.2% 증가한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업계는 국제 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전 세계 산유국의 시추 활동이 활발히 이루진 결과로 보고 있다. 특히 송유관 등에 쓰이는 강관 분야에 강점을 가진 세아제강지주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세아제강지주 관계자는 “북미 오일·가스 시장의 견조한 수요 및 미국, 한국, 베트남 법인들의 글로벌 에너지 투자 증가로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시현했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세아제강지주는 영국에 세아윈드를 설립해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등 일찌감치 해상풍력 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이들은 지난해 스웨덴 국영 전력회사 바텐폴이 발주한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 풍력 발전 사업인 ‘노퍽 뱅가드 프로젝트’에 약 1조4900억원(약 9억 파운드) 규모의 XXL 모노파일 하부 구조무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업계는 세아제강지주를 두고 수요산업이 부진한 상황에 대비해 고부가 사업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는 모범사례라고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철강사업의 경우 수요산업의 업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결국 시장이 위축됐을 때 고부가 상품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느냐가 경쟁력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최근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고 있는 국내 장치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부가 제품으로 개편과 시장 선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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