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 경기 하락세가 본격화하자 아파트 매매 가격도 속수무책으로 떨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건설·부동산 경기 하락세가 본격화하자 아파트 매매 가격도 속수무책으로 떨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부동산 경기 악화로 건설사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신규 수주가 급감하며 중소 건설사 중심으로 줄도산 위기에 빠지자 정부와 지자체가 올해 공공 발주량을 크게 늘려 빠르게 집행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17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지역별 건설수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수주액은 1년 새 19.1% 감소했다. 수도권에서 발생한 수주액은 86조8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1.6% 감소했다.

이로 인해 지난 2018년 71조3000억원 수주액을 기록한 이후 2022년 110조7000억원 등 최근 4년간 지속돼 온 건설 수주 상승세가 꺾인 모습이다.

특히 주택사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축 수주는 전국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수도권에선 1년 만에 31.4%가 감소해 5년 만에 최저치인 63조2000억원을 기록했고, 지방에서는 29.6% 감소하며 4년 만에 최저치인 52조7000억원의 수주액을 기록했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건설 수주가 감소한 이유는 토목 분야 수주 실적이 선방했음에도 건축 수주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실제 수도권 토목 분야 수주액은 23조6000억원으로 전년 수주액 18조5000억원보다 오히려 5조원 가까이 늘었다. 이러한 경향은 지방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지방의 토목 수주 실적은 35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해 30% 가까이 감소한 건축 수주와 차이를 보였다.

◇부동산 경기 경색,건설사 ‘악몽’으로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주택 건축 경기 하락세가 수치로 증명된 셈이다. 결국 정부는 건설업계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칼을 뽑아 들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나서 올 한해 역대 최대 규모인 17조1000억원의 공사와 용역을 발주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주택사업공사 발주 물량을 전년보다 4.3배 증가한 13조원으로 계획해 총 5만호 착공을 목표로 했다.

무엇보다도 LH는 정부의 건설투자 활성화를 위한 재정 조기 집행 기조에 맞춰 연간 발주 물량의 60% 이상을 상반기에 집중 집행하기로 했다.

또한 LH는 건설업계의 관심이 가장 높은 주요 아파트 대형공사 발주 일정을 월별·분기별로 관리하면서 상반기에 주요 공사 일정을 재공지해 입찰 참여를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건설업계에서는 곧 LH 발주 업무가 조달청으로 이관됨에 따라 입찰 기준이 어떻게 변화할 지에 대한 우려 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LH가 이미 연간 발주 물량의 60% 이상을 상반기에 발주하겠다고 나섰지만 4월부터 조달청으로 LH의 발주 업무 상당 부분이 넘어가게 되면 현실적으로 주요 사업 발주가 6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업무 이관에 앞서 기존의 LH가 발주 사업에 부여해 왔던 입찰 기준 상당 부분을 조달청 기준에 맞춰 개정하는데 대략 한 달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LH가 지금은 상반기 안에 주요 사업 발주를 서두르겠다고 밝혔지만 정부가 주도하는 발주 사업의 특성상 보수적으로 행정 처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더 심각한 문제는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커져만 가고 있다.

최근 경남의 남명건설, 울산의 부강종합건설과 세경토건, 광주의 해광건설 등 지역 중견 건설사들이 법정관리와 부도 또는 시공 중단에 빠지게 됐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KISCON)에 따르면 올해 1~2월 두달동안 폐업 신고된 건설사 총 709 업체 중 지방 건설사는 436곳으로 전체의 61.5%에 달했다.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앞 공인중개업소에 설치된 안내판.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앞 공인중개업소에 설치된 안내판. [사진=연합뉴스]

◇정부·지자체, 건설사 살리기 본격화

이미 지방 건설사를 중심으로 무더기 미분양과 연쇄 도산 공포가 확산되는 상황이다. 결국 이러한 상황을 그대로 보고 있을 수 없던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건설업계를 살리기 위한 대책을 잇달아 내놓기 시작했다.

경상남도는 지난 1월 올해 발주 예정인 1억원 이상 도내 공공 공사 총 2492건, 2조7363억원 규모 사업 중 40%인 1조722억원을 3월 말까지 우선 발주하고 있다.

울산광역시는 관급자재 지역업체 구매율과 하도급률을 각 부서 성과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나서며, 5개 구·군의 하도급률 제고 실적평가 결과를 오는 2025년 특별조정교부금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라남도는 공사계약의 과업 지시서와 계약 특수 조건에 지역 제품인지 또는 지역업체인지 등에 관한 내용을 명시하고 1000만원 이상 주요 자재 구매 시 지역 생산 자재를 우선 구매하도록 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최대한 자력으로 지역업체를 도울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부산의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지역업체들은 이미 1년 넘도록 생존이 기업의 목표가 되고 있다”면서 “지자체가 이제라도 어려움을 인식하고 돕겠다고 나서주신 점은 감사하지만 현장에서 빠르게 체감할 수 있도록 속도감있는 행정을 펼쳐 주셨으면 한다”고 읍소했다.

올해 상반기 발주 확대와 관련해 LH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의 요청에 따라 추진되는 만큼 발주 가능한 물량을 최대한 빨리 집행할 계획”이라며 “혹시 하반기 국내 건설 경기가 더 악화된다면 공사 발주의 특성상 갑자기 계획되지 않은 토지 매수 등을 추가로 급하게 나설 수는 없겠지만 정부에서 (추가 발주를) 강력하게 요청할 시 재검토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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