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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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지난해부터 수요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가 미국 수출 관세 인상 등 주요국의 자국 산업 보호 명분으로 무역장벽이 높아지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산 저가 철강재 수입도 늘고 있어 ‘진퇴양란’에 처했다. 업계는 이제는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8일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수출한 2022년산 후판(두께 6㎜ 이상 철판)에 각각 2.21%, 1.93%의 상계관세를 부과한다는 예비판정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전기요금 관련 반덤핑 마진율은 현대제철 1.47%, 동국제강 1.61%로 상계관세율의 66~83%에 달한다.

상계관세는 수출국이 직·간접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해 수출된 품목이 수입국 산업에 실질적인 피해를 초래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수입 당국이 당국 산업 보호를 위해 해당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8월 한국산 후판에 대해 상계관세율을 기존 0.1%~1.08%로 인상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미 상무부는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을 빌미로 잡고 있다. 이들은 “한국의 값싼 산업용 전기요금이 철강업계에 사실상 보조금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입장을 내놨다. 

◇ 트럼프 재집권 시 철강관세 불똥 우려···이미 쿼터제로 발목

더욱이 미국 11월 대선 결과에 따라 한국 철강업계의 수출장벽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과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무역 확장법 232조를 발동해 철강 수입이 자국 경제 안보에 영향을 준다며 철강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한국과 일본은 미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쿼터(할당량) 만큼만 무관세로 수출하고 있다. 수출 쿼터는 직전 3년 평균 수출 물량의 70% 수준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미국 수출은 쿼터물량에 매여있다 보니 이에 맞춰서 수출량을 조절할 수밖에 없고 현재는 수출을 늘리고 싶어도 쿼터제가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 관세에 대해 “관세는 매년 연례재심으로 하는 것이라 전담 대응팀을 가동하고 있다”면서 “각 쿼터에 맞게 수출하면 미 상무부가 품목별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업계는 판매량 확장을 위해서는 관세를 내거나 현지 생산기지 구축 방법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일본제철이 지난해 12월 미국 3대 철강사 US스틸을 인수한 것을 두고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은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공장 성립 대신 현지 기업 인수로 돌아섰다. 투자금액만 141억달러(약 18조3000억원)을 쏟아부었다.

다만 투자 효율성을 두고서는 여전히 평가가 엇갈린다. 생산원가가 높은 미국 생산이 자칫 시장경쟁력을 저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국내 철강업계도 북미 현지 생산을 고심하고 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탈탄소와 무역장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수요처 현지 생산 역시 거론은 되고 있지만 아이디어의 수준”이라고 잘라 말했다.

반면 국내 시장 역시 저가 중국산에 몸살을 앓고 있다. 수입산 열연강판은 최근 국내산과 비교해 5~10% 낮은 가격에 공급되고 있다.

국내산 열연강판(SS275 기준) 1톤당 87~88만5000원에 공급되고 있는데 반해 수입제품은 7% 안팎으로 저렴한 82만5000원 수준이다. 이에 철강업계는 열연강판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저가 수입산 이중고···제값받기 시도도 가격경쟁에서 힘 잃어

조선업계과 진행 중인 올해 상반기 후판가 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

철강업계는 인상을 추진 중이지만 조선업계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1톤당 90만원 중반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졌지만 올해 철강업계는 인상을, 조선업계는 수입후판 가격을 감안해 가격 조절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자국 산업 보호 명목의 무역장벽을 세우고 있고 사실상 자국 생산을 유도하고 있다”면서 “철강업계 역시 반도체, 전기차처럼 현지 생산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고 기존의 한국산의 고품질 저가 전략이 이제는 중국산 등 저가 공세에 밀려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내다봤다.

관계자는 “건설업 등 수요산업이 부진한 상황을 손 놓고 볼 수만은 없는 상황에서 이제는 국내 기간산업이 생존을 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여건 및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철강업계가 그간 국내 산업의 중추 역할을 맡아왔지만 올해 상반기 업황 부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 이제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입장에 처했다”며 “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면 수출을 통한 대책도 한시적인 효과에 불과하다. 국내 시장도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부 차원의 산업 보호를 위한 규제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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