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니 다들 ‘탄소중립’을 말하고 있다. RE100(재생에너지 100%)은 그 용어조차 낯설다. 하지만 우리는 겨울철 심한 미세먼지를 경험하고 점점 더 강한 태풍이 한반도를 덮치는 여름을 보내며 기후위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곤 한다. 2024년을 맞아 석탄부터 신재생에너지까지 에너지원을 차례로 짚어보며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시대 에너지산업 강국으로 나갈 수 있는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제주 고소리술을 만들기 위해 밑술을 끓여 증류주를 받아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주 고소리술을 만들기 위해 밑술을 끓여 증류주를 받아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하이볼 등 술과 음료를 섞어 마시는 ‘믹솔로지(Mixology)’ 문화의 인기가 꾸준하자 주류업계가 증류식 소주 매출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인류가 증류식 주류의 발명으로 좀 더 순수하고 풍미 있는 알코올 음료라는 미각의 세계를 열었듯이 지하에 숨어있던 원유를 시추해 증류시킴으로써 다양한 석유 제품과 플라스틱 등 현대 문명에 필수적인 화학 제품을 얻게 됐다.

3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증류식 소주의 출고액은 1412억원으로 2013년의 115억원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2018년 이후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43.5%로 같은 기간 청주(3.5%)와 탁주(3.1%), 희석식 소주(2.4%) 등 다른 전통주와 비교해 압도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렇게 점차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는 증류식 주류는 인류가 과실주를 만들고 농경사회에 들어오면서 밀, 쌀, 보리 등 곡류를 사용한 곡주를 만든 이후 이것을 증류하기 시작하면서 역사가 시작했다. 과실주나 곡주 등 직접 발효주로는 알코올 20% 이상의 술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독한 술을 얻기 위해서는 만들어진 곡주 등을 다시 증류해 알코올의 농도를 더 짙게 하는 방법이 사용돼야 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위스키, 브랜디, 소주 등이다.

소주의 한자 이름을 보면 불사를 소(燒)자를 쓰는데 불사른다는 뜻에 이미 증류법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담아졌다.

이러한 소주의 생산방식을 그대로 석유 제품 생산에 가져다 적용하면 우리가 흔히 접하는 휘발유, 경유, 벙커C유 등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알게 된다.

흔히 우리는 석유를 연료로 생각하지만 지하나 해저에서 시추한 상태 그대로의 원유는 에너지원으로 쓰기에 매우 부적합하다.

지층에 묻혀 있던 황 등 불순물이 섞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원유를 채굴 지대에서 뽑아 올리는 시추 작업을 ‘업스트림’이라고 부르고, 이를 상품으로 가공해 파는 화학 사업을 ‘다운스트림’이라고 한다. 따라서 석유를 휘발유, 경유 등으로 정제하는 작업은 다운스트림에 속한다.

석유 정제 작업은 열을 이용하는데 이를 ‘분별증류’라고 부른다. 증류식 소주 추출 과정처럼 먼저 황, 질소, 산소 등 여러 부산물이 포함된 원유를 정유공장 내 ‘상압증류탑’에 흘려 넣는다. 이후 원유에 높은 온도와 압력을 가해서 끓는점이 낮은 원유 성분부터 차례로 기화시켜 성질이 다른 제품을 얻는다.

[사진=SK이노베이션]
[사진=SK이노베이션]

섭씨 25도 이하의 열로 증류한 석유에선 액화석유가스(LPG)가 나온다. LPG는 정제 과정에서 생산된 기체에 포함된 탄화수소를 액화시킨 제품이기에 다른 제품과 비교해 열량이 낮다.

40~75도로 가열하면 휘발유를 얻을 수 있다. 상온에서 쉽게 증발하는 휘발유는 인화성이 높아 강한 폭발력을 지닌다. 연료의 폭발력이 강해 피스톤을 움직이는 가솔린엔진에 적합하다. 이 때문에 휘발유는 자동차, 항공기 공업용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며 수요도 높다.

75~150도에선 나프타가 만들어진다. 흔히 납사라고도 불리는 탄소 덩어리로 석유화학 회사들이 이것을 이용해 각종 화학 제품을 생산한다.

우리가 흔히 플라스틱이라고 부르는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등을 아우르는 합성수지, 섬유의 재료로 쓰이는 합섬원료, 고무의 원료가 되는 합성고무, 기타 의약품과 화장품, 세제 등으로 분류되는 기타 화학제품의 원천이 나프타다.

150~240도에선 등유가 생산된다. 등유는 다른 연료에 비해 그을음과 소음이 덜 유발하기에 가정용 난로를 데우는 데 적합하다. 석유 제품 중 가장 오래전부터 사용돼 온 것으로 흔히 일반가정 난로에 사용하는 석유를 말한다. 유황 함량이 매우 낮고 색상이 맑다.

220~250도에선 경유가 만들어진다. 경유는 휘발유보다 휘발성은 낮지만 열효율이 뛰어나 디젤 엔진 연료로 이상적이다. 본래 휘발유나 등유보다 용도가 적어서 가격이 낮았고, 경유를 분해한 가스를 첨가시켜 도시가스의 열량을 높이는데 사용했기 때문에 가스 오일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다음으로 350도 이상에선 중유가 생산된다. 우리나라 석유 제품 중 수요가 가장 많은 제품으로 정유탑 밑바닥에 최후까지 남은 제품이다. 중유는 선박내연기관, 보일러 등의 연료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분해공정 원료로 투입해 공정처리를 거쳐 경질유(휘발유, 등·경유), 윤활기유, 아스팔트, 왁스, 코크스 등을 제조하기도 한다.

중유는 점도에 따라 B-A유, B-B유, B-C유로 구분되는데 B-C유가 우리가 흔히 아는 벙커C유다.

말 그대로 석유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현대 문명의 기초 소재이자 여전히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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