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강원도 춘천시 동내면 수소충전소에서 수소 공급 부족으로 충전 차량이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1월 강원도 춘천시 동내면 수소충전소에서 수소 공급 부족으로 충전 차량이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이 우후죽순 반값 수소차 지원에 나섰지만 충전 인프라 확충은 여전히 걸음마 상태다. 수소 특성상 빠른 충전소 확대가 여의치가 않아 자칫 국민 혈세만 낭비되고 말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9일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에 소재한 수소충전소는 총 10곳이다. 그나마 사대문 안 도심에는 서울 중구 ‘서소문청사 수소충전소’ 1곳에만 설치돼 있다.

더욱이 강서구 개화동의 ‘서울 강서 공영차고지 버스 수소충전소’는 버스전용 충전소라 사실상 서울시 전체 충전소는 9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와 같이 수소충전소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시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들이 서로 경쟁하듯 ‘반값 수소차’를 내세운 수소차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2일 올해 약 166억원을 투입해 수소 승용차 102대와 수소 버스 42대 등 총 144대의 수소차 보급에 나서기로 했다.

서울시는 수소 승용차 구매자에게 3250만원의 보조금과 최대 660만원의 세제 감면 혜택을 제공해 서울 시민과 서울시에 사업자 등록한 법인 등이 7000만원 가량하는 현대자동차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넥쏘 수소차를 반값에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 등 지자체들 대당 3000만원 이상 파격 보조금

대전시도 지난 13일 올해 수소차를 사는 대전지역 시민과 법인, 기업 단체를 대상으로 수소차 총 300대에 1대당 325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시와 같은 반값 수소차 정책에 나선 것이다.

아울러 광주시와 춘천시도 최근 각각 수소 승용차 50대에 1대당 3250만원 보조금, 수소 승용차 50대에 1대당 345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자체들이 혈세를 사용해 수소차 보급을 위한 파격적인 지원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수소차 시장이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서 친환경 연료전지차 시장 악화를 방치할 경우 향후 세계시장에서 국내 수소차 경쟁력 하락을 막을 수 없다는 고려도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수소연료전지차 시장의 총판매량은 1만4451대로 전년 대비 30.2%가 감소한 역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현대차는 넥쏘(NEXO)와 일렉시티(ELECCITY)를 총 5012대 판매해 시장점유율 34.7%을 차지했다. 이는 지난 2022년 1만1354대에서 55.9% 감소한 수치다.

SNE리서치는 현대차 넥쏘의 판매량 부진을 전체 수소 차량 실적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난해 넥쏘는 4328대가 판매됐으며 이는 2022년 1만164대에서 57.4% 감소한 판매량이다. 올해 1월 판매량도 지난해 307대에서 99.3% 감소한 2대에 그쳤다.

수소차 업계에서는 수소차 시장의 주요한 둔화 원인으로 한정된 수소차 선택지와 국내 수소 충전 인프라 부족을 꼽고 있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2018년 이후 현재까지 지속된 현대차 넥쏘 단일모델은 2021년, 2023년 2차례 페이스리프트가 전부였기에 국내 소비자의 선택지는 한정된 상태”라며 “수소차 충전 비용 상승, 불량 수소 사고, 수소 충전 인프라 부족 등으로 친환경차 시장에서 수소차의 매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수소차 보급의 가장 큰 걸림돌···충전 인프라 개선

하지만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수소차가 한정됐다는 점보다 소비자가 수소 차량을 꺼리는 가장 큰 장벽은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이다.

수소차 충전소는 고압 충전이 필요한 수소 연료 특성상 충전소 설치 및 유지 비용이 높다. 업계에서는 통상 전기충전소가 1개소당 투자비가 약 5000만원~1억원 정도 소요되는 것에 비해 수소충전소 건설비용은 무려 25억~30억원이 든다고 알려졌다.

또 수소는 금속을 약하게 만드는 수소취화 특성이 있어 유류만을 저장하는 주유소와 달리 수소저장시설과 장비의 주기적 교체 비용이나 유지보수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높은 건설과 유지 비용으로 빠른 충전소 증가가 쉽지 않다 보니 수소차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한번 충전하려면 기본 2시간이 걸린다는 불만의 소리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수소차량을 보유한 A씨는 “수소차의 장점 중 하나가 전기차보다 빠른 충전 속도라고 들었지만 막상 차량을 구매하고 아침 일찍 충전소를 달려가도 기다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나승두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022년 1만대 이상 판매됐던 국내 수소연료전지차의 판매량 둔화는 충격적인 결과”라며 “수소충전소 등 소비자의 편의성을 제고할 수 있는 요인들이 부족했던 것이 주요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수소 업계관계자는 “이번 서울시 등의 지원금 정책도 사실 해당 차량 수가 너무 적은 측면이 있다”며 “무엇보다도 수소충전소 확충을 먼저 실행하고 수소차 지원에 나섰으면 더 실효성이 큰 정책이 되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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