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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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지난해 시황 악화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가 올해 전망도 ‘상저하고’가 예상되면서 올 상반기 수익성 확보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특히 중국산 등 수입산 저가 공습과 수요 부진 등이 맞물리며 좀처럼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탈 탄소에 부합하는 공정 고도화를 통해 돌파구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 둔화를 경험한 철강업계가 올해 들어 탄소 중립을 위해 공정 혁신을 추진한다.

먼저 포스코는 최근 광양에 연산 250만톤 규모의 전기로 공장을 착공했다. 약 6000억원을 투자해 대형 전기로 신설을 목표로 오는 2025년 말 준공해 오는 2026년부터 본격 가동에 나설 예정이다.

그간 포항제철소 등 고로를 중심으로 철강재를 생산해온 포스코는 전기로 신설을 통한 ‘저탄소 생산 체제’ 구축을 본격화 했다. 이를 통해 포스코는 전기로에서 생산한 쉿물을 바로 활용하거나 고로에서 생산한 쇳물과 혼합하는 ‘합탕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포스코에 따르면 전기로 방식으로 쇳물을 생산할 경우 기존 고로 방식 대비 연간 최대 약 35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더욱이 철강업종 탄소배출량의 82%는 고로 설비에서 배출되는 만큼 전기로 비중을 키울 경우 탄소 저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다만 고로로 생산되는 철강재 품질이 앞서는 만큼 고로 중심의 철강회사들은 양쪽의 장점을 고루 살릴 수 있는 혼합 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포스코는 전기로 설비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감축 목표를 달성할 방침이다.

◇ 포스코 '전기로' 탄소저감에 첫발···수소환원제철 속도

이와 더불어 포스코는 궁극의 무탄소 공정을 실현할 수 있는 수소환원제철(HyREX) 상용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수소환원제철은 유동환원로 공법으로 기존 파이넥스(FINEX·철광석, 일반판 바로 사용하는 기술) 공법에 그린수소를 투입해 직접환원철(DRI)을 생산하고 전기에서 쇳물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포항제철소에 수소환원철 연구 및 시범 생산을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수소환원철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달 26일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를 개소하고 오는 2027년까지 연산 30만t 규모의 하이렉스 시험 설비를 준공하고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현대제철도 전기로 기반 탄소중립 철강 생산체제인 ‘하이큐브’를 오는 2030년까지 구축할 방침이다.

하이큐브는 현대제철 소유의 수소 기반 공정 융합형 철강 생산체제를 말한다. 스크랩(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기존의 전기로에서 발전해 철 원료를 녹이는 것부터 불순물을 제거하고 성분을 추가하는 기능까지 모두 가능하다.

동국제강 역시 산업통상자원부 4대 업종 탄소 중립 개발사업 둥 철강 분야 ‘전기로 효율 향상을 위한 에너지 순환 하이퍼 공정 기술 개발’ 과제에 참여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오는 2028년까지 하이퍼 전기로 공정 연구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철강업계가 탄소 제로 공법 도입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코로나 엔데믹 이후 고금리, 건축시장 불황 등 시황 악화가 겹치면서 실적이 뒷걸음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수익성 확보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철강업계는 조선용 후판을 비롯해 철강재 가격을 인하 또는 유지하면서 버텨 왔지만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사실상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77조1270억원, 영업이익 3조531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9% 줄었지만 영업이익 27.2%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1조8460억원으로 같은 기간 48.2% 줄었다.

현대제철 역시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25조9148억원, 영업이익 8073억원을 달성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5.1%, 50.1% 감소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대비 56.7% 줄어든 4496억원이었다.

이에 대해 업계는 글로벌 철강시황 악화에 수요 부진과 더불어 저가의 수입산 철강재 역시 국내 시장을 넓히면서 국내산 철강재 가격경쟁력을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열연강판 수입량은 422만톤으로 전년 339만톤 대비 24.5% 증가했다. 문제는 수입산 열연강판이 국산보다 5~10% 싼값에 유통되면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1월 말 기준 국내산 열연강판 가격은 톤당 86만원, 수입산은 톤당 82만원 선이다.

이 때문에 양대 철강사들은 과도하게 산 수입산 철강재가 국내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며 수입산 열연강판 반덤핑 제소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철강재를 공급받아 후공정한 제품을 판매하는 동국씨엠, 세아제강, KG스틸 측은 반덤핑 관계로 원가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포스코가 6일 광양제철소 전기로 신설사업 착공식을 개최했다.[사진=포스코]
포스코가 6일 광양제철소 전기로 신설사업 착공식을 개최했다.[사진=포스코]

◇ 저가 수입사에 가격 대응도 뒷걸음질···가격인상 카드도 글쎄

이와 더불어 철강업계는 가격 인상 카드도 꺼내기로 했다. 포스코는 열연 제품에 대해 1월 계약분부터 톤당 5만원 인상을 결정했고 2월엔 유통향 열연 제품 가격도 톤당 5만원 인상하기로 했다. 열연 제품을 제외한 주요 제품 가격도 1분기 내에 단계적으로 가격 인상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자동차용 강판과 선박용 후판의 경우 상반기 가격 협상에서 원재료 가격 상승을 반영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도 지난달 열연과 함께 후판에 대해서도 톤당 5만원 인상을 통보했고 2월에는 열연 제품에 대한 가격 인상을, H형강과 일반형강 가격 인상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철강업계의 반등 시점을 하반기로 내다보고 있어 상반기 역시 암울하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수요가 부진한데다 통화약세로 중국, 일본산 저가 철강재 유입이 가속화되면서 역내 가격 인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팬매량 정상화는 하반기부터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태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제한적인 수요 회복 및 감산 강도 약화와 저가 수입재와 가격 경쟁구도 지속 등으로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리인하와 실물경기 회복 가능 시점인 올해 하반기 또는 연말부터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는 상반기 부진을 발판으로 탈탄소에 속도를 낼 경우 새로운 시장뿐만 아니라 미래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내놓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럽연합(EU), 북미 등이 탄소장벽을 높이고 있어 이를 대비한 수소환원철 기술 상용화를 앞당길수록 국내 철강업계가 고품질, 친환경 철강재를 통한 시장 확대를 모색할 수 있다”면서 “탄소집중산업으로 불리는 철강업계가 탈탄소에 속도를 낼수록 환경 규제 충족뿐만 아니라 기업가치를 높이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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