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담뱃값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업계에선 인상 가능성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정부 공식 입장에도 불구하고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담뱃값 인상설의 원인과 그 여파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서울 시내의 한 전자담배 가게에 액상형 전자담배가 진열돼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전자담배 가게에 액상형 전자담배가 진열돼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종효 기자] ‘검토한 적이 없다’는 정부의 확고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담뱃값 인상 가능성은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선 8000원이라는 구체적 인상 금액까지 거론된다. 만일 그 가격까지 담뱃값이 인상될 경우 대체품으로 액상형 전자담배가 떠오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주춤했던 액상형 전자담배, 담뱃값 인상설에 기지개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이 국내 담배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 추세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는 2013년부터 성장하기 시작해 지난 2019년 1900억원대까지 세를 키웠다. 지난해 국내 담배 시장 규모는 17조원대에 달한다. 이 중 궐련형 전자담배는 2조원, 액상형 전자담배는 900억원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가 한창 성장하던 2020년 미국에서 폐 질환 논란이 불거져 국내에도 영향을 미쳤다. 보건복지부는 당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을 권고했고, 시장은 빠른 속도로 축소됐다. 그러나 최근 담뱃값 인상설이 불거진 뒤 대체제로 거론되면서 다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하는 분위기다.

BAT로스만스가 지난해 7월 출시한 액상형 전자담배 ‘뷰즈 고 800’을 찾는 흡연자들이 많아진 것이 그 예다. ‘뷰즈 고 800’은 미국산 천연 니코틴 액상을 사용한 폐쇄식의 액상형 전자담배다. 직관적인 사용법과 편의성으로 국내 성인 흡연자들 사이에서 연초 대체제로 주목받고 있다.

뷰즈는 2013년 미국에서 처음 론칭된 이후, 현재 40여개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BAT의 글로벌 액상형 전자담배 브랜드다. 2023년 상반기 기준 미국 베이핑 시장에서 약 46%의 점유율을 달성하며 1위를 기록했으며, 주요 베이퍼 소비국인 캐나다, 프랑스, 영국, 독일 등에서도 약 3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뷰즈 고 800’은 소비자들의 긍정적 반응을 바탕으로 출시 한 달 만에 라인업을 4종에서 8종으로 확대했다. 최근엔 판매처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BAT로스만스 관계자는 “‘뷰즈 고 800’은 높은 기술력과 편의성을 기반으로 국내 성인 흡연자들에게 호응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리딩 브랜드로 입지를 공고히 하는 만큼 성인 흡연자들의 높은 기대를 충족해 나가며, 더 많은 성인 흡연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서울 시내의 한 전자담배 가게에 액상형 전자담배 액상이 진열돼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전자담배 가게에 액상형 전자담배 액상이 진열돼있다. [사진=연합뉴스]

◇저렴한 가격 메리트, 궐련형 전자담배 스틱 가격 인상이 관건

지난 2015년 담뱃값 인상 후 궐련담배 대체제로 ‘롤링 타바코’가 주목 받았다. 직접 말아서 피우는 궐련담배로, 약간의 수고를 감수하는 대신 담배 구입비용을 줄이려는 것이었다.

당시엔 궐련형 전자담배가 출시되지 않았을 때였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현재 궐련담배 대체제로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궐련형 전자담배 점유율은 16.5%에 달한다.

그러나, 궐련형 전자담배는 냄새 등 이유로 궐련담배의 대체제로 선호받았다. 만일 궐련담배처럼 궐련형 전자담배 스틱 가격이 오른다면 가격을 이유로 대체제를 찾는 흡연자들에게 메리트가 없다는 분석이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담뱃값이 인상되는 것은 담뱃세가 인상되기 때문이다. 만일 정부가 담뱃세를 인상하면서 궐련담배 세율을 궐련형 전자담배 스틱에 동일하게 적용한다면 궐련형 전자담배 가격도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주로 사용되는 합성니코틴은 담배로 취급되지 않아 과세 대상이 아니다. 정부는 합성니코틴에 대한 유해성 검증이 되지 않아 담배로 인정하지 않고 공산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격대가 훨씬 저렴하다. 현행법상 천연니코틴에는 1㎖당 1799원의 세금이 부과되지만, 담배로 분류되지 않는 합성니코틴을 사용하는 액상은 30㎖에 2만~3만원대에 판매된다.

다만, 학계 등에선 합성니코틴도 담배처럼 취급해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담뱃세 인상 명분이 흡연율 감소인데, 합성니코틴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으면 결국 담뱃값을 인상해도 흡연자들이 액상형 전자담배로 옮겨갈 뿐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인터넷에선 성인인증 등 절차를 거치면 합성니코틴인 액상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합성니코틴이 청소년의 우회 흡연을 부추길 수 있어 담배로 취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법이 유지되면서 담뱃세가 인상된다면 훨씬 저렴한 액상형 전자담배가 대체제로 떠오를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합성니코틴을 담배로 취급하자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액상형 전자담배 가격도 크게 오른다면 대체제 없이 담배 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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