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 홍보관을 둘러보는 관람객. [사진=연합뉴스]
우주항공청 홍보관을 둘러보는 관람객.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우주항공청이 출범 3개월여를 앞두고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300명의 인력 공백을 메우는 데 발목을 잡혀서다.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우주항공청은 지난달 9일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오는 5월 출범을 앞두고 있다. ‘한국판 NASA’로 불리는 우주항공청은 경상남도 사천시에 설립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안에 따라 우주항공청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소속 기관으로 설치하고, 대통령 직속 국가우주위원회에서 감독하도록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주항공청을 두고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출범까지 3개월여밖에 남지 않았지만 300명에 달하는 인력 공백을 아직 해결하지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항공청은 R&D 인력 200명과 이들을 뒷받침할 행정 인력 100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청장은 민간 우주항공 전문가가 임기제 공무원 형태로 선임될 것으로 점쳐진다.

정부는 다양한 혜택과 특례, 유연한 인사 운영 등을 법률로 명시했다. 우주항공청 소속 임기제 공무원은 직급에 상관없이 기존 보수체계의 150%를 초과하는 연봉을 받을 수 있으며, 파견·겸직도 가능하다. 일반적인 공무원과 달리 우주항공청의 1급 임기제 공무원은 주식백지 신탁도 예외·제한적으로 허용되며, 퇴직 후 유관분야 취업 및 업무 취급 절차도 완화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의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국내 우주항공 인력풀 자체가 작아서다. 2023년 우주산업실태조사 결과 2022년 기준 국내 우주 분야 인력은 1만126명이다. 이는 공공기관부터 우주산업 참여 기관 관련 업무·연구에 참여한 인력을 모두 합한 수치다. 미국 NASA나 일본 JAXA 자체 소속 인원만 1~2만명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적은 셈.

정부는 기존 항공우주연구원과 천문연구원으로부터 인력을 수혈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지만 기존 인력들이 우주항공청으로 옮겨간다는 보장도 없다. 이를 의식하듯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해외에도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있다”며 “이중국적자나 외국인들이더라도 훌륭한 능력을 가졌다면 충분히 채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거시적 연구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 현재 대부분의 우주 분야 인력들이 특정 분야에 특화된 것으로 나타나서다. 과학계에서는 항우연·천문연을 중심으로 인력을 수혈하면 연구 인원 200명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들 중 국가 주도 우주 프로젝트의 밑그림을 기획하거나 관련 개념 연구를 진행할 인원을 찾기는 쉽지 않는 상황이다.

경남 사천이라는 지리적 요건도 인력 수급난의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경남 사천에는 연구 인프라는 물론 자녀교육, 의료체계, 교통체계 등이 확보돼 있지 않다. 즉, 가족들과 함께 이동하기에 제한이 발생한 가운데 최고급 인재 300명을 사천으로 ‘모셔 와야’ 한다. 또 우주항공청 특별법 조항에 정부의 지원책이 빠져 예산 추가투입 가능성에도 먹구름이 끼어 있다.

게다가 관련 법에 정주여건 개선 관련 조항이 빠져 비관적 전망은 계속되는 분위기다. 한 우주항공 분야 전문가는 “1970년대 대덕연구단지가 생길 때 한인 과학기술인들에게 대통령보다 많은 연봉과 주거 등 모든 혜택을 부여했다”며 “사천에 정주여건 등의 지원책도 없고 국방부·외교부 업무도 이관되지 않아 우주항공청 업무 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재형 과기정통부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장은 “비록 법 조항에는 빠졌지만 현재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와 협의해 우주항공청에 최고의 전문가를 모셔오기 위한 정주여건 개선 등의 추가예산 편성을 검토 중”이라면서 “경상남도와 사천시도 우수인재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정주여건과 연구 인프라 지원확대 등에 나섰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자체적 인력 양성을 통해 공백을 채울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도 제기되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우주 산업에 참여한 대학의 우주 관련 학과의 2022년 졸업생 수는 1442명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 가운데 석사 등 상급 과정을 밟은 진학생 수는 254명이 불과했다. 또 사업에 투입되기 위해서는 10년가량의 현장 경험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에 한 우주 분야 관계자는 “대학에서 우주 관련 전공을 이수한다고 해서 곧바로 우주 인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졸업생들이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10년은 경험을 쌓아야 현장 투입이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융합적인 우주 분야 특성상 장기적으로 전체 과학 분야의 연구개발 인력 풀을 늘릴 정책이 모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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