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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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지난해 전방산업 부진으로 인해 수요가 감소하며 어려움을 겪은 철강업계가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는 올 상반기 시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중국발 감산 종료 역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철강회사인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77조1271억원 영업이익 2조5314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9%, 27.2% 감소했다고 밝혔다. 당기순이익은 1조8323억원이다.

현대제철 역시 오는 31일 연간실적 발표와 더불어 컨퍼런스 콜 진행을 앞두고 있지만 지난해 성적표가 맘에 들지 않은 눈치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해 매출액 26조1143억원, 영업이익 1조638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5%, 34.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철강업계 투톱이 흔들린 데는 건설업 등 후방산업의 부진이 치명타로 작용했다. 더욱이 글로벌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세계 최대 철강재 시장인 중국마저 내수시장이 부동산 악재가 이어지며 대폭 위축돼 글로벌 철강 공급이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홀딩스 측은 지난해 실적 둔화 주요 원인으로 철강 업황 침체를 꼽고 있다. 글로벌 고금리 기조와 실물경기 악화 하반기에도 건설, 자동차, 조선 산업이 철강 수요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또 3분기부터 하락이 본격화된 철강 가격이 4분기에도 하락세를 이어간 것도 부진한 실적으로 이어진 데에 한몫했다.

◇ 수요 부진 실적 악화로 연결···중국 내수부진도 한몫

특히 국내 철강업계가 2022년 태풍 힌남노로 인해 공장 침수·가동 중단 등으로 피해복구에 비용을 쏟아부으며 수익성이 대폭 줄었던 상황을 고려하면 이 같은 실적 하락세는 아쉬울 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건설·가전시장이 부진하면서 판매량이 줄어 실적 악화를 초래했다”면서 “특히 세계 최대 철강 시장인 중국의 건설·제조업 경기 악화가 글로벌 철강 시황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중국은 지난해 내수 부진으로 남은 물량을 대거 수출로 돌리면서 저가 철강재가 쏟아졌다. 중국과 가까운 한국은 저가형 수입산 철강재가 범람하며 국산 철강재의 가격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는 수준이다.

실제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고로를 보유한 기업들은 최근 수입산 열간압연강판(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AD) 제소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철광석·원료탄 가격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저렴한 수입산 제품과 경쟁하기 힘들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더욱이 국내 유통 중인 외국산 열연강판은 톤당 80만원대 초반으로 국내산 열연강판 80만원 중반대에 비해 5~10% 저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철강산업 및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이 같은 AD 추진에 대해 하공정 업체들은 철강회사들이 제도를 남용해 편법으로 이익을 취하려한다는 불만도 나와 실행까지는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해도 큰 폭의 업황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철강업계가 올해도 실적 부진과 싸워야 한다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세계철강협회(WSA)는 최근 ‘2024년 세계 철강시장 전망’을 발표하며 고금리, 인플레이션, 중국 봉쇄 정책 등의 영향으로 올해 철강 수요가 줄어들고 시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절적인 요인 덕분에 4분기 제품 판매량은 3분기 대비 증가하나 국내외 제조업 경기 부진으로 수요가들이 연말 재고관리에 나서면서 당초 시장 참여자들의 예상보다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여기에 판매단가 하락과 투입원가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이익률 하락은 불가피하고 인건비 및 전략비용 등 가공 추가적인 비용 반영까지 더해져 실적 부진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또 “철강재 가격은 원재료 가격 강세와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러나 조선을 제외한 대부분의 철강 전망산업의 상황이 녹록지 않아 철강 가격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수익성 확보를 위한 메이커들의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실수요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한·중 간 가격 탈동조화가 오랜 기간 발생하고 있어 국내 가격의 단기 반등이 연초에 나타날 수 있겠으나 상승세로의 기조적인 추세 전환은 건설을 포함한 국내 제조업 경기 개선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도 최대변수는 중국···유지보수 카드까지 등장

이와 더불어 여전히 중국의 조강(쇳물) 생산량이 변수로 남아 있다.

중국은 내수부진 및 건설업 한파 등을 이유로 2021년부터 조강생산 억제 조치를 도입해 감산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조강 생산량은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감산 조치를 마무리했다.

28일 중국철강공업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조강 생산량은 10억1900만톤으로 전년 대비 0.7% 소폭 증가했다. 올해도 조강 생산량을 유지할 경우 수출 물량 역시 급증할 수 있어 그 피해를 고스란히 국내산 철강재가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국내 철강 시장이 공급 과잉 현상을 나타내면서 철강업계가 정기 보수에 돌입해 사실상 공급량 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먼저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4고로를 대상으로 3차 개수를 이르면 다음달부터 시작한다. 공가기간만 4개월에 달하는 만큼 후판 공급량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또 3월엔 광양제철소 후판 공장과 포항제철소 2후판 공장을 대상으로 설비 수리를 진행하고 6월 중순부터 포항제철소 3후판 공장이 보수에 돌입한다.

현대제철 역시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철근을 생산하는 인천공장과 당진공장 보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인천공장은 오는 2월부터, 당진공장은 하반기에 진행될 예정이다. 공장별 보수 기간은 약 4개월 가량 소요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국제강도 올해 인천과 당진공장을 대상으로 약 2개월간 유지 보수를 실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철강업체들도 공급량이 충분한 상황에서 설비 보수를 진행하면 큰 누수 없이 생산공정 업그레이드와 더불어 자연스레 공급량을 줄일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당장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꺼낼 수 있는 모든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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