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뉴스투데이DB, 그래픽=고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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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선택으로 국내 건설업계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현실로 확산하면서 중견급 기업을 넘어 업계 전반으로 유동성 위기가 번지고 있다.

특히 수년간 PF 보증 규모가 급격히 확대된 데서 촉발된 우발채무 리스크가 시공능력평가 상위 건설사들로 확대되는 등 관련 업계의 연쇄부도와 부실로 인한 시장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9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유효등급을 부여한 21개 건설사의 우발채무를 집계한 결과 올해 8월 말 기준 건설사 부동산 PF 우발채무는 22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6월 말 대비 약 2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금융권 PF 대출 잔액은 134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22년 말에 대비 4조원 가량 불어난 수치다. 연체율 역시 2.42%로 지난해 말 1.19%의 두 배에 달했다.

우발채무는 확정되지 않은 빚을 의미한다. 부동산 PF와 관련된 우발채무는 통상 건설사가 시행사의 대출을 지급 보증한 경우가 대부분으로, 경기침체 장기화의 영향에 따라 부동산 PF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해 시행사가 금융사에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 지급 보증을 한 건설사가 이 돈을 대신 갚아야 한다.

국내 부동산 PF 규모 역시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2020년 말 92조5000억원 수준에 머물렀던 PF 규모는 2021년 말 112조9000억원, 지난해 9월말 134조3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이와 함께 2020년 말 0.55% 수준이었던 부동산 PF 연체율은 2023년 9월말 2.42%로 증가했다.

문제는 보합세 수준으로 유지돼 온 부동산 경기가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와 여러 하방 요인으로 근시일 내로 나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발채무 확대로 인한 유동성 악화가 심화될 경우 자칫 건설업계 전반의 붕괴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시장 상황 악화로 인해 우발채무로 인한 유동성 악화 여파가 하위 건설사들로 번진다면 연쇄부도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국신용평가가 발표한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PF 보증 규모가 50%를 넘은 곳 중 주요 건설사들은 롯데건설(212.7%), 현대건설(121.9%), HDC현대산업개발(77.9%), GS건설(60.7%), KCC건설(56.4%), 신세계건설(50.0%) 등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한기평은 지난해 12월 24일 태영건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시공능력평가 순위 5위인 GS건설의 신용등급도 ‘A+’에서 ‘A’로 낮췄으며, 22위인 동부건설의 신용등급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했다.

한신평 측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을 계기로 주요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을 재검토할 계획이다.

각 건설사별 설명을 살펴보면 롯데건설의 경우 지난해 9월 말 연결 기준 PF 보증 규모가 5조8000억원에 달하는 상황으로, 한신평은 “지난해 일부 PF 보증을 축소했지만 자기자본과 유동성 대비 과중한 수준이라며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화 증권 비중도 83%로 차환 부담이 내재돼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은 설명문을 내고 “2022년 말부터 현재까지 약 1조6000억원 규모의 PF우발채무를 줄였다. 같은 기간 차입금은 1조1000억원, 부채비율을 30% 이상 감소시켰다”고 우발채무에 따른 부실 의혹에 선을 그었다.

GS건설은 인천 검단 사고에 대한 정부의 영업정지 처분, 재시공 관련 대규모 손실로 지난해 8월 GS건설의 무보증사채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변경됐다.

신세계건설 또한 공사비 소요 등으로 순차입금이 확대된 가운데 PF 우발채무가 지난해 3분기 1000억원으로 확대됐다.

한신평은 보고서에서 신세계건설에 대해 “공사원가 부담과 미분양 관련 손실로 인한 실적 악화, 재무부담 가중 등 고려해 2023년 11월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며 “주요 주택사업장의 분양실적 및 원가율 추이, 대구 등 미분양사업장의 공사비 회수 규모, 예정 사업의 사업성 및 분양 리스크 통제 수준 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화정아이파크 사고 영향과 주택경기 저하로 영업 가변성이 지속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상황도 걸림돌로 작용 중이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분양가 상승세로 인한 수요 둔화까지 겹침에 따라 올해 부동산 전망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규모는 5만8299가구로 집계됐다. 그중 악성 물량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1만224가구를 기록하면서 2년 8개월 만에 1만 가구를 넘어섰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아파트 분양 일정을 소화한 사업지 215곳 가운데 67곳(31.2%)은 청약 경쟁률이 0%대를 기록했다.

이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여파로 금융권 일각에서는 건설사들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줄이거나 신용보강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건설업 전반으로 부실 우려가 확대됨에 따라 금융당국의 압박 수위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태영건설발 부동산PF 우려가 다른 사업장으로 퍼지지 않도록 대응하기 위해 부동산PF 점검회의도 개최해 부동산PF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은 재구조화 유도 등 부실 대응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2023년 12월 말 기준으로 브릿지론 30억원, 본PF 100조원 등 13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PF 대출잔액 중 브릿지론은 70%, 본PF는 50% 정도가 같은 해 상반기 만기연장된 상태로, 수익성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사업장이 점차 증가하면서 이로 인한 추가 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금리·고물가로 부동산 시장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분양 사업장이 증가할 경우 관련 건설사들의 재무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이에 금융기관들이 건설사에 대해 더욱 보수적인 방침을 취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이번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를 건설업 전체의 부실로 해석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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