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최은지 기자] 남양유업의 새 주인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로 결정됐다.

이로써 남양유업은 고(故) 홍두영 전 명예회장이 창업한 이후 60년 만에 오너가 경영이 마무리됐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민사2부는 한앤코가 홍 회장 등 남양유업 오너가를  상대로 제기한 주식양도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최종 확정했다.

그간의 가처분 소송들과 하급심 소송들을 포함하면 이번 판결은 남양유업 주식양도에 관한 7번째 법원 판결이다. 한앤코는 이 중 7개의 판결에서 승기를 거뒀다.

한앤코는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며 “M&A 계약이 변심과 거짓 주장들로 휴지처럼 버려지는 행태를 방치할 수 없어 소송에 임해왔는데, 긴 분쟁이 종결되고 이제 홍 회장이 주식매매계약을 이행하는 절차만 남았다. 이와 관련해 홍 회장 측이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울러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조속히 주식매매계약이 이행돼 남양유업의 임직원들과 함께 경영개선 계획들을 세워나갈 것이며,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남양유업을 만들어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양유업도 경영권 분쟁 종결을 환영하는 모습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종결로 남양유업 구성원 모두는 당사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각자 본연의 자리에서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등 남양유업 대주주 측이 대유위니아그룹에 주식과 경영권 매각을 추진한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모습. [사진=남양유업]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모습. [사진=남양유업]

◇ 긴 법적 공방의 역사 

이번 법적 공방의 시작은 약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초 홍 회장은 2021년 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불가리스가 코로나19를 억제한다’는 허위 발표 논란에 대해 오너로서 책임을 지겠다며 사임을 발표했다. 이어 같은해 5월에는 홍 회장 등 오너일가 지분 전체(53.03%)를 3107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 체결 소식이 전해졌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홍 회장은 같은해 9월 돌연 한앤코 측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홍 회장이 남양유업 고문직을 수행하고, 부인이 운영하는 외식사업 브랜드(백미당) 경영권을 보장하는 등의 합의 사안을 한앤코가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한앤코는 그런 합의안이 실존하지 않는다고 반박, 주식을 계약대로 넘기라며 홍 회장 측에 소송을 제기했다. 

꽤 긴 시간 동안 법적 분쟁이 이어졌지만, 업계에선 한앤코의 승기를 예상해왔다. 지난 2022년 9월 1심과 작년 2월 2심에서도 재판부가 홍 회장 일가가 한앤코에 주식을 넘겨줘야 한다며 한앤코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더불어, 본안 소송 과정에서 이뤄진 한앤코의 가처분 신청도 법원에서 여러번 인용되기도 했다. 

남양유업 CI. 사진=남양유업
남양유업 CI. 사진=남양유업

◇ 남은 숙제는 ‘경영 정상화’ 

새 주인이 된 한앤코는 주로 기업의 지분 인수 후 성장시켜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되파는 ‘바이아웃’ 형태의 전형적인 사모펀드이다. 이에 따라 한앤코는 앞으로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 및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한앤코는 주식 매매계약 체결 당시 “남양유업에 집행임원제도를 적용해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를 통한 기업 가치 제고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집행임원제도는 의사결정과 감독 기능을 하는 이사회와 업무를 처리하는 집행임원을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제도로, 이사회의 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집행부의 책임 경영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적자 흐름을 멈추기 위한 신성장 동력 확보에도 힘쓸 것으로 보인다. 당초 남양유업은 2020년 연간 매출 9489억원, 영업손실 771억원을 내면서 실적이 주저앉았다. 이후 2021년에는 연매출 9561억원에 영업손실 779억원을 냈고, 2022년에는 9646억원에 영업손실 86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업계는 인구 감소 및 저출산 흐름으로 침체기를 겪고 있다. 이에 헬스 케어, 단백질 시장 진출 등 사업 다각화로 돌파구를 찾아왔다”면서 “다만 남양유업은 소송에 소요되는 금액이 있기 때문에 사업 다각화에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New 남양으로서의 기업 이미지 변화도 점쳐진다. 남양유업은 지금까지 대리점 갑질 사건, 경쟁사 비방 댓글, 장남의 횡령 의혹 등 홍 회장 일가와 관련된 논란이 연이어 발생,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

여기에 한앤코와 법적 분쟁 기간에도 홍 회장이 불가리스 사태 당시 회장직을 사퇴하고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했지만 아직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고, 장남은 복직에 차남은 승진까지 이뤄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거센 비판을 맞기도 했다. 즉, 오너 관련 이슈가 기업 전체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은 불가리스를 비롯해 다양한 스테디셀러 브랜드가 있고, 업력 또한 길어 기업으로서 경쟁력은 충분하다”라며 “오너 리스크가 사라지면 회사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시선도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앤코가 홍 회장의 퇴직금 문제에 주목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남양유업의 지분 3%를 보유하고 있는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홍 회장의 퇴직금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지난해 3월 남양유업은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을 통과시켰는데 이 과정에서 특별관계인인 홍 회장의 위법한 의결권 행사가 있었다는 것이다. 차파트너스 측은 “홍 회장의 예상 퇴직금은 170억원에 달하는데 거액의 퇴직금이 지급되면 남양유업에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홍 회장 측과 손해배상소송 등 법적 분쟁도 남아있다. 주식양도소송과 별개로 홍 회장은 한앤코를 상대로 회사 매각 계약이 무산된 책임을 지라며 310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으나 지난 2022년 1심에서 패했고, 한앤코는 2022년 홍 회장 일가를 상대로 500억원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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